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이하 BDM)’는 이탈리아 3대 와인 중 하나다. 품질로만 따지면 가성비가 좋아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다. 실제 세계 1위 BDM 생산자인 ‘카스텔로 반피’ 와인은 미주 지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수출 물량도 많다. 한국 시장에서도 ‘아시아 매출 1위’ 기록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지난 9월 14일 카스텔로 반피 와인 시음회가 서울 청담동 한 레스토랑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이탈리아 최초 마스터 오브 와인(MW)으로 선정된 가브리엘레 고렐리 홍보이사가 진행했다. MW는 영국의 권위 있는 단체가 ‘세계 최고’ 와인 전문가에게 수여하는 자격증이다. 현재 전 세계를 통틀어 400여 명만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돋보인 와인은 ‘포지오 알레 무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두 병이다. 버티컬 테이스팅으로, 1997년과 2017년 2개 빈티지다. 와인 병에 표기된 빈티지는 ‘당해 연도에 수확한 포도를 사용해 와인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20년 세월의 간극, 올드 와인에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특히 1997년 빈티지는 이탈리아 와인 중 최고 품질(그레이트 빈티지)로 알려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답은 ‘부드러움과 편안함’이다.
두 와인 모두 첫잔에서 블루베리·가죽·초콜릿 등 기본 향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검붉은 과실 향에서는 차이가 뚜렷해졌다. 그 느낌을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으랴. 다만 부드러운 목넘김에서 20년 세월, 켜켜이 쌓아 올린 ‘절정의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 숙성 후 나타나는 깊고 안락한 맛은 올빈 와인의 최대 경쟁력이다.
와인 품질은 상당 부분 당해 연도 기후에 좌우된다. 일조량과 강우량에 따라 당도와 산도가 극명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지역, 같은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이라고 해도 어느 해 수확한 포도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시중 판매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 보관이 가능한 고급 와인일수록 더 심해진다. 세계 와인 시장에서는 각 지역별·연도별 작황이나 기후 상태 등을 반영한 ‘빈티지 차트’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생산자들의 가격 결정이나 소비자들의 시음 적기 판단을 돕기 위해서다.
여기까지가 기후가 고르지 않은 구대륙 이야기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칠레·호주와 같이 매년 충분한 일조량과 건조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는 신대륙 와인 산지에서 빈티지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매년 일정한 규격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샴페인 등 스파클링 와인은 ‘난 빈티지(non-vintage : 여러 해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 제품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주스 혼합 기술을 통해 동일한 품질을 유지한다. 다만 최고급 스파클링 와인은 빈티지를 표기(빈티지 샴페인)하는데 물론 가격이 매우 비싸다.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국제와인전문가(WSET Leve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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