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영·다이소 메가 스토어, 명동 상권 활기에 긍정적
명동점 매출의 대부분이 '외국인 관광객'
올리브영, 마스크팩·선크림 인기…다이소는 뷰티·식품 인기

관광객들. (사진=최수진 기자)
관광객들. (사진=최수진 기자)
K-뷰티 1번지로 알려진 명동이 살아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코로나 기간 텅 비어 있던 거리도 활기가 돌고 있다.

명동 상권 회복의 1등 공신은 ‘올리브영’과 ‘다이소’다. 이들은 외국인들이 좋아할 상품과 초대형 매장을 앞세워 명동 상권의 모든 뷰티 고객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들 매장은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외국인 고객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랜드마크’가 됐다.주변 뷰티숍 ‘텅텅’…뷰티 소비 빨아들인 올리브영11월 6일 오후 1시 전날 내린 비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명동의 분위기는 달랐다. 골목길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 찼으며, 곳곳에서 명동 빌딩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특히 명동 메인거리에는 궂은 날씨에도 K-문화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점 풍경. (사진=최수진 기자)
올리브영 명동타운점 풍경. (사진=최수진 기자)
다만 길거리의 상황과 달리 매장은 한산했다.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이니스프리, 더샘 등 명동 일대를 장악하며 코로나 이전 상권 전성기를 주도해 온 9곳의 뷰티 로드숍은 고객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대부분의 매장에는 3~4명의 직원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고객은 드물었다. 간혹 팀 단위의 고객을 응대하는 곳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한 팀 또는 두 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은 달랐다. 명동타운점은 올리브영이 11월 1일 오픈했다. 외국인 특화 매장으로 매장 면적이 350평에 달하며, 2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매장 입구부터 열 명 이상의 관광객이 보였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1층에만 약 70명 가까운 외국인들이 있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었다. 모두가 마스크팩과 기초 제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외국 남성 고객들도 매장에서 제공한 장바구니를 들고 구매할 제품을 열심히 탐색하고 있었다. 장바구니가 이미 절반 가까이 차 있었지만 쇼핑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올리브영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최수진 기자)
올리브영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최수진 기자)
현장에서 만난 20대 중국인 관광객 리 씨는 “올리브영을 이미 알고 있다”며 “(명동 메인거리에) 매장이 있는 줄 몰랐는데 와보니 살 게 많다. 클렌징 제품과 스킨케어 제품을 고르려고 한다. 매장이 커서 볼 게 많아 재밌다”고 말했다.

올리브영만큼 외국인 관광객을 흡수하는 곳이 또 하나 있다. 생활용품 잡화점 ‘다이소’다. 다이소는 명동역점에 12층짜리 다이소 매장과 명동 메인거리에 단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두 매장 모두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명동 상권 내 다이소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다이소 매장과 가장 다른 점은 모두가 ‘손수레’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문구류부터 뷰티제품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말 그대로 ‘쓸어 담는’ 외국인들이 많은 영향이다.

다이소의 인기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실감할 수 있었다. 12층짜리 명동역점은 엘리베이터만 2대를 운영하는데, 외국인 유입이 많고 엘리베이터 내부가 협소한 탓에 탑승까지 약 5분을 기다려야 했다. 12층에서부터 한 층씩 내려오며 쇼핑을 하는 고객들이 많아 매층에서 ‘열림-닫힘’을 반복했고, 이 때문에 운행 속도는 더뎠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점과 약 50m 떨어진 다이소 명동본점도 마찬가지다. 지하 단층 매장에 면적도 넓지 않았지만 메인거리에 자리 잡아 외국인들의 유입이 많았다. 특히 젊은 여성 외국인들은 팬시류에서 오랜 시간을 체류했다. 캐릭터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포토카드 미니 앨범 등이 있는 코너에 4~5명이 한 번에 몰리기도 했다. 포토카드 미니 앨범은 사진 앨범을 휴대할 수 있도록 작게 제작된 상품으로, 좋아하는 K팝 가수의 사진을 넣고 꾸밀 수 있다. 다이소는 명동 관광객의 취향을 반영해 이 같은 제품군을 명동지점에 확대 배치했다.
다이소 명동역점 풍경. (사진=최수진 기자)
다이소 명동역점 풍경. (사진=최수진 기자)
‘메가 스토어’ 올리브영·다이소, 명동 큰형님으로외국인 매출은 수치로 증명된다. 올리브영 명동 상권의 외국인 매출은 올해 1월 1일~10월 31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40% 증가했다. 방문객의 90%가 외국인일 정도로 외국인 비중이 높다.

외국인 매출 비중이 높은 나라는 동남아, 일본, 중국, 영미권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 고객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급증했다. 이외에도 △중국 968% △동남아 729% △영미권 326% 순으로 매출이 늘었다.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주요 카테고리로는 마스크팩, 선크림 등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 위주로 색조(메이크업) 상품의 매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엘리베이터 순서를 기다리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최수진 기자)
엘리베이터 순서를 기다리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최수진 기자)
올리브영 관계자는 “명동타운점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 수치 발표가 어렵지만 명동 상권에 있는 전체 6개 매장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외국인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이소의 올해 1~9월 해외 카드 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했고, 결제 금액 기준으로는 150% 늘었다. 특히 △뷰티·퍼스널케어 △팬시용품 △주방용품 등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소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며 “상권 특성상 명동본점, 명동점 모두 외국인의 방문이 많은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명동의 대표 매장으로 성장한 데는 ‘메가스토어 전략’이 주효했다. 메가스토어는 고객들이 매장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 콘텐츠를 강화한 ‘초대형 매장’을 뜻한다. 고객을 현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시도로 온라인과 차별화의 대표적인 방식이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은 전국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총 2층으로 구성되며 면적은 1150㎡(약 350평)에 달한다. 다이소 명동역점은 약 1600㎡(500평) 규모로, 서울 기준으로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점(600여 평)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찬 다이소 명동역점. (사진=최수진 기자)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찬 다이소 명동역점. (사진=최수진 기자)
여기에 외국인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타 매장과 다른 점도 많다. 우선, 올리브영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점을 고려, 매장 내 안내 서비스를 영·중·일(英·中·日) 3개국어로 확대했다. ‘올리브영 명동타운’ 전용 모바일 페이지를 신설, 층별 안내를 포함한 매장 지도와 외국인 인기 브랜드 위치 등을 3개국어로 제공한다. 또 매장 내 모든 상품의 전자라벨에 상품명을 영어로 병기, 상품 탐색을 용이하게 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마스크팩과 선크림 등을 전면에 배치하고, 매월 올리브영이 제안하는 K-뷰티 브랜드 상품을 선별해 소개한다.

다이소는 명동역점을 올해 3월 리뉴얼 오픈하면서 기존 8개 층에서 12개 층으로 확장했다. 동시에 외국인 고객을 위한 콘텐츠도 강화했다. 택스 리펀매장으로 지정, 외국어 안내도 비치, 중국어 등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 운영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좀 더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마스크팩이나 견과류 전용 집기를 배치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눈에 띌 수 있도록 진열했다. 여기에 외국인 고객들이 선호하는 카테고리의 진열 면수를 넓히고, 신규 디자인의 매대를 도입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