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상사와의 마찰로 공개석상서 폭언 등 모욕 받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내 및 계열사인 현대차그룹·현대제철에 신고···3개월 지나도 묵묵부답
괴롭힘 발생 후 업무지원팀에서 물류지원팀으로 발령···사측 “원래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제보자 “괴롭힘 빨리 끝났으면”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A회사의 인사지원팀에서 실시한 업무평가제도 도입을 위한 설명회가 진행됐다. 진행 과정에서 설명회를 준비한 팀장과 관계부서 팀원과의 마찰이 발생했다. 당시 설명회를 주최했던 인사팀 소속 ㄴ팀장은 경영관리부 소속인 ㄱ씨에게 공개석상에서 고성을 질렀다.
ㄱ씨는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직원이 상사와의 미팅으로 회의에 불참한 것을 전했는데, ㄴ팀장이 다짜고짜 교육 듣기 싫으면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이튿날 팀장은 ㄱ씨를 회의실로 호출해 “회사가 기부단체냐. 야근해라”, “이 새끼야 하극상하면 죽여 버린다”며 폭언을 쏟아 부었다.
ㄱ씨는 “그날 직속상관인 팀장님한테 ㄴ팀장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전보시킨다는 말을 들었다”며 “내키지 않겠지만 그 팀장에게 사과를 하라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생활에 불이익을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제보자 ㄱ씨는 잘못이 없음에도 사과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은 이후에 벌어졌다. 업무지원팀 소속이었던 그는 그해 12월 28일 현장관리를 담당하는 물류지원팀으로 보직발령이 났다. 팀장으로부터 공개석상에서 폭언을 들은 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 사건으로 10년 간 쌓아 온 인사관리 커리어가 사라지게 된 ㄱ씨는 자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부당보직 및 직장 내 괴롭힘을 사내 신고했다.
그는 “제가 겪은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사내 창구를 통해 신고를 했지만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풀기 위해 대표님께도 직접 말씀을 드렸는데 ‘옛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며 케케묵은 옛 이야기로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회의·교육’ 심지어 회식까지 배제···전보발령 이후 2차 가해
전보발령 이후 사내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기다렸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제보자는 설명했다. 그 무렵 2차 괴롭힘이 가해졌다. ㄱ씨는 교육배제부터 현장업무 및 업무회의에서도 배제됐다. 회사의 공식 회식자리 역시 본사의 지침이라며 배제됐다.
ㄱ씨는 “업무에 필요한 안전강화회의를 비롯해 현장 관리직 긴급회의 등은 모두 배제됐다. 회식에서도 배제를 시키기에 상사에게 물어봤더니 ‘본사지침’”이라며 “너를 껄끄러워 한다”는 말로 모든 상황에서 배제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거의 대부분의 업무에서 배제됐고, 한 달 동안 하루에 끝낼 수 있는 업무만 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특성상 총무든 인사든 현장을 모르고 일할 순 없다. 그래서 로테이션을 시키는 건데, (업무 및 회의 배제 등)일을 안 준다고 민원을 넣고, 직원들 있는 자리에서 녹음을 하고 그러니까 직원들도 불편해 한다”며 “회사에 원한을 품고 그러니 신뢰가 깨진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현대제철에 민원 넣었지만 ‘묵묵부답’
사내 어디에도 자신을 대변해 줄 창구가 없다고 느낀 ㄱ씨는 올 6월 7일 계열사인 현대자동차그룹 감사실과 현대제철에도 이 같은 내용을 제보했다. A기업은 2021년 현대제철의 자회사로 편입돼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현대차그룹 사이버감사실은 “해당내용은 현대제철 관련부서에 전달해 확인·검토 중이며, 확인결과에 따라 조치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담당부서의 조사일정에 따라 진행이 지연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9월이 될 때까지 그룹 감사실에서는 어떠한 연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ㄱ씨는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제보가 접수된 이후 계열사인 현대제철로 내용을 넘긴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제철 역시 자사 문제가 아니라 개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회사의 모기업인 현대제철 관계자는 “지난 6월 제보를 받고 해당사안에 대해 경위를 파악하고 있었다”며 “이번 사안은 당사가 개입할 수 없는 자회사의 문제이고 더구나 경인지방고용노동청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조치 이후 사건종결 처리한 사안이라 별도의 조치를 취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제보자에 대한 피드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숙고해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토록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제보자 ㄱ씨는 “몇 번의 신고와 진정을 넣었지만 사건이 조사는 되고 있는지, 어떻게 조사되는지에 대한 답을 전혀 듣지 못했다”며 “그 사이 업무, 회의 등 배제 등으로 2차 가해가 심해지는 걸 보면서 회사를 나가라고 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에게 일어나는 이런 괴롭힘들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차연수 제이에스인사노무컨설팅 노무사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통한 인사명령의 정당성 판단과 별개로 업무상 필요성을 결여한 보복성 인사조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덧붙였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 [끝까지 간다]는 직장 내 괴롭힘 등 억울하고 불합리한 일을 겪고 있는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끝까지 취재해 세상에 알리겠습니다. 제보는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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