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군제 거래금액 1조1400억위안으로 추산
중국 소비 위축으로 명품·화장품 아닌 저가 생필품 인기

사진=최수진 기자
사진=최수진 기자
매년 11월 11일 열리는 중국의 최대 쇼핑 시즌 '광군제'가 마무리됐다. 전년과 비슷한 규모의 소비가 발생했지만 광군제 자체의 매력은 줄어들고 있다. 특히, 화장품, 명품 등을 구매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치약, 세제 등 생필품이 더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13일 중국 시장조사업체 신툰(Syntun)에 따르면 광군제 기간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총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2.08% 증가한 1억14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광군제는 중국의 하반기 최대 쇼핑 행사로, 상반기에 열리는 '6·18 행사'와 함께 중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에 해당한다.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9235억위안(167조원), 라이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2151억위안(39조원)이 발생했다. 제품별로는 △가전 1526억위안(28조원) △스마트폰 1386억위안(25조원) △의류 1370억위안(24조8000억원) △화장품 786억위안(14조원)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는 둔화세다. 2021년 1조위안(181조원)을 돌파한 뒤 지난 3년간 거래대금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삼성증권 황선명 연구원은 "이번 광군절 쇼핑의 키워드는 저가,필수품, 국산품"이라며 "다른 말로 풀이하면 이커머스 가격 경쟁 일상화, 소비 위축, 국산 제품 업그레이드로 볼 수 있다. 투자 관점에서 중국 소비시장 성장과 회복 모멘텀 기대치가 높아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나닷컴 등 현지매체는 "소비자들은 광군제 기간에 고급 화장품이나 명품을 구매하기보다는 치약, 세제 등 생활에 필요한 소모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K-뷰티의 영향력도 크게 약화했다. 2020년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광군제에서 매년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주요 한국 기업으로 꼽혔다. 2020년에 아모레퍼시픽은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고, LG생활건강도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170% 이상 늘어난 매출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후' 브랜드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 에스티로더, 랑콤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진=LG생활건강 홈페이지
사진=LG생활건강 홈페이지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에 매출은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전략도 달라졌다. 우선,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였다. 중국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마케팅을 축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군제 마케팅을 줄이면서 매출도 예전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적 자료도 배포하지 않는다. 이들 회사는 광군제 마무리 이후인 12~13일 사이에 광군제 실적을 발표했지만 올해는 별도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알리바바와 징둥 등 중국 주요 플랫폼이 지난해부터 광군제 매출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우리도 수치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직 중국법인에서 자료가 넘어오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다"라며 "유의미한 수치가 있다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군제 성적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몇 년 전부터 애국소비가 심해지면서 한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분위기가 더 안 좋다. 중국 내 화장품 산업 경쟁이 워낙 치열해지고 있어서 예전과 같은 호실적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