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인구 고령화에 이은 경기침체 경험
자영업 비중 높은 한국, 내수 살리는 저출산 대책 필요해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지금, 인구 고령화에 따른 소비침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인구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는 경제활동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소비 또한 감소하면서 내수경기를 장기 침체에 빠트릴 수 있다. 일본은 200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침체가 진행된 국가이며 많은 선진국들이 뒤를 따랐다. 일본은 1980년대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1994년에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후 2005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세계에서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일본이 지난 장기불황을 겪은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인구 고령화로 알려진 것처럼 고령화 문제는 단순한 인구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국가적 과제라 하겠다.

일본 이외에도 인구 고령화가 크게 진행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경제침체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유소년(0~14세) 대비 고령층 인구 비중으로 나타내는 노령화지수는 2023년 한국이 167.1을 기록하며 OECD 회원국 중 5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노령화지수가 높은 국가는 일본(262.2), 이탈리아(200.5), 포르투갈(179), 그리스(170.2) 순이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경제성장에 어려움을 보인다.

즉 내수경기를 살리려면, 중장기적으로 출생률을 높이고 인구를 늘리는 정책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명이 길어지고 고령화율이 높아지면, 은퇴 전부터 노후를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까가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가 된다. 결국 많은 인구가 노후를 위해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들이 은퇴한 후에는 시간이 갈수록 더 소비가 위축되면서 국가 전체적인 소비위축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고물가에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60세 이상 가구의 이자비용이 소득세 및 재산세 등 정시적인 세금부담보다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가구의 소득수준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세금부담 이외에 이자비용도 커지면서 가처분소득이 계속 줄고 있는 것이다. 60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이렇게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게 되면 소비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고령층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들 노년층의 소비가 위축되면 국민 전체적으로 소비위축이 발생한다.

한편 한국은 OECD에서 자영업 비중이 상위권(톱5)에 속한 자영업자가 특히 많은 국가다. 자영업자들은 내수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내수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수경기가 얼어붙었는데,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내수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고환율 등 3중고(重苦)로 인해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했고 이에 따른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3중고는 경제성장이 지체되고 소득이 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용만 커진다. 그 결과 실질소득이 하락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수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게 된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는 소비위축을 더욱 부채질해 국가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인구 고령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정책 대응에 힘을 쏟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저성장경제, 경제 불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에서 육아의 어려움 때문에 출생률이 감소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육아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각오와 자세로 인구정책에 대응해야 한다. 실효성 낮은 인구정책으로 때를 놓치면 지금보다 몇 배의 재정투입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인구 고령화 해소를 위한 인구정책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유례없는 협치가 필요하며, 보다 실효성 높은 정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