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 우오현 한미동맹친선협회 고문(SM그룹 회장). 사진=뉴스1·SM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 우오현 한미동맹친선협회 고문(SM그룹 회장). 사진=뉴스1·SM그룹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예정된 가운데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 한국 재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외교부 1차관이 외교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지만,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바이든 정부와의 접촉일뿐 아직 트럼프 당선인 측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와 탄핵 가능성으로 국정 혼돈에 빠진 한국만 트럼프 당선인과의 정상급 소통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에선 주요 그룹 총수를 중심으로 민간 가교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이자 '막후 실세'로 꼽히는 트럼프 주니어와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초청받아 지난 16일부터 5박 6일간 트럼프 당선인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재계 1호'로 방문해 주목받았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식사를 겸해 약 10~15분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입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과 10~15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취임식 얘기는 특별히 연락받은 바 없다"면서도 "정부 사절단이 꾸려지는 대로 저에게 참여 요청이 오면 기꺼이 응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P·연합뉴스
공식 초청장을 받은 재계 인사도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를 이끄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이다. 미국통인 류 회장은 부시 가문과의 인연을 계기로 트럼프 당선인 측과 인맥을 쌓아왔으며, 공화당 인사들과 친분이 깊다.

우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추천으로 초청을 받아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우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한미동맹재단 고문으로 활동하며 한미 교류 활동에 활발히 참여해왔다.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식에도 초청을 받아 참석한 바 있다.

정계에서는 국민의힘 김대식, 조정훈 의원이 취임식 뒤 열리는 만찬 초청장을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 측근으로 알려진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식에 참석하는 재계 인사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앞서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식 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초청장을 받았다. 이 회장은 당시 국정농단 사건으로 출국금지 조치돼 참석하지 못했다.

재계 미국통으로 손꼽히는 김 회장은 당시 건강상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한미교류협회 회장을 지낸 김 회장은 트럼프 1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약한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인 에드윈 퓰너와 40년 가까이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청와대 국빈 만찬에 참석한 인연이 있다. 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직후인 내년 2월 제4회 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TPD)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두번 만난 최다 접촉 총수다. 신 회장은 2019년 롯데케미칼이 3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석유화학공장을 설립한 것과 관련해 한국 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백악관 집무실에 초청받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다.

신 회장은 2017년에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청와대 국빈만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함께 참석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