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인형 말고 화장품” 피부관리에 푹 빠진 미국 알파세대 [김민주의 MZ 트렌드]
미국의 알파세대, 즉 청소년기에 접어들기도 전인 9~12세 어린 연령층이 피부 관리에 푹 빠졌다.

9일(현지 시각) CNBC는 알파세대가 피부 관리에 집착하는 현상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세대는 세럼과 토너,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 등 각종 제품부터 관리 방법에 이르기까지 피부 관리 분야의 신진 전문가 수준으로 발전했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는 어린이보다는 성숙하고 청소년보다는 미숙해 틴에이저(Teenager) 대신 트윈에이저(Tweenager)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CNBC는 특히 SNS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이들이 틱톡 등 미디어에서 본 10대들의 모습을 흉내 내기 위해 피부관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는 부모 세대보다 화장품의 성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제품을 따라 구매하는 것을 넘어, 아침저녁으로 피부관리 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공유하는 등 2차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이런 순환이 어린 세대의 유행으로 자리 잡으면서 스킨케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Target’ 쇼핑몰 내 트윈 스킨케어 카테고리/사진=타겟 사이트 갈무리
미국 ‘Target’ 쇼핑몰 내 트윈 스킨케어 카테고리/사진=타겟 사이트 갈무리
어린 피부 관리자들이 뷰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이들을 공략하려는 화장품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알파세대만을 위한 새로운 화장품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으며, 쇼핑몰에는 이들이 선호하는 제품만을 모아 놓은 ‘트윈 스킨케어’ 카테고리까지 등장했다.

E.I.f(엘프)는 지난 8월 스킨 케어 회사 Naturium(네이처리움)을 3억 5500만 달러에 매입했는데, 엘프 CEO Tarang Amin(타랑 아민)은 젊은 층의 피부관리 관심 급증을 인수의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시장조사 기관 Circana(서카나)에 따르면 2019년에서 2022년 사이에 고급 스킨케어 매출은 연 66억 달러에서 80억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9월 기준 고급 스킨케어 매출 규모는 지난해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또 저가형 스킨케어 매출은 2019년 78억 달러에서 2022년 92억 달러까지 늘어났으며, 올해 9월 기준으로는 매출이 10% 증가했다.

미국 투자은행 Piper Sandler(파이퍼 샌들러)는 최근 평균 연령 15.7세 알파세대를 대상으로 10대 지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들이 올가을 스킨케어 품목에 지출한 금액은 지난해 대비 19% 증가한 평균 122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몇 년간의 지출 평균보다 16% 높은 수치다.

알파세대라는 용어를 만든 인구통계학자 마크 맥크린들(Mark McCrindle)은 전 세계 알파세대가 2024년까지 약 25억 명에 이르는 역대 가장 큰 세대가 될 것이며, 소비력도 역대 최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추정에 따르면 가장 나이 많은 알파 세대가 14세가 되는 2024년 말에는 전 세계 알파 세대가 지출하는 비용만 연간 5조 3900억 달러(약 7,099조 70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연구 결과에 따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구매력은 각각 약 2조 5천억 달러(약 3,305조 원)와 3조 달러(약 3,966조 원)로, 예상되는 알파세대의 지출 규모보다 작은 것으로 추산됐다.

갈수록 커지는 알파 세대의 구매력에 피부관리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