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는 현대백화점…더현대서울 '웨이팅 전쟁'
신세계·롯데, 명동 중심으로 외관 장식 나서
갤러리아, 지난해는 '보테가베네타' 올해는 '프라다' 협업

신세계백화점 외관. (사진=서범세 기자)
신세계백화점 외관. (사진=서범세 기자)
실적 말고도 백화점 간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11월부터 시작되는 ‘외관 장식’ 싸움이다. 인스타그램 등 젊은층 중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증샷 맛집’으로 화제가 될 수 있는 하반기 최대 행사이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기 위해 더 성대하고 화려하게 외관을 꾸미고 있다.

콘셉트도 각기 다르다. 현대백화점은 ‘크리스마스 마을’을 주제로 꾸몄으며, 신세계백화점은 ‘극장’을 주제로 뮤지컬 무대를 연출한다. 롯데백화점은 ‘편지 상점’을 구현한다. 명품 중심의 갤러리아는 올해도 브랜드와 협업해 장식에 나선다. 크리스마스 장식, 왜 하게 됐을까매년 11월이 되면 이들의 콘셉트 경쟁이 시작된다. 점포 외관을 화려한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건축물 외관 중심에 설치한 미디어 아트) 등을 통해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인다. 기획부터 제작, 시연에 이르기까지 준비 기간만 9~10개월에 달할 만큼 백화점의 중요 행사 가운데 하나다. 첫 점등은 통상 11월 초중순에 시작한다.

백화점의 연말 장식은 해외에서 유입된 문화다. 백화점 업종 자체가 해외에서 시작된 만큼 유럽과 미국 등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국내에서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장식을 시작하게 됐다.

최초의 백화점은 1838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장한 르봉 마르셰(Le Bon Marché) 백화점이다. 이후 1852년 현대식 백화점으로 리뉴얼하며 지금의 백화점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후 1853년 델라니스 뉴마트 백화점(아일랜드 더블린), 1864년 존 루이스 백화점(영국 런던), 1865년 프렝탕 백화점(프랑스 파리), 1870년 라 사마리텐 백화점(파리) 등이 차례로 오픈하면서 유럽 내 백화점이 대중화됐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1900년대 들어서 백화점이 자리 잡았다. 1930년 신세계백화점 본점 자리에 근대식 백화점인 일본의 미쓰코시 백화점이 개장했고, 1931년 종로 공평동에 화신백화점이 들어섰다. 1933년 조지야 백화점 오픈 이후에는 이들 백화점을 묶어 ‘3대 백화점’으로 칭했다.

이 때문에 국내 백화점의 문화는 해외 점포의 영향을 받았다. 크리스마스 장식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백화점들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성대한 크리스마스 쇼윈도 장식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참고해 1970년대부터 연말 장식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1970년 초부터 외관을 장식했으며,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외관 장식 시기의 구체적 정보가 없다는 입장이다.
더현대서울 장식. (사진=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장식. (사진=현대백화점)
예약 경쟁 치열한 더현대서울 ‘H빌리지’가장 먼저 크리스마스 장식을 공개한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MZ세대 매출 비중이 55%에 달하는 ‘더현대서울’을 주요 점포로 선정하고 11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전시 관람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 기간은 크리스마스까지다.

경쟁사와 다른 점은 ‘내부 장식’이다. 대현대서울의 경우 주변 빌딩, 아파트와 인접한 탓에 외관 장식이 어려워 내부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든다.

장식의 주제는 유럽의 작은 마을인 ‘H빌리지’다.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3300㎡(약 1000평) 규모로 구성했으며, 11m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유럽 작은 공방들로 이루어진다. 현대백화점의 16개 전 점포를 상징하는 16개의 부티크(상점)와 마르셰(시장), 6000여 개의 조명 등으로 이국적인 공방들이 모인 골목길 등이 주된 장식이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에 ‘H빌리지’ 콘셉트를 도입했다. 무역센터점, 압구정본점, 판교점, 더현대서울 등 주요 점포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에 나서고 있다.

반응은 ‘대박’이다. 현대백화점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더현대서울 H빌리지 신청을 받고 있는데, 1차 예약(11월 1~15일)은 오픈 직후 바로 마감됐다. 심지어 2만 명 이상의 동시접속자가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장 웨이팅도 가능하지만 예약자가 현장에 오지 않을 때만 순차적으로 입장을 도와주고 있다”며 “그래서 웨이팅을 해도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2차 예약은 오는 11월 14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 기간 예약에 성공하면 오는 16~30일에 입장이 가능하다. 계정당 최대 예매 수량은 4장이다. 예약 링크는 14일 오후 1시 55분 공개된다. 3차 예약일은 미정이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9일 ‘극장 콘셉트’ 장식에 불 켠다외관 장식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신세계백화점은 11월 9일 공식 점등식을 연다. 올해 신세계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신세계 극장(SHINSEGAE THEATER: from legacy to fantasy)’으로, 연말 거리의 환상적인 뮤지컬 무대를 연출한다.

신세계 본점 외관에 미디어 파사드로 펼쳐지는 3분여 간의 영상은, 극장의 붉은 커튼이 걷히고 금빛 사슴을 따라 신비로운 숲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장식은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볼 수 있다.

본점 외관의 미디어 파사드는 375만 개의 LED칩을 사용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연출했다. 지난해 ‘Magical Winter Fantasy(매지컬 윈터 판타지)’라는 글자를 새겼던 돌출부(발코니)까지 올해는 모두 LED로 덮은 것이 특징이다. 외벽 전체가 63X18m 크기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탈바꿈해 한층 깊어진 몰입감과 생동감을 선사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반짝이는 회전목마, 밤하늘을 달리는 선물 기차, 크리스마스 트리로 둘러싸인 아이스링크가 차례로 펼쳐지며 마법 같은 판타지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3사 가운데 가장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곳으로 꼽힌다. 미디어 파사드를 중심으로 해마다 다른 콘셉트의 장식을 선보인다. 목적은 ‘행복한 경험 제공’이다. 국내 고객뿐만 아니라 이 기간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신세계에 따르면 인증샷의 가장 좋은 촬영 지점은 ‘중앙우체국 앞 회현역 지하쇼핑센터 1번 출구’다.

해마다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210만 개 늘어난 350만 개의 LED 칩을 사용했으며, 스크린 면적은 1.5배 키웠다.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스크린으로 영상을 선보였던 2021년과 다르게 하나의 스크린으로 외벽을 감싸 몰입감을 높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장식 기간 수많은 방문객들이 몰리는 점을 고려해 본점 본관 및 맞은편 건물 등에 340m 규모의 펜스를 설치하고 안전교통 요원도 배치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외관. (사진=서범세 기자)
롯데백화점 외관. (사진=서범세 기자)
롯데백화점, 10일부터 크리스마스 장식롯데백화점은 11월 10일부터 공식 점등에 나선다. 올해 테마는 ‘마이 디어리스트 위시(My Dearest Wish)’다. 연말이면 ‘편지’로 안부를 전하던 향수 어린 감성을 빈티지한 무드, 아날로그적 요소에 담아 비주얼로 풀어냈다. 편지를 통해 간직했던 소원이 이뤄진다는 의미를 테마에 담았다.

장식의 대표 점포는 명동에 자리 잡은 ‘본점’이다. 롯데 역시 일몰 시간(오후 5시 30분)에 맞춰 공식 점등을 개시해 오후 10시 30분까지 불을 밝힌다. 본관 정문 입구에는 빈티지한 ‘레터 하우스’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을지로 입구 앞 15m 높이의 ‘자이언트 트리’를 시작으로 본점 외벽에는 3층 높이의 각기 다른 유럽의 ‘크리스마스 상점’이 늘어선 모습의 구조물을 설치한다.

외관은 입체감 있는 마감재 및 빈티지한 색감을 활용해 실제 유럽 현지의 크리스마스 상점 느낌을 살리고, 보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쇼윈도도 전년 대비 4개 더 늘린 9개를 운영한다. 쇼윈도에는 ‘움직이는 피규어’, ‘크리스마스 선물 상품’, ‘인터랙티브 미디어’, ‘인피니티 미러’ 등을 배치해 각각의 요소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즐기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롯데백화점은 이야기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정세랑 작가와 손잡았다. 정세랑 작가는 일상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서사가 특징으로 ‘보건교사 안은영’ 등과 같은 대표작을 선보이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중 하나다.

정세랑 작가와 협업해 비밀스러운 ‘레터 하우스(편지 상점)’에 우연히 방문한 어린 아이 ‘해아’가 편지를 배달하는 크리스마스 요정 ‘똔뚜’들과 만나 일어나는 꿈 같은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야기의 삽화는 동화 일러스트로 유명한 스페인 작가인 ‘줄리아 사르다 포르타벨라(Julia sarda Portabella)’가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본점, 잠실, 인천, 동탄, 부산본점 등 5개점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크리스마스 테마를 적용해 전국 각 점포에까지 확대해 선보일 계획이다. 갤러리아, 올해는 ‘프라다’와 협업백화점 가운데 가장 늦게 점등하는 곳은 갤러리아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명품관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와 외관 장식을 11월 17일부터 선보인다.

갤러리아의 올해 크리스마스 조형물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PRADA)’와 함께 진행한다. 구체적인 콘셉트는 정해지지 않았다.

갤러리아는 명품관에서 지난 2016년부터 명품 브랜드와 이색적인 크리스마스 조형물을 선보였다. △불가리(2016년) △까르띠에(2017년) △샤넬(2018년) △루이비통(2019년) △펜디(2020년) △디올(2021년) △보테가베네타(2022년) 등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며 서울을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원래 예정한 시기가 있었는데 일정이 미뤄지며 17일로 점등식이 정해졌다”며 “올해는 프라다와 협업해 멋진 장식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