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특허청 국정감사에서 “특허청의 선출원 만능주의가 피프티피프티 상표권 분쟁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돌그룹인 FIFTYFIFTY(이하 ‘피프티피프티’)는 6월 19일 소속사인 어트랙트와의 전속계약 가처분신청을 하겠다고 발표한 당일, 그룹명과 멤버 5인 예명으로 된 한글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가수와 소속사 간의 전속계약 갈등과는 별개로 소속사가 5월과 6월에 이미 영문 상표권을 등록했는데, 가처분 신청 당일에 상표권을 따로 등록한 것은 이미 독자활동을 사전에 준비해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으며 누리꾼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김성환 의원은 “피프티피프티가 영문은 제외한 채 한글 상표권만 출원한 것이나 소속사가 출원한 분류업종보다 훨씬 많은 12개 업종에 출원한 것은 선출원주의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상표법 제35조를 악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속사인 어트랙트는 5월과 6월에 총2건에 연예인업/서지업 등 8개 업종에 영문 상표권을 출원했지만,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은 총60건에 연예인업, 인터넷방송업, 공연업, 화장품, 건강식품, 의료업 등 12개 업종에 한글로 된 상표권을 출원했다. 영문상표권과 한글상표권이 별개로 인정되면 선출원주의에 따라 멤버들은 12개 업종에서 한글로 된 상표권 활동이 가능해진다.
김성환 의원은 원조 아이돌 그룹 ‘H.O.T’ 상표권 분쟁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청이 부정목적 등록거절제도를 적절히 활용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김성환 의원은 “‘H.O.T’가 재결합했을 때 그룹명의 상표권을 가진 A씨(SM 전 직원)가 로열티를 요구해 취소심판 공방으로 번지자 특허심판원이 먼저 상표권을 선등록해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심결을 내렸지만, 특허법원과 대법원이 선사용상표의 권리를 인정하고 A씨가 부당한 목적으로 상표를 출원했기 때문에 상표권을 취소한 판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미 유사한 판례가 있어 이 경우 상표법 제34조(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에 해당하는지 부정목적사용을 의심해봤어야 한다. 그러나 선출원주의에 매몰되어 결국 피프티피프티 사태가 상표권 분쟁까지 확장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특허청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했다.
특허청에선 매년 30,000건 정도의 상표권 등록을 거절하고 있는데, 이중 부정목적 등록 거절 건수는 최근 5년간 3.5%~4.4% 수준인 1,000건대에 그치고 있다. 반면 상표 등록 이후에 진행되는 취소심판 건수는 2,000건 이상이고, 인용률은 평균 80% 수준에 이르고 있어 사전에 부정목적 출원을 필터링할 수 있는 제도가 부실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피프티피프티 사태에서도 맹위를 떨친 상표권 사냥꾼의 횡포를 특허청이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성환 의원에 따르면 현재 특허청에서 수백건씩 악의적 상표선점행위가 의심되어 집중관리하고 있는 의심자는 76명에 불과하고, 지식재산침해 피해신고사이트에 신고되는 건수도 연간 10건이 채 되지 않는다. 피프티피프티 역시 최초 출원자는 어트랙트나 피프티피프티 멤버가 아닌 제3자였고, 심지어는 6월 상표권 분쟁이 언론에 보도되고 난 이후에도 상표권 사냥꾼들의 피프티피프티 상표권 출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상표권 사냥꾼들은 유명상표를 선점하여 영업을 하거나 차후에 로열티,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법기술자들”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미 세계적인 가수로 성장한 BTS도 선출원에 의해 상표권을 빼앗길 뻔한 적이 있었고, 골목식당 ‘덮죽’으로 유명해진 자영업자 역시 3년 만에 가까스로 상표권을 돌려받았을 정도로 피해가 막심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의원은 “제2의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막고, 상표권 사냥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특허청이 선출원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선사용주의 제도를 더 강하게 병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