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8월 말까지 3%대였던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최저금리는 9월 초 연 4%를 훌쩍 뛰어넘었고 시중은행의 최저금리는 9월 초 연 3%대로 하락하며 금리 역전이 일어났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를 ‘카카오뱅크의 울며 겨자먹기식 금리인상’이라고 해석했다.
주담대 급증이 가계부채의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칼날이 인터넷은행을 향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9월 4일 “인터넷은행이 주담대로 외형확장에만 몰두하고 소득심사와 건전성 관리는 소홀했다”며 영업 관행 점검에 착수했다.
국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의 본래 설립목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대신 ‘주담대’에만 몰두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카카오뱅크가 발이 묶인 사이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은 저금리를 내세운 비대면 대환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주담대 갈아타기’ 출혈 경쟁에 나섰다. “주담대로 배 불렸다” 당국 칼날 향해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사법 리스크와 ‘주담대의 원흉’이라는 화살마저 카카오뱅크로 향하며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주담대로 배를 불렸다는 비판과 달리 증권가에서는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낮은 금리로 주담대를 확대하며 실적을 끌어올린 만큼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다.
두 입장 사이에 모순이 있다. 카카오뱅크가 ‘저금리’ 주담대 위주로 성장해 수익성이 낮다면, ‘저금리’ 주담대로 이자 잔치를 벌였다는 얘기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쪽에서 욕을 먹는 카카오뱅크는 진퇴양난이다. 절반 이상이 ‘갈아타기’ 수요인데…난감한 카뱅 팩트를 살펴보자.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을 냈다.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이익은 18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3%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2482억원으로 52% 늘었다. 깜짝실적은 주담대 덕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에만 4조9660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했다. 취급액이 크다 보니 이자수익도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총이자수익(9593억원) 가운데 33.8%(3245억원)가 주담대 이자수익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절반 이상이 ‘갈아타기’ 수요였다. 카카오뱅크의 대환대출 비중은 지난 2분기 말인 6월 이후 4개월 연속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26.7%에 불과했던 갈아타기 비중이 올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이 낮은 금리를 찾아 갈아타는 대환대출 비중이 높은 만큼 전체 가계대출 증가분에서 인터넷은행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의 9월 말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19조8672억원이었다. 하지만 9월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이 100조원이 넘는 KB국민·우리은행 등과 비교했을 때 5분의 1 수준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카카오뱅크의 대환대출 비중이 높은 점을 근거로 들며 “금융 당국은 최근 증가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가 반드시 규제와 배치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카카오뱅크의 낮은 대출금리는 ‘국민의 가계 대출이자 부담 경감’이라는 정부 당국의 지향점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가산금리, 시중은행보다 최대 3%p 낮았다 카카오뱅크가 난감할 만한 이유는 또 있다. 애초에 파격적인 저금리 상품이 등장할 수 있던 건 카카오뱅크가 가산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를 정할 때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다. 가산금리는 은행의 ‘영업비밀’로 통한다.
은행별로 가산금리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통상 업무원가, 리스크 관리 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포함해 가산금리를 정한다. 준거금리는 기준금리와 코픽스 등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은행이 이자 수익으로 얻을 수 있는 대출 이익은 가산금리로 결정된다.
실제 지난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가산금리는 시중은행 대비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카카오뱅크의 가산금리는 0.46%로 가산금리 평균은 4개 시중은행 평균(3.10%)과 비교해 2.64%포인트(p) 낮았다. 카카오뱅크의 가산금리는 3월 0.13%까지 떨어지며 시중은행 평균과 비교하면 무려 3%p 내외의 차이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카카오뱅크의 총이자수익은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카카오뱅크의 순이자이익은 하락세다. 은행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순이자이익은 지난해 4분기 2.83%에서 올해 1분기 2.62%로 낮아졌고, 2분기에는 2.26%로 추가 하락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월 처음으로 모바일 주담대를 선보였다. 시중은행에 비해 후발주자인 만큼 주담대 수요를 끌어모으기 위해 파격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며 금리 갈아타기 수요를 빨아들였다.
주담대 대환대출 시 소비자가 내야 하는 수수료는 ‘제로’였다. 저금리와 제로 수수료는 ‘플랫폼’ 특성을 활용해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원가를 낮췄기에 가능했다. 2023년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는 5.9조원 잔액의 모임통장(총 수신의 13%) 등 예금상품을 활용해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주담대 규모가 커지면서 40대 이상 신규 고객 유입도 늘었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른 상황에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규모의 경제’로 안정적인 자산을 확보해야 ‘중저신용대출’ 같은 서비스도 확대할 수 있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게다가 증권가에서는 최저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주담대가 카카오뱅크의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중도상환 해약금이 없는 담보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가져가다 보니 ‘최저 대출금리’를 유지해야만 잔액 규모가 버텨주는 구조를 갖고 있다”며 “2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로 담보대출이라는 점에서 마진 희석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높은 마진 대신 낮은 이자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 했던 카카오뱅크가 주담대 ‘이자 잔치’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어이없는 상황은 한국 금융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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