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영 체제 본격화
이날 인사 발표 직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바뀐 정 부회장의 소속 직함이 눈길을 끌었다.
재계에서는 권오갑 회장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사를 통해 지난 30여년간 전문 경영인 체제였던 HD현대가 정 신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HD현대의 주력 사업인 조선 부문을 이끌었던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오는 12월까지 활동한 뒤 2024년부터 자문역을 맡는다. 두 부회장의 용퇴로 정 부회장이 그룹내 유일한 '부회장' 직책을 갖게 됐다.
정 부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HD현대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정몽준 이사장이 26.60%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으며, 정기선 부회장(5.26%)은 국민연금공단(7.55%)에 이은 3대 주주다.
2017년부터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 경영지원실장, 현대중공업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를 겸임하며 수소·AI·로봇 등의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주도하며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해왔다.
정 부회장은 주요 해외 사업도 총괄하며, 경영자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2015년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합작조선소 IMI 설립을 주도했다. 2021년에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 체결했으며, 2022년 11월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직접 만나 양자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올해 초 CES 2023에서는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기반으로 하는 ‘오션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그룹의 미래전략으로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2024년 초 열리는 CES 2024에서는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2021년 10월 사장에 오른 뒤 세계 조선경기 불황으로 전사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회사의 체질 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부회장의 사장 재임 기간 HD현대는 사명과 상징 체계(CI)를 변경하고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를 건립해 '판교 신사옥 시대'를 여는 등 변화의 폭이 컸다.
정 부회장은 2022년 12월 5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 행사에서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하며,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직원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HD현대는 자녀 유치원비 지원, 직장 어린이집 개원, 유연근무제 도입, 임직원 패밀리 카드, 사내 결혼식장 무료 지원 등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도입해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해 가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기선 부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 승진을 통해 재계에서 '1980년대생 부회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현재 1980년대생 오너가 중에서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1983년생),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1981년생), 홍정국 BGF 부회장(1982년생) 등이 40대 초반에 '부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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