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일론 머스크의 개인 회사인 스페이스X에 투자할 수 없지만 21세기 우주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국내외 전통적인 항공우주 상장기업부터 로켓과 위성을 다루는 유망 성장주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를 위한 선택지는 다양하다. 스타링크 수혜주 반짝‘머스크의 위성인터넷 스타링크 2023년 1분기 한국 출시’
지난해 10월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한국에서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서비스 지도에서 한국을 ‘커밍 순(coming soon)’ 국가로 분류하고 서비스 출시 시기를 2023년 1분기로 설정한 것이 발단이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로 가동되는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다. 소형 위성 1만2000개를 수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저궤도에 띄워 전 세계를 초고속 인터넷으로 촘촘히 연결해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스크의 프로젝트다. 현재까지 약 2000개 위성을 띄운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크라이나처럼 지상 인터넷망이 파괴되거나 고장 나더라도 우주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위성을 통해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스페이스X가 우주산업의 새 역사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스타링크의 국내 진출 소식에 한국 통신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스타링크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주식시장은 예외였다.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주식시장에서는 스타링크 수혜주 찾기가 분주했다. 우선 우주항공주에 스타링크 기대감이 선반영됐다.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쎄트렉아이, AP위성, 한양디지텍과 인텔리안테크 등이 상승하며 스타링크 수혜주에 이름을 올렸다.
주가가 반등했지만, 스타링크의 ‘커밍 순’은 1분기에서 올해 말쯤으로 미뤄졌다. 이사이 수혜주는 보다 구체화됐다. 지난 9월에는 스타링크가 SK텔레콤과 그 자회사인 SK텔링크를 통한 ‘국내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제공’ 목적의 전략적 제휴 계약을 공식 체결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SK텔레콤 관련주들이 스타링크의 수혜주로 급부상했다. 특히 SK텔레콤이 2대주주로 있는 엔텔스와 SK텔레콤의 1차 벤더사로 알려진 옵티코어가 시장에서 부각됐다. 아울러 과거 스페이스X에 고주파 케이블을 공급한 바 있는 센서뷰, 스페이스X와 ‘세종1호’ 발사 계약을 한 바 있는 관계사 한컴인스페이스 지분을 보유한 한컴위드도 수혜주 명단에 올랐다. 관련 기업들은 제휴 계약 보도가 쏟아진 날 주가가 급등했으나, 현재는 차익실현에 나서며 상승분을 반납한 상태다. 2030년 1600조원 블루오션스타링크 수혜주가 일시적으로 반짝였다면, 올 한 해 주요 증권사의 핵심 투자테마 중 하나는 단연 항공우주였다. 올드 스페이스(Old Space, 군사 안보 목적의 국가 주도 우주탐사)에서 뉴 스페이스(New Space,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상업적 목적의 우주탐사) 시대로 접어들면서 발사체와 위성 제조 시장이 민간 주도로 전환되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우주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 중국, 유럽 등 각국은 우주 관련 기반 산업에 대한 정부 예산을 확대하고 있고 민간투자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승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 우주항공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2027년 예정된 누리호 6차 발사가 마무리되면 민간 주도의 국내 발사체 운용과 발사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따라서 2024~2025년부터 국내 위성제조 수요가 증가하고 2028년부터는 발사체 수요도 폭증할 것으로 예상돼 우주산업에 관심을 가져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성장을 가늠케 하는 지표는 시장규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30년에는 우주산업 규모가 약 1조4000억 달러(약 1600조원) 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우주 경제의 극히 일부다. 전문가들은 우주가 가져다 줄 이익이 얼마가 될지는 극히 일부도 짐작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우주에 주목하는 투자 은행가 호이트 데이비드슨은 “지구는 1000조 달러 경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우주는 될 수 있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1000조는 한화로 125경3500조에 달하는 금액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비대면 수요 증가, 안보, 정찰, 인터넷 보급 확산 등 다양한 통신위성 시장 수요의 확대로 우주산업의 성장 속도는 더 가속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주산업의 영역은 우주만큼이나 광범위하다. 우주탐사, 발사체, 위성, 우주기기 제작 등 우주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부분들을 총칭하는 것이 우주산업이다.
우주산업을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로켓 발사에서부터 우주까지 가거나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일 등을 업스트림(upstream), 인공위성을 운영하고 지상의 기지국으로 전파 및 통신을 보내는 일을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구분한다.
뉴 스페이스 산업의 업스트림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한데, 대부분 해외 기업이다. 위성체 제작과 발사 서비스 그리고 위성과 지상을 연결해주는 지상 장비가 포함된다. 위성체 제작과 발사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 관련 기업들이 공급망에 포진해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이다. 테슬라 CEO인 머스크와 아마존의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등 모두 세계 대부호들이 이끄는 민간 우주 기업이다.
이 중 상장사는 버진갤럭틱 한 곳이다. 2019년 10월 28일 특수목적합병법인(SPAC)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방식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국내에도 업스트림 주요 공급망이 있다. △발사체 제작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위성체 제작에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쎄트렉아이,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등 △지상장비 분야에 인텔리안테크, 한양이엔지, 한국조선해양 등이다. K-우주산업의 대표주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우주발사체부터 관측·통신위성, 탐사에 이르는 ‘우주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며 방산우주 종합기업이란 간판을 달았다. 이 회사는 누리호 체계종합 기업으로 선정돼 2027년 누리호 6차 발사까지 제작과 총괄관리를 수행하게 되면서 대표 우주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이승웅 애널리스트는 “높아진 지상방산 부문의 수주잔고와 본격화되는 해외 수출, 항공 부문의 수요 회복, 누리호 고도화 사업 등을 감안 시 단기실적 성장과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하며 방산·우주업종 내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투자에 적극적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10월 18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ADEX 전시장을 방문해 “K-방산처럼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K-스페이스’ 시대를 열겠다”면서 자체 기술 확보와 독자적인 밸류체인 구축으로 뉴 스페이스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차기주자는 항공기, 우주선, 위성체나 발사체의 국내 최고 기술을 가진 KAI다. KAI는 현재까지 전체 매출액에서 우주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편이나 국내 우주산업 육성 계획에 따라 관련 매출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K-스페이스 열 예비 기업 IPO 후끈 한국 최초 민간 우주발사체 서비스 기업 타이틀을 놓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겨루는 예비 상장 K-기업들도 눈여겨볼 곳이다.
지난 3월 국내 우주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우주발사체인 ‘한빛-TLV’ 발사를 성공한 이노스페이스는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상장 주관사로 선정해 현재 상장 전 자금조달(프리IPO 투자유치)을 진행 중이다. 이노스페이스는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발사체 스타트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내년 상장을 목표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기업 역시 코스닥시장에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상장 승인을 받고 내년 1분기 상장이 목표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측은 “해상발사장 구축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연말로 예정된 해상 발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삼성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고, 내년 상반기 후속 투자를 받아 내년 말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2027년까지 100개 이상 초소형 위성을 우주에 띄워 실시간 지구 관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코스닥 입성을 목전에 둔 기업도 있다. 2015년 창업한 우주 분야 스타트업 컨텍은 10월 30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위성과 연결해 데이터를 받는 지상국을 구축해 위성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처리해 분석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이번 IPO를 통해 1438만9041주를 상장한다. 공모 예정 주식은 206만주로 희망 공모가 범위는 2만300~2만2500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2921억~3238억원이다. 상장 주관사는 대신증권이다. 이성희 컨텍 대표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발맞춰 본격적인 성장의 준비가 돼 있다고 자부한다. 대한민국의 우주기술 강국 도약에 일조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기투자에 적합…수익 점검해야 또 다른 선택지는 우주산업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주제별 상장지수펀드(ETF)다. 우주 기반 수익 정도나 기타 지표를 기준으로 회사를 선별해 포트폴리오 형태로 투자할 수 있다.
국내에서 설정된 간접투자상품으로는 △한국투자글로벌우주경제증권펀드 △NH-Amundi글로벌우주항공증권펀드 △다올KTB글로벌메타버스&우주산업1등주증권펀드 등이다.
한국투자글로벌우주경제증권펀드의 운용을 맡은 김현태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 퀀트운용부 책임은 “민간 우주 경제는 위성인터넷, 위성 이미지, 6G 이동통신, 도심항공교통(UAM), 3D프린팅 등 혁신적 우주 기업 생태계를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이 펀드는 우주산업의 풍부한 성장 시나리오에 투자해 높은 성장세를 향유하고 싶은 장기투자자에게 최적의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ETF로는 △우리WOORI미국S&P우주항공&디펜스증권ETF △한화ARIRANG우주항공&UAMiSelect증권ETF 등이 있다. 단, 간접투자상품 절반 이상은 설정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운용역량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장기 성과를 기대한다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대표적으로는 항공우주와 방산 관련 미국 대표주식들로 구성된 △iShares U.S. Aerospace & Defense ETF △항공우주와 방산업 관련주들의 동일 가중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 Aerospace & Defense ETF △항공우주와 방산장비 개발, 제조 및 유통 관련주들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Invesco Aerospace & Defense ETF 등이 있다.
정부도 지난 9월 2027년까지 우주 분야 모태펀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직접 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벤처캐피털(VC)이 조성한 펀드에 예산을 출자하는 펀드다. 이를 통해 국내 우주발사체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단, 우주산업의 경우 안정적 이익 기반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은 주가에 악재다. 대표적인 예가 버진갤럭틱이다.
버진갤럭틱은 4년 전 주식 시장에 상장한 이후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매출은 230만 달러(약 30억원)를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무려 5억 달러(약 6612억원)에 달했다. 첫 시험 우주 비행에 성공했던 2년 전 110억 달러(약 16조)까지 치솟았던 시가총액은 약 13억 달러(약 1조8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첫 상업 우주관광에 성공한 6월 이후에는 급락세다. 상업 우주관광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뉴 스페이스(우주 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으로 이전되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경우도 올드 스페이스에서 뉴 스페이스로 변화를 거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실적을 내지 못해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위성 사진과 데이터 전문기업인 플래닛 랩스는 2021년 4월 상장 시점과 비교하면 주가가 5분의 1토막이 났고, 소형 위성을 띄우는 스파이어 글로벌도 3년 만에 주가가 90% 넘게 하락했다.
CNBC의 마이클 쉬츠는 10월 12일 “SPAC 열풍 속에서 수많은 우주 기업이 상장한 지 최소 2년이 지났는데 그중 어느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란 기사를 게재했다. 그는 이들 SPAC의 가치평가는 삭감되었으며 대부분의 경우 재무결과가 목표치에서 벗어났음을 지적하며 SPAC 열풍을 수익 차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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