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에도 쉴 틈 없는 총수들
해외 사업장 점검·하반기 경영 구상
주요국 방문해 부산엑스포 막판 유치 총력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2년 9월 13일(현지 시간) 파나마시티에 위치한 파나마 대통령궁을 찾아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에게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지원을 요청했다. 사진은 파나마 대통령궁에서 만난 이재용 부회장과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2년 9월 13일(현지 시간) 파나마시티에 위치한 파나마 대통령궁을 찾아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에게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지원을 요청했다. 사진은 파나마 대통령궁에서 만난 이재용 부회장과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올해 추석 연휴에도 재계 총수들은 하반기 주요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해 막바지 총력 지원에 나서며 바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개별 해외 출장 외에도 올해 1월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시작으로 일본·미국·프랑스·베트남·폴란드 등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숨 가쁜 글로벌 경영을 이어왔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법원 휴정 기간을 활용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사업장 방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9월 마지막주 재판 휴정에 따라 오는 10월 13일까지 20일 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회장은 명절 연휴 기간에도 해외 현지 사업을 점검하거나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미팅을 해왔다.

이 회장은 2022년 추석 연휴 기간에는 멕시코의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 공장,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 등을 방문하고 파나마에서 중남미 지역 법인장 회의를 여는 등 보름 일정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이번에도 현지 사업을 점검하는 동시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 왼쪽 윗 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사진=각 사 제공
사진 왼쪽 윗 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사진=각 사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30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이번 추석 연휴 기간 해외 출장길에 올라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엑스포 유치 전략상 방문하는 국가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해외 각국을 찾아 홍보 활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9월 2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하이틴 프로필 사진과 함께 추석 인사를 전하며 최종 투표일을 두달 여 앞두고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 힘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SNS를 통해 "저는 몸이 수십 개라도 모자라게 뛰고 있다"며 "요새는 땅에서보다 비행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태원 SK·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7월 12일 ‘제주포럼’에서 부산엑스포 로고가 그려진 목발을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최태원 SK·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7월 12일 ‘제주포럼’에서 부산엑스포 로고가 그려진 목발을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번 연휴에는 별다른 국외 일정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9월 초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연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공장(HLI그린파워)을 찾아 현지 전동화 시장을 점검했다.

지난 9월 19일(현지 시간)에는 정몽구 명예회장 때부터 각별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온 미국 조지아주를 찾아 조지아공대와 미래 모빌리티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9월 7일(현지 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설립한 베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방문해 전극 공정을 점검하고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9월 7일(현지 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설립한 베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방문해 전극 공정을 점검하고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연휴에 앞서 9월 26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하는 'LG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중장기 경영 전략을 논의했다.

LG그룹 CEO들은 이 자리에서 미래 준비에 대한 집중력을 더욱 높여가야 할 시기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미래 사업영역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실행의 속도를 높여가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 회장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차별적 고객가치"라며 "미래준비에 있어 시장성과 성장성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차별적 고객가치에 보다 집중해서 더 절박하게 미래준비에 대한 실행을 가속화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10월 하순부터 한달 간 계열사별 사업보고회를 열어 경영 실적과 2024년 사업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8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시 항암 기능을 강화시킨 세포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8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시 항암 기능을 강화시킨 세포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번 연휴에 한국과 일본의 사업장을 둘러보는 등 경영 전략을 구상하고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9월 22일 베트남을 찾아 롯데몰 웨스트트레이크 하노이 오픈 기념식에 참석하고 현지 정·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번 연휴에 자택에서 경영 구상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 경영 정상화 방안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을 대표해 주요국 경제사절단에 참가하는 등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도 김 회장 대신 한화그룹을 대표해 참석, 민간 외교관으로 활약한 바 있다.

아울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은 10월 21~24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카타르 도하를 방문하는 중동 경제사절단에 동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들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접견을 추진하며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은 언론에 보도되는 해외 출장 일정은 극히 일부분이고 1년에 절반 이상은 해외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번 연휴에도 비공개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