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0m의 절벽 마을에서 만난 24살 A씨는 창신동을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동네’라고 설명하며, 친구의 인증사진을 보고 따라 방문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창신동 필수 코스는 다음과 같다. 창신동 완구거리에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구경한 뒤 골목길을 따라 절벽 마을로 올라간다. 이때 이동하는 중간중간 높은 계단 앞이나 골목길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식사 후 남산 경치를 조망하며 커피 한 잔에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다. 음식점은 태국과 홍콩 음식, 한식까지 폭이 넓고, 디저트 카페 역시 도넛과 밀크티 등 선택지가 꽤 다양하다. 이어 낙산공원 성곽을 따라 산책하는 것도 좋다. 헤어지기 아쉽다면 창신 골목시장에서 매운 족발을 먹어보는 것도 권했다.
창신동 내 2030세대의 주요 활동 상권은 1호선 동대문역과 동묘앞역 중간 지점부터 약 1.3km 거리에 있는 6호선 창신역 인근 절벽 마을까지로 반경이 꽤 넓은 편이다.
바로 옆 골목시장에 위치한 매운 족발, 민물장어, 곱창집 등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진 노포 음식점도 인기에 한몫했다.
거기에 절벽 마을에 테르트르 카페와 창창, 단풍도넛(구 도넛정수), 홍콩밀크컴퍼니, 우물집 등 젊은 층을 겨냥한 F&B 매장이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해당 업체들은 절벽 동네의 특성을 활용했다.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가파른 지형을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고,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을 앞세워 SNS 인증사진 명소로 브랜딩했다.
처음에는 완구거리나 족발집이 있는 골목시장 등 오래 자리를 지킨 일부 장소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어 절벽 마을에 개성 있고 인스타그래머블(SNS에 올릴 만큼 트렌디)한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창신동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MZ세대는 끊임없이 새로운 곳,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 뻔하지 않고 재밌고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일명 펀슈머(Fun+Consumer)인 젊은 층은 번거로움도 마다치 않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석지고 오래된 곳들을 찾아다닌다. 건물 칠이 벗겨지고 간판 색이 바랜 을지로와 신당동 등 오래된 동네를 ‘힙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젊은 층이 유입되며 트렌디해진 두 동네는 이제 ‘힙지로(힙+을지로)’, ‘힙당동(힙+신당동)’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비인기 상권이었던 창신동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절벽 마을의 몸값도 함께 뛰었다. 글로우서울이 처음 창신동에 매장을 연 2021년 말 기준 절벽 마을 건물 가격은 1평(3.3)당 1300~1500만 원 수준이었다. 이후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평당 2500만~3000만 원 수준까지 가격이 올랐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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