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22일(현지시간) 밀라노 패션위크서 2024 봄여름 컬렉션 공개

(사진=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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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고객들이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지난 22일(현지시간) 밀라노 패션위크가 시작됐습니다. 28일까지 5일간 열리죠. 이번 패션위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브랜드는 '구찌'입니다. 올해 초 선임된 구찌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컬렉션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사바토 데 사르노는 22일(현지시간) 구찌 2024 봄 여름 여성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컬렉션의 주제는 '구찌 앙코라(Ancora)'입니다. '구찌를 통해 다시 패션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로, 사바토 데 사르노가 직접 구상한 아이디어입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떠나간 고객들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로고 활용법입니다. '스텔스 럭셔리'에 맞춰 그간 이어온 로고플레이 전략은 과감하게 접습니다. '조용한 명품'이라는 뜻의 스텔스 럭셔리는 올해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단어로, 상표가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류 안감을 보거나 가방을 열기 전까지는 어떤 브랜드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게 특징이고요. 로고로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이제 '세련되지 않은 행위'가 됐습니다.
(사진=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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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구찌도 대부분의 제품에서 로고를 최소화했습니다. 신발과 가방 등 'GG 로고'를 적극 활용한 제품도 있었지만 일부였고요. 여기에, 색감도 달라졌습니다. 버건디를 대표 컬러로 택했으며, 블랙, 화이트 등 무채색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이끌던 구찌 시절에 녹색, 노란색, 보라색 등 밝은 원색을 두루 사용해온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죠.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입니다. 글로벌 연예매체 보그는 "미켈레가 이끈 구찌는 최근 몇년간 패션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지만 중국과 같은 시장에서 실적이 부진하며 2020년 이후 활기를 잃었다"라며 "사바토 데 사르노가 구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전임자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화려한 녹색 장식의 패턴이 사라졌다. 컬렉션에서 선보인 55개 룩 대부분은 단색을 사용하고 유선형 실루엣을 고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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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 사바토 데 사르노가 구찌를 리셋시켰다"라며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오래된 GG 모노그램 프린트가 거의 없었다. 변화가 시작됐다"고 내다봤고요.

구찌의 이번 컬렉션 성공 여부는 모회사인 케링그룹에도 중요합니다.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 브랜드인데,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둔화하거나 매출이 줄어드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바토 데 사르노가 구찌를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케링그룹은 앞으로 LVMH, 에르메스 등 경쟁사와의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지겠죠.

트렌드에 맞게 로고를 없앤 구찌. 사바토 데 사르노의 손에서 재탄생한 구찌가 떠나간 고객들을 구찌 매장으로 부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