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촌 센트럴 자이’ 고분양가에 옆 단지 낙수효과
서울 먼 한강신도시는 실수요 문의만

[스페셜 리포트 : 서울시 김포구?]
김포 한강신도시 번화가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김포 한강신도시 번화가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서울이 되면 좋아진다는 것은 다들 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과연 되겠나?’라는 의구심이 강하다.” 김포골드라인 장기역 앞에서 만난 김모 씨(50대, 한강신도시 거주)가 말했다.

2023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금, 전국의 관심은 지금 김포로 향해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의 ‘메가시티 서울’ 구상의 방아쇠를 당긴 곳이 김포이기 때문이다.

김병수 김포시장 등 김포 지역 여당 정치인들은 김포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포함에 반대하며 ‘서울 편입’을 주장했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에 호응하며 국가적인 이슈가 됐다. 김포뿐 아니라 광명, 구리, 남양주, 고양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지역에서도 “서울로 들어가겠다”는 요구가 나오면서 여당은 아예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를 구성해 전선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 있어 대한민국 중심인 서울의 일부가 되는 일은 이처럼 각 지역에서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선 부동산 시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기도 한다. 서울에 편입되면 서울의 교통, 생활 인프라를 공유해 삶의 질이 높아지는 데다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광역시도에 속했다는 후광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4631만원으로 전국(4억4770만원)은 물론 수도권(6억6180만원) 평균과도 차이가 크다.

그러나 뜨거운 여론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낮아진 기온처럼 김포 부동산 시장은 대체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이 하락기에 접어든 이후 적체된 매물들로 인해 여전한 ‘매수자 우위’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동시에 같은 김포 내에서도 서울 근접지역과 다른 지역의 수요층이 갈리며 온도차가 생긴 분위기였다. 서울 바로 옆 고촌, 외지인 수요 주목
김포는 1998년 군에서 시로 승격한 이후 택지개발사업 등을 통해 아파트가 들어서며 인구가 급증했다. 이 같은 주거지는 주로 한강변을 따라 김포시 동쪽에 밀집해 있는데 그중 서울과 직접 접하고 있는 곳이 고촌읍이다. 서울과 인접한 만큼 고촌은 김포 내 다른 지역보다 외지인 투자수요가 많았다.
김포 고촌역 앞 고촌 센트럴 자이 견본주택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김포 고촌역 앞 고촌 센트럴 자이 견본주택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최근 ‘고촌 센트럴 자이’가 공급되면서 다시 이곳 부동산에 주목하고 있다. 고촌 센트럴 자이는 10월 27일 김포골드라인 고촌역 앞에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 일정을 시작했다. 부동산 하락기에는 통상적으로 견본주택 개장 며칠 만에 경품 행사 등이 끝나면서 소위 ‘오픈 빨’이 빠져야 하지만 고촌 센트럴 자이는 이 법칙을 다소 빗겨갔다. 10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고촌읍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당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고촌 센트럴 자이 분양 관계자는 “오픈일부터 3일간 2만6000여 명이 방문한 뒤 월요일(10월 30일) 오후에 서울편입 기사가 뜨면서 기대치 않게 방문객이 늘어 일요일까지 총 방문객 수가 4만3000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편입 이슈를 기점으로 방문객 구성 또한 달라졌다. 오픈 초기 방문객은 김포 주민이 70%였는데 이후 서울과 용인, 화성, 수원 영통 등 경기 남부 방문객 비중이 상당수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분양 관계자는 “광명도 서울 편입 대상으로 거론돼서인지 광명 철산자이(철산자이 브리에르) 견본주택에 방문했다가 김포에 들른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고촌 센트럴 자이는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금리가 높아진 상태에서 고분양가 논란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고촌 센트럴 자이 분양가는 3.3㎡(평)당 2236만원으로 전용면적 84㎡ 타입이 7억원대에 나왔다. 발코니 확장 등 옵션을 적용하면 8억원에 육박한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는 지금까지 김포에서 나온 아파트 분양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11월 6일 진행된 특별공급에선 총 586가구 모집에 273건 신청이 접수됐다. 7일 1순위 일반공급에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용면적 63㎡와 76㎡ 타입만 청약 마감됐다.

한번 집중된 관심은 옆 단지로 퍼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비싼 ‘자이’ 대신 저렴한 기존 아파트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촌 센트럴 자이와 접한 ‘수기마을 힐스테이트’는 2008년 입주한 구축 아파트로 현 시세가 자이 분양가보다 저렴하다. 수기마을 힐스테이트 2단지 전용면적 84㎡ A타입은 주택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과 지난해 상반기 각각 7억7500만원, 7억8000만원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실거래된 가격은 이보다 2억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고촌읍 소재 T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 힐스테이트 34평(전용면적 84㎡) 아파트 2건을 거래했다”며 “바로 옆 ‘자이’ 분양가보다 시세가 저렴해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포를 방문한 서울 강서구 주민은 “예전에 고도제한이 걸려 개발이 안 된 개화동 등 서울 강서구 일부 지역보다 고촌이 낫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며 “자이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러 왔는데 옆 단지 가격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희망고문 그만” 지역선 신중론 우세
이마트 김포한강점 앞에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이마트 김포한강점 앞에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사진=민보름 기자
그러나 이 같은 불씨가 김포 부동산의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역 내에 적체된 매물이 워낙 많은 데다 서울 편입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정치권 이슈에 불과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특히 김포골드라인 노선에서 서쪽 끄트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강신도시에선 이 같은 특성이 두드러졌다. 장기동, 마산동, 구래동, 운양동 일대에 위치한 한강신도시는 2005년 2기신도시 지구로 지정된 이후 2022년까지 5만6000세대가 입주한 김포시 최대 택지지구다.

한강신도시가 위치한 구래역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과 붙어 있는 고촌과 달리 이곳은 현재 실수요만 있는 지역”이라며 “기사가 난 이후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손님이 일단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등 오히려 거래가 끊겼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호재가 터지며 매도를 보류하는 집주인도 있지만 이때를 기회로 아파트를 매도하기 위해 매수인 조건에 맞추려 하는 집주인들도 있어 매물은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3년 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D 계획 발표 당시처럼 집도 안 보고 매수하겠다는 외부 투자자는 일절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부터 아직도 실현되지 않은 공약들이 워낙 많아 이번 이슈에 대해서도 김포시민들은 그저 차분한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인근에서 만난 김포시민들은 ‘교통 인프라 부족’을 가장 큰 불편 사항으로 꼽았다. 우여곡절 끝에 2019년 김포골드라인이 개통됐지만 속도와 수용인원, 서울 업무지구 접근성 측면에서 서울지하철에 비해 편의성이 낮다는 평가다.

이에 서울 편입을 찬성하는 주민은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5호선 김포 연장’ 등 숙원이 현실화하며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현재 상태에서 5호선을 연장하려면 경기도와 함께 사업비 30%를 부담해야 하는데, 김병수 김포시장은 서울 편입을 통해 지하철 건설비용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에 긍정적인 주민조차 서울 편입의 실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었다.

한 30대 주부는 “신도시 내에 생활 인프라가 부족해 백화점을 가려면 통행료를 내며 일산까지 가야 한다”며 “서울까지 교통 불편이 해소되면 서울 백화점을 가면 되지 굳이 일산에 갈 필요가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오래전 부산 신시가지에서 김포로 이사 올 때는 적어도 전에 살던 곳만큼은 되리라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실망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한강신도시가 수도권 대형 신도시로서 성장할 것을 기대했지만 기대만큼 안 됐다는 것이다. 이 주민은 “찬성이든 반대든 할 것 없이 갑작스럽게 서울이 되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