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반도체 그 이후 넥스트K가 온다]
사진=LG생활건강·그래픽=박명규 기자
사진=LG생활건강·그래픽=박명규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수식어 하나로 베트남의 인기 브랜드가 됐다. 이외에도 설화수부터 더페이스샵까지 다양한 화장품들이 베트남 여성들의 장바구니에 담긴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F&F의 대표 브랜드 MLB는 성인용뿐만 아니라 유아동 의류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의 패션뷰티 산업은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침체,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소비자 심리 악화,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의 영향을 받아 전년 대비 소폭 줄었으나 K-콘텐츠의 인기로 전망은 여전히 밝다.

한국의 패션뷰티는 2000년대 중반부터 K팝의 인기가 늘어나면서 해외에서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소비되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패션뷰티(화장품·패션의류) 산업의 지난해 수출액은 105억9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117억9700만 달러) 대비 소폭 줄었지만 2021년 이후 100억 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콘텐츠 선호도도 높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 해외 한류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한국 문화 관련 지출액이 가장 높은 콘텐츠는 패션(월평균 32.4달러)으로 분석됐으며, 뒤를 이어 뷰티(28.3달러)가 2위를 기록했다. 평균 지출액(14.8달러)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K-패션뷰티가 특히 각광을 받는 곳은 베트남,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화장품 수출은 지난해 동남아 4국에서 8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개별 지역으로도 모두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그 중심에는 베트남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 국가 중 베트남에 화장품을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시장의 5번째를 차지하는 국가가 베트남이다. 특히 최근 베트남으로 화장품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화장품 수출액 기준 1~4위 국가 모두 감소세를 기록한 반면 베트남 수출은 전년 대비 23.4% 증가했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K-콘텐츠 등을 통해 접하는 한국 스타일의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전 세계 평균 한국 패션 경험률은 52.5%로 집계됐지만 태국(82.6%), 말레이시아(73.2%), 베트남(66.6%) 등 동남아 지역은 평균을 웃돌았다.

패션업계에서는 영원무역, 휠라 등이 있으며, 뷰티업계에서는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제조사개발생산(ODM) 등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동시에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원무역의 경우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 수출에서 발생하며, 꾸준한 성장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8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99% 증가했다. 휠라홀딩스는 매출의 80% 이상이 한국 외 지역에서 나오고 있으며, 한국콜마 역시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정지윤·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컬처 영향력이 소비재로 확산되면서 미국, 아세안을 중심으로 수출이 지속 성장세”라며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팬심을 기반으로 하는 K-뷰티 수출은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의류 역시 코로나19 이후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