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10년 금리는 7월 FOMC 이후에만 1.12%p 급등하며 4.99%까지 상승했다. 2007년 이후 최고치다. 우리나라 국고채 10년 금리도 이 기간 0.73%p 급등하며 4.39%까지 상승했다. 고금리의 장기화 우려로 주요국 증시도 상승 추세가 꺾인 채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Fed의 통화긴축이 꽤 높은 강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의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저임금·저숙련 일손 부족 등으로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하고, 가계는 장기 고정금리 모기지 비중이 높아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전된 환경,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팬데믹 기간에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정책 변화가, 그리고 팬데믹 동안 나타난 기술 변화가 ‘중립금리’ 수준을 높였을 가능성이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뜨겁게도 차갑게도 하지 않는 적절한 기준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만약 강력한 통화긴축의 영향으로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아졌다면 향후 경제는 위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중립금리 자체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
중립금리는 2000년대 이후 꾸준하게 낮아졌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소비보다 저축을 늘렸고, 아시아의 제조업 중심 수출국과 중동의 원유 수출국들은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저축이 쌓였다. 소비나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보다 과잉저축에 의한 ‘자금 공급’이 많아지면서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팬데믹을 전후하여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낮아지던 중립금리를 상승 반전시키는 요인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높은 기준금리를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첫째, 미국 정부가 전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채택하면서 신규 투자가 증가했다. 인도와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 정부는 미국 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투자는 대체로 ‘수요가 강해서, 또는 수요가 강해질 것’이라는 경기 사이클 측면에서의 전망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팬데믹 동안 경험한 공급망 불안이 미·중 디커플링과 결합되면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투자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친환경 산업의 주도권을 쥐려는 기업의 의지와 미국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고 있는 것 역시 투자가 늘고 있는 이유다. 신규 투자가 증가하면서 자금 수요가 늘어나게 됐는데, 이는 중립금리를 높이는 요소다. 또한 소비를 위축시키려는 통화긴축의 효과가 투자를 촉진하는 재정정책으로 상쇄되는 모습도 확인되고 있다. 즉 소비는 정점에서 느리게 내려오고 있는 반면, 오히려 민간투자는 반등하고 있다. 채권금리와 달러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둘째, 생산성이 높아졌거나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변화들이 나타났다. 팬데믹 동안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멀리 있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이 낮은 가격으로 큰 거부감 없이 폭넓게 보급되었다. 더 많은 사람을 낮은 비용으로 만날 수 있는 기술 변화로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재택근무나 혼합근무가 확산되면서 협업 툴 사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도 나타났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면서 생산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경제 성장세가 강해지면서 중립금리가 높아지는 영향이 있다.
셋째,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수요가 많아졌다. 재정적자 급증에 따라 미국 재무부의 적자국채 발행도 기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2023년 GDP의 5.8%에서 2053년에는 1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자비용을 제외한 기초수지 적자(Primary deficit)는 2023년과 2053년 모두 GDP의 3.3%로 동일하지만, 총 재정수지 적자(Total deficit)는 이자비용 증가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때문에 급증한다는 추정이다. 즉 이자를 갚기 위한 국채 발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의미다.
재정지출 중에서 이자를 갚기 위한 지출 비중은 2021년 13%에서 2022년 41%로 급증한 뒤 2026년부터는 52%로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초수지 적자 역시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등 사회보장 지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쉽게 줄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미국에서는 대출 만기로 차환을 앞둔 대기업들이 고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하는 건수가 예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측면에서도 외국인의 미 국채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Fed는 보유 채권 규모를 줄여 나가는 양적긴축(QT)을 진행 중이다. 미 국채 발행잔액은 2023년 6월 말 25.1조 달러로, 팬데믹 이후 3년 반 만에 50.3%나 급증했다.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금액은 증가하고 있지만, 발행잔액 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하면서 보유 비중은 팬데믹 직전 30%에서 현재 24%까지 감소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Fed였다. Fed(정부 포함)의 보유 비중은 현재 44%까지 확대되었지만, 양적긴축의 영향으로 2021년 말 46%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처럼 미국도 2022년 하반기 이후 개인들의 채권투자가 대폭 늘어나며 채권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가 나쁘면 자금수요가 줄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했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의 자금수요가 줄어도 정부가 빌려야 하는 돈의 규모가 이를 압도한다. 경기가 나빠져도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은 에너지 전환, 그리고 공장설비 등 과거에 비해 엄청난 돈이 필요한 투자다. 정부는 더 빌려야 하는데, 중앙은행은 양적긴축을 하고 있고 외국인의 미 국채 수요는 정체되고 있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던 사람들은 은퇴하면서 저축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만약 경제가 나빠지면 경기부양을 위해 오히려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생기는 민간의 자금수요 감소를 정부의 자금수요 증가가 압도할 것이다.
결국 정부 재정이 적자를 내고 있는데,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주지 않고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지금 같은 구조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경제가 나빠져도 금리가 상승한다면 장기국채와 주식은 같은 자산군인 셈이다. 자산배분 효과가 없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대응전략만약 중립금리가 더 높아졌다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더 높아야 한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더 올리면 금융불안이 높아지고 경제의 특정 부분들이 흔들릴 수 있다. Fed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높은 기준금리를 오랜 기간 이어가는 것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3~6개월)으로 미국 경제는 3분기를 정점으로 완만하게 둔화되면서 장기금리는 반락하고 주가는 반등할 전망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경기는 순환했지만 장기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했던 것처럼, 향후 장기금리는 반대로 추세적으로 상승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핵심은 중립금리 상승,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이다. 따라서 아직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 (6~12개월)으로는 경기둔화 또는 금리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의 하락폭은 국채 발행 증가로 제한되거나 상승하면서 경기침체로 진입할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침체의 불확실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만큼 전략의 우선순위는 유지하되 혁신테크와 장기채 투자 수요 일부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 대응이 가능한 퀄리티 주식과 고금리 단기채권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기존 장기국채 투자자는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차익 기회는 주기적으로 찾아오기 마련이다. 특히 2025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전에는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 부담을 해소하는 것이 부담이 없다. 자본차익을 노린 장기국채 투자자라면 비싸진 저쿠폰 채권 대신 지표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신규 또는 추가 장기국채 투자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초장기채의 적립식 투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산이 축적되던 장기금리 하락기에 적립식 주식투자가 유리했던 것처럼, 고금리의 장기화 또는 장기금리의 추세 상승 위험이 높아진 시점에는 연금처럼 고정소득(인컴)을 확보하기 위한 초장기채의 적립식 투자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자본차익 기회는 옵션이 될 것이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 박사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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