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 대상으로 한 의약품 온라인몰로 시작
7년 만에 병의원 점유율 0.11%에서 54%로 껑충
스마트 물류 도입해 풀필먼트 서비스로 사업 확장

블루엠텍 물류센터 / 사진=블루엠텍
블루엠텍 물류센터 / 사진=블루엠텍
의약품 유통 플랫폼 블루엠텍이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의약품과 소모품을 공급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의사들이 주요 고객이다. 최근에는 개원의를 대상으로 레저용품과 소비재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가파른 성장세를 기반으로 2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병·의원계의 ‘쿠팡’…국내 의원 55%가 고객
블루엠텍은 의약품 유통 산업의 온라인화를 목표로 2015년 설립됐다. 2016년 10월 병·의원 전용 온라인몰인 ‘블루팜코리아’를 열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개원가에서 블루팜코리아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인공지능 주문 시스템 ‘블루스탁’을 도입하면서다.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품목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도와주는 서비스로, 병원 개업 초기 바쁜 의사들의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가입자 수가 증가했다.

온라인몰의 주력 판매 제품은 백신과 비급여 주사제다. 의약품, 의약외품, 소모품 등 5만여 종을 구비하고 있다. 최근엔 의사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소비재와 레저용품까지 취급 품목을 확대했다. 블루팜코리아에 가입한 의사 회원은 2만7000여 명이다. 이 중 90%가 개원의원 원장이다. 국내 전체 의원의 55% 이상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블루엠텍은 개원가 의사들을 대상으로 의약품 판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내 의약품의 주문 및 재고관리를 돕는 서비스인 행정 원장 ‘블루미’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 로봇 블루스탁과 블루미는 의약품 주문 시 구매 패턴을 분석해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고 동일 성분으로 대체가 가능한 상품을 알려준다. 병·의원 구매 항목의 재고관리도 도와준다. 블루팜코리아는 홈페이지에 ‘e-디테일 서비스’도 도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유통 허가된 모든 의약품의 제조사, 분류, 품목 코드, 효능·효과, 유통기한, 보관 방법 등의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블루엠텍은 병·의원 경영관리에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이다. 전자차트시스템(EMR)과 연동해 비급여 의약품의 처방 및 치료 관리를 돕는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의약품 이커머스 플랫폼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평택 물류센터에 의약품 풀필먼트서비스 도입
블루엠텍은 의약품 업계에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해 경기도 평택에 냉장 의약품 보관과 출고에 최적화된 1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착공했다. 온도 관리가 가능한 의약품 전용 회수용 수송 박스도 개발했다. 운송 중 온도 데이터 측정과 저장이 가능한 디바이스를 장착해 출고부터 배송 완료 때까지 냉장 의약품의 온도를 관리할 수 있는 용기다. 이 시스템을 통해 병·의원은 배송받은 의약품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 수송 박스를 재활용하면 스티로폼과 일회용 냉매 남용으로 인한 환경 문제를 줄일 수 있고 병·의원도 폐기 및 처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블루엠텍은 냉장 배송을 이용하는 병·의원에 안전 배송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냉장차에서 하역한 뒤 보관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콜드체인이 유지될 수 있도록 냉장 전실을 구축했다. 화재로 인한 의약품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랙스프링클러’도 설치했다.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제약사들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풀필먼트 서비스란 주문한 상품이 물류창고를 거쳐 배달되기까지 전 과정을 물류 전문업체가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의사들이 의약품을 주문하면 블루엠텍이 해당 제품을 생산한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재고를 확보한 후 입고·보관·선별·포장·배송을 전담해주는 것이다. 회사 측은 SK바이오사이언스, 바이엘, 한독, 한미, 보령, HK이노엔 등 다양한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제휴사를 확대하고 있다.

블루엠텍은 2020년 10월 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2021년 9월 18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그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아기 유니콘 200과 지난해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의약품 구매 분야에 특화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771억원으로 전년 대비 55.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의원급 요양기관 기준 시장점유율은 2016년 0.11%에 불과했지만 6년 만에 53.98%로 올라섰다. 국내 의원 두 곳 중 한 곳은 블루팜텍코리아를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는 셈이다. ◆시가총액 2000억원 도전
블루엠텍은 11월 코스닥 상장을 위해 140만 주를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격은 1만5000~1만9000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591억~2015억원이다.

주관사인 하나증권은 ‘주가매출비율(PSR)’ 방식으로 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했다. PS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매출로 나눈 비율로, 성장성이 높은 초기 플랫폼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주로 사용된다. 블루엠텍은 올해 2분기까지 최근 4개 분기의 매출(959억원)에 PSR 2.39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약 23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PSR 2.39배는 비교 기업인 비트컴퓨터와 더블유에스아이 두 곳의 평균이다. 여기에 8.43~27.71%를 할인해 희망공모가를 도출했다. 회사 측은 10월 31일부터 11월 6일까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익미실현 요건으로 상장하는 만큼 일반청약자는 환매청구권이 부여된다. 상장 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공모가의 90%에 주관사가 공모주를 되사주는 제도다. 블루엠텍은 3개월 내 환매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다.

블루엠텍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소프트웨어에 투자할 계획이다. 신규 사업으로 의료기관용 소프트웨어 ‘블루피드’와 병·의원 전용 ERP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블루피드는 제약사 영업직원의 영업 활동을 기록하고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회사 측은 제약사와 영업직원에게 편의성, 적시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RP 서비스는 병·의원의 처방 정보, 의약품 재고 정보 등을 포함한 진료 기록을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과 연동해 병·의원과 제약사에 제공하는 것이다. 블루엠텍은 처방 정보와 유통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결과물과 인사이트를 제약사에 제공함으로써 데이터를 상품화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동남아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에 의약품 온라인 상거래 시장을 확대하고 의약품 콜드체인시스템을 수출해 K-바이오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며 “의약품 판매를 시작으로 의사들에게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