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근 BHSN 대표 인터뷰

사진=서범세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일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새 계약서 작성에 참고하기 위해 과거에 작성했던 문서를 찾는 것이었죠.”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느꼈던 불편함, ‘페인 포인트’를 창업으로 연결해 성공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중고 거래의 대명사가 된 ‘당근’을 꼽을 수 있다. 판교 직장인이었던 김용현·김재현 두 창업자가 중고 거래에서 느꼈던 애로 사항들을 보완한 서비스를 제공해 대박을 친 경우다.

계약서 관리·솔루션 전문 기업 BHSN을 설립한 임정근 대표도 변호사로 활동하며 경험했던 업무상의 불편함을 창업으로 연결한 인물이다. 그는 율촌·화우 등 대형 로펌에 몸담았던 변호사 출신이다. 10년 넘게 법조인의 삶을 살다가 2020년 돌연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임 대표는 “과거에 썼던 계약서를 찾을 때마다 매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인공지능(AI)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일을 대신하게 해 주면 어떨지 막연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며 창업 계기를 밝혔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그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봤다. 때마침 한국 최고의 AI 석학으로 불리는 장병탁 서울대 교수와 만나게 된 것이다. 장 교수가 세운 스타트업의 법률 자문 역할을 우연하게 맡았다. 그리고 막연했던 그의 생각은 점차 확신으로 변해 갔다.

“(장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현재 AI 기술로 충분히 제가 생각했던 기술을 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그리고 주저 없이 로펌 문을 박차고 나와 BHSN을 창업했습니다.”

BHSN의 핵심 서비스는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인 'BHSN-BERT' 와 'BHSN Private 대형 언어 모델(LLM)'이다.


임 대표가 말하는 BHSN 언어모델의 최대 강점은 업무 효율성 제고다. 한 직원이 과거 특정 거래처와의 맺었던 계약서들을 검토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PC나 서류 창고 등 어디에 어떤 제목으로 있을지 모르는 계약서를 찾기 위해 시간을 허비해 찾아야 한다.

BHSN 언어모델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계약서 내 개별 조항 단위까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기업이 지금까지 체결한 계약 데이터를 한눈에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법무 관련 업무에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임 대표는 “계약서 작성 시 회사 정책에 따라 법 위반사항이나 직면한 리스크는 무엇인지 등을 자동으로 알려준다”고 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은 계열사와 계약을 할 때 해당 계약이 ‘부당 내부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지 살펴야 해요. 부당 내부 거래의 기준부터 공시 여부까지 직원들이 하나하나 살펴야 하죠.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도 있을 수 있어요. BHSN 언어모델을 사용하면 이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죠. 계열사 간 부당 내부 거래에 해당하는 금액의 기준은 얼마인지, 또 관련 내용들을 공시해야 하는지 여부 등도 바로 알려 줍니다.”

사건이 터졌을 때 어느 로펌의 누구와 업무를 진행하면 좋을지 추천하는 기능도 갖췄다. 임 대표는 “특정 사건에서 승소율이 높은 로펌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어떤 변호사의 업무 능력이 탁월한지도 알려 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BHSN의 서비스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창업한 지 3년 차에 불과하지만 이미 SK텔레콤·CJ제일제당 등의 대기업과 계약했다.

앞으로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아직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수많은 대기업에서 문의가 쏟아지고 있고 곧 추가로 계약이 성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임 대표는 “기업에 특화된 작업에서만큼은 'BHSN-BERT' 와 'BHSN Private LLM'이 한국에서 최고의 언어모델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