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만8000명 증가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이 63.1%로 1982년 이후 8월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고 실업률은 2.0%로 1999년 이후 8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해 전반적인 고용 상황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양호한 고용 흐름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30만4000명, 50대가 7만3000명, 30대가 6만4000명 각각 증가했지만 40대는 6만9000명 감소하며 1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청년층(15~29세)은 취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10만3000명 줄어 10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고용률도 0.3%포인트 하락했다. 공공 일자리가 대부분인 60세 이상 고령층을 빼면 8월 취업자 수는 오히려 1년 전보다 3만6000명 줄었다. 작금의 고용 시장이 청년층과 고령층 간의 양극화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 하락과 인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청년층 인구가 전년 대비 17만2000명 감소한 데 따른 착시 현상을 고려해야 하지만 청년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가 40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것은 청년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청년층이 느끼는 체감 실업 이슈는 한국 경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따른 세계 각국이 직면하고 있는 어젠다이기도 하다. 미래 사회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청년층이 노동 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심각한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청년층의 고용 감소는 소득과 소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저성장 고착화로 이어지게 된다. 고성장 시대에는 고용 시장의 크기 자체가 확대됐지만 저성장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은 수익성 저하와 불확실성이라는 난제와 씨름하는 가운데 대규모 채용의 여유를 가지기 어렵게 됐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대규모의 평균적인 인적 자원보다는 소규모의 생산성 높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됐다. 미스 매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미 청년층이 더 이상 단순한 노동력의 형태로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노동력의 질을 높이는 전문적 직업 교육과 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회복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저성장 시대가 지속되면 고용 시장에서 세대 간의 갈등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현재 연공형 임금 체계를 생산성을 반영한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로 개편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정년 연장을 주장하는 노조의 움직임은 우려스럽다.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줄이는 것이 해법이다.

젊은 세대의 특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맞춤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 없이 손쉽게 재정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제공한 일자리는 재정 건전성 악화만 야기했을 뿐 오히려 더 큰 청년 실업을 양산하게 됐다. 불안한 고용은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불확실한 미래에 출산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용 시장의 파이가 커지게 되면 세대 간의 노동 대체 관계에 따른 갈등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우리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구조 조정과 규제 완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표류하는 청년 일자리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