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국내에서 신공장 설립
전기차 생산 ‘정면승부’
2026년 1분기 양산 목표
현대차는 13일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등 주요 인사들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울산 EV 전용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의 국내 신공장이다.
부지 면적은 54만8000㎡(약 16만6000평)으로 연간 2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공장 건설을 위해 약 2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올해 4분기부터 건설에 착수해 오는 2026년 1분기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울산 EV 전용공장에서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90'이 생산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내놓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외에 어떤 차종이 이 공장에서 생산할지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울산 EV 전용공장에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개발한 혁신 플랫폼을 적용한다.
HMGICS의 플랫폼의 경우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이 포함돼 있다.
울산 EV 전용공장에는 이를 반영해 부품 물류 자동화 등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산 차종 다양화 및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 생산 시스템을 도입한다. 제품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한 조립 설비 자동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울산 EV 전용공장은 육중한 기계들이 도열한 삭막한 공장에서 탈피해 ‘사람 중심적’인 설계로 작업자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근로자 간의 교류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공장 내부로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휴게 및 사무 공간으로 활용될 그룹라운지를 열린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외관에는 태양광 발전 패널과 업사이클링 콘크리트 패널 등을 적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공장으로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침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전동화 시설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30년까지 31종 전기차 라인업 구축지난해 4월에도 약 1조원을 투입,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열고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2025년 하반기 양산에 돌입해 연간 최대 15만대까지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도 내연기관 생산 시설을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4조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전기차 생산량도 연간 151만대로 확대한다. 이 중 60%인 92만대를 수출하고,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도 364만대까지 늘려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판매 상위 3위(톱3)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전기차의 원천적 성능 향상을 위해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그룹은 E-GMP에 이어 2025년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개발 체계 완성 및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 ‘eM’과 ‘eS’를 선보일 계획이다.
eM은 전기 승용차 플랫폼이며, eS는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플랫폼이다. IMA를 적용한 플랫폼은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제품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국내 전기차 분야 투자로 국내 전기차 생산-연구개발-인프라-연관 산업 등의 선순환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전기차 생산 공장 설비 국산화율이 99%에 이른다. 산업용 로봇은 국산 지능형 로봇으로 설치된다.
이날 기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울산 EV 전용공장은 앞으로 50년, 전동화 시대를 향한 또 다른 시작”이라며 “이 자리에서 100년 기업에 대한 꿈을 나누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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