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안경 브랜드 '바턴 페레이라' 인수
명품 소비 둔화세에 새 수익원 확보 나서…액세서리 강화

LVMH, '안경'까지 품는다…1000억원 투자한 이유는[최수진의 패션채널]
명품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소비심리는 꺾이면서 글로벌 명품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기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왔지만 올해는 성장세가 크게 약화했죠.

세계 1위의 프랑스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도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없습니다. 올해 3분기 매출 199억6400만 유로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하는 데 그쳤거든요. 상반기까지는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말입니다. 업계에서는 LVMH의 실적이 발표되자 "결국 명품 시장의 하락세가 시작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고요.

LVMH 주가는 지난 6개월간 20% 하락했고,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밀려 '세계 1위 부자' 타이틀도 뺏겼죠. 최근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도 밀렸습니다.

그래서 LVMH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6일(현지시간) 안경사업부인 텔리오스(Thélios)를 통해 럭셔리 안경 브랜드 '바턴 페레이라'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건데요. 바턴 페레이라는 미국의 유명 안경 회사로,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착용한 선글라스로도 잘 알려진 브랜드죠.

안경사 빌 바턴과 디자이너 패티 페레이라가 2007년 설립한 회사로, '타협 없는 품질·디자인과 완벽한 장신정신'이라는 슬로건으로도 유명합니다. 데미 로바토, 산드라 블록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애용하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평균 판매가는 500~600달러(65만~78만원) 수준이고요.

그렇다면 LVMH가 안경 회사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장 성장성을 본 겁니다. 안경렌즈 제조회사 에실로룩소티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안경 판매액은 1070억 달러(약 139조원)를 돌파했으며, 향후 몇 년간 한 자릿수 중반대의 성장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여기에 명품의 첫 소비가 구매 부담이 적은 액세서리류부터 시작된다는 점도 이들의 인수에 영향을 미쳤겠죠.

인수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약 8000만달러(약 1040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VMH는 바턴 페레이라의 시장을 글로벌로 넓힐 계획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다른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비교적 적다는 판단인데요. 텔리오스가 가진 영향력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등 잠재력 높은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LVMH는 "바턴 텔리오스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이번 인수는 텔리오스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럭셔리 안경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LVMH가 액세서리 카테고리를 강화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