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취미 고려한 취업 진로 지도해야 [김홍유의 산업의 窓]
한국의 모든 사람들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근로의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 있는 중요한 권리 중 하나다. 하지만 경제·사회의 불안한 변화는 대학교를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청년 실업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와 지역 사회에서는 다양한 연구와 방법을 통해 대학생 취업·진로 문제를 위시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취업·진로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 대학에 진로 지도, 직업 설계 관련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시책에 맞춰 각 대학교에서 취업·진로 지원 부서를 비롯한 학생생활연구소나 학생상담센터를 통해 진로 지도, 진로 상담, 취업 상담에 관한 다양한 전략과 방안, 진로 지도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취업·진로 지도는 취업 지도, 진학 지도는 물론 직업 지도, 직업 교육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생애 관계의 지도다. 자신을 이해하고 직업을 이해하며 합당한 일의 세계를 찾는 활동뿐만 아니라 태어나 진로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일의 세계를 탐색·결정·준비하고 그에 따른 직업을 선택하며 잘 적응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때까지 직업적 발달을 돕는 전 과정을 진로 지도라고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취업·진로를 연구 활동하는 한국취업진로학회 설립과 회장을 지내면서 현재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취업·진로 지도의 중요성을 더욱더 실감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 중인 많은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공통적인 문제를 발견하곤 한다. 마치 모든 사람들이 건강·돈·인기·여가 등을 똑같이 원하는 것처럼 학생들도 취업·진로라는 하나의 문제로 귀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에 비춰 보면 학생들이 인생에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다.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애써 얻으려는 것, 위험을 감수할 만한 것, 수년 또는 평생을 바칠 만한 것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바로 사회적 비용을 추가하고 학생들에게 많은 좌절과 시간의 낭비 그리고 심하게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 이러한 좌절과 방황을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취업·진학 지도에 대한 반성과 함께 학생들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취업하고 싶은 기업과 직무를 선택하기 이전에 심도 있고 체계적인 자신의 진로 계획에 대해 진지한 탐색과 분석이 필요하다. 취업 지도 및 진로 계획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탐색 방법이다. 자신이 누구이고 어떠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를 행해야 할 교육의 현장이라는 대학에서는 이러한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실적(단순한 취업률) 위주나 일회성 프로그램 위주의 취업·진로 지도가 이뤄진다는 데서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기업 선택과 직무를 선택할 때 학생의 적성이나 취미를 고려한 다양한 취업·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 취업 시장에 대한 대비를 함과 동시에 학생 스스로 자신의 전략적 취업·진로 계획을 할 수 있는 안목이 형성되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결국 취업·진로 지도는 학생 자신의 특성에 기반한 일의 세계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진정한 의미의 취업·진로 지도가 이뤄져야 한다.

김홍유 경희대 교수, 전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