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 GDP 대비 가계 신용 비율, 101.7%…주요 선진국 73.4% 크게 웃돌아

서울 한 은행에서 시민이 대출창구 앞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한 은행에서 시민이 대출창구 앞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가계와 기업의 빚(신용)이 올 2분기 기준 국가 경제 규모(국내총생산)의 약 2.26배 수준까지 불었다. 한국은행은 지금부터라도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 등을 정책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들 민간신용이 앞으로 더 불어나 소비·투자를 비롯한 전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9월)’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용 레버리지(민간신용/명목GDP)는 225.7%로 나타났다. 민간신용 증가세가 명목GDP 증가세를 웃돌며 1분기(224.5%)보다 상승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국민이 버는 돈에 비해 가계부채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2분기 명목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1.7%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73.4%), 신흥국(48.4%)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한국의 경우 나라 경제 규모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주택가격이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우리나라 주택 시가총액은 지난 20여 년간 명목 GDP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3배까지 늘어났다. 이와 동시에 낮은 대출금리, 규제 완화 등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가계신용이 급증했다.

기업 부채도 금융기관의 기업 대출 확대 노력,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영향으로 급증했다. 2분기 기업 신용/명목 GDP 비율은 124.1%를 기록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113.6%),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99.6%)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가계의 대출수요 규모를 추정한 결과, 향후 3년간 가계부채는 정책 대응이 없다면 매년 4~6% 정도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명목 GDP 성장률이 연간 4% 수준을 보인다고 가정할 경우, 가계부채/명목 GDP 비율이 내년부터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한은은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책모기지의 공급 속도 조절에 이어 차주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장기적인 금융 불균형 정도 등을 보여주는 금융 취약성 지수(FVI)는 민간신용 증가세, 자산 가격 오름세 등의 영향으로 최근 장기평균을 웃돌았다. 금융 불균형이 재확대될 경우, FVI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자산 가격 급락으로 인해 소비, 투자위축이 심화할 경우, 향후 GDP 경로상 하방 위험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