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2019년 창사 첫 외부 CEO로 '컨설턴트 출신' 강희석 영입
강희석 대표, '정용진의 남자'로 불리며 기대 한몸에 받아
마트 실적 개선, 온·오프라인 통합 나섰으나 효과 못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2019년 10월 21일은 신세계그룹에 특별한 날이다. 온라인 중심으로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례 없는 파격 선택이 결정된 날이기 때문이다. 그룹 정기 인사는 연말에 해야 한다는 오랜 관행을 깨고 시기를 10월로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사업부문인 이마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사상 첫 외부인사를 앉혔다.

업계에서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아닌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단행한 첫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컨설턴트는 사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정 부회장이 컨설턴트 출신 CEO를 이마트의 수장으로 선임한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2023년에도 이마트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영업이익은 해마다 줄어들어 왔으며 경쟁사인 쿠팡의 매출은 이마트를 훌쩍 뛰어넘었다. 결국 컨설턴트 출신 CEO는 4년 만에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용진의 선택, 컨설턴트 출신의 CEO2019년 10월 21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부문에 한해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매년 12월 초에 행해온 임원인사를 한 달 이상 앞당긴 결정이었다.

가장 관심을 받은 포인트는 바뀐 CEO였다. 이마트 대표이사로 컨설턴트 출신의 강희석 대표를 신규 영입해서다. 1993년 이마트 창사 이래 외부인사를 CEO로 선임한 것은 강 대표가 처음이다.

강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와튼스쿨에서 MBA를 받았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했다. 특히, 2014년부터는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로 승진해 유통산업의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신세계는 이 인사에 대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과감히 기용했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성과주의·능력주의 인사를 더욱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직접 주도한 첫 인사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 부회장이 '젊은 리더십'을 앞세워 조직 쇄신에 중점을 둔 것으로 봤다.. 강희석 대표의 선임 당시 나이는 만 50세(1969년생)였다. 2014년부터 6년간 정용진 부회장을 보좌해온 이갑수 전 이마트 대표(1957년생)보다 12살이나 어렸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4년 만에 물러난다. (사진=신세계)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4년 만에 물러난다. (사진=신세계)
정 부회장이 이런 파격 인사를 했던 큰 이유는 '실적 개선'이었다. 2019년 이마트 매출은 19조629억원으로 전년대비 11.8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07억원으로 전년대비 67.4% 급감했다. 앞서 언급했듯 컨설턴트는 기업 또는 조직의 문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포함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쉽게 말해 강 대표는 이마트의 실적개선을 위해 '구원투수'이자 '문제 해결사'로 투입된 셈이다.

정기 인사 3개월 뒤인 2020년 1월에 내놓은 신년사에서 정 부회장이 '수익성 있는 사업 구조'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제로 베이스 관점에서 각사의 핵심 역량을 재정비하고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추냉이 속에 붙어사는 벌레에게는 세상이 고추냉이'라는 유대인 속담이 있다"라며 "고추냉이는 엄청 쓴 채소지만 벌레에게는 이보다 달콤한 세상이 없다. 아는 게 고추냉이밖에 없으니까. 관습의 달콤함에 빠지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가 사는 작은 세상만 갉아먹다 결국 쇠퇴함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달라진 게 없는 이마트…떠나는 '정용진의 남자'강희석 대표는 '정용진의 남자'로 불렸다. 일각에서는 우려도 표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함께 세계 3대 컨설팅 업체로 꼽힌다. 하지만 컨설턴트는 컨설턴트다. 현장 경험이 없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 것이다. 그래서 그가 유통업계 국내 1위 회사인 이마트를 제대로 이끌 수 있냐는 시각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정 부회장의 파격 실험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아주 간단히 말해 강 대표는 '이마트의 실적 개선'이란 미션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마트의 매출은 2018년 17조491억원에서 지난해 29조3324억원으로 72.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628억원에서 1357억원으로 70.1% 급감했다. 강 대표 체제에서 4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심지어 이마트의 경쟁사로 언급되는 이커머스 업체 쿠팡은 올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영업흑자가 예고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강조한 '온·오프라인 통합'도 지지부진했다. 강 대표는 2019년 10월 첫 CEO로 선임된 지 1년 만인 2020년 10월에 SSG닷컴 대표자리에도 올랐다. 하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SSG닷컴 겸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시너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다.

SSG닷컴 매출은 2020년 1조2941억원에서 지난해 1조7447억원으로 34.8% 늘었다. 그런데 영업적자는 469억원에서 1112억원 수준으로 더 늘었다. 최근 3년 누적 영업적자는 2660억원이다.

특히 2021년부터는 'G마켓(옛 이베이코리아)'에 대한 부담도 더해졌다. 이마트는 2021년 11월 무려 3조5591억원을 투자해 국내 1세대 이커머스 회사 'G마켓'을 인수했다. 이마트는 이커머스 업계가 어려운 상황에도 16년째 흑자를 기록한 점 등을 인수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G마켓의 영업이익은 이마트 인수 이후 바로 적자로 전환됐다. 2021년 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6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기간 재무건전성도 악화했다. 지난해 이마트 부채비율(연결 기준)은 146.24%다. 2018년 89.15%에서 크게 뛰었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총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로, 통상 100% 이하를 표준비율로 본다.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차입금의존도는 33.1%다.

결국 강희석 대표는 4년 만에 이마트 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일 한 달가량 빠른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이마트 CEO를 교체했다. 이마트 대표이사에는 조선호텔리조트를 이끌어온 한채양 대표를 내정했다. 한채양 대표는 2009년 신세계 경영지원실로 입사했으며, 2019년부터는 신세계그룹의 호텔사업을 총괄해왔다.

신세계그룹은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 강화하고, 새로운 성과 창출 및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