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에 '이직 고민'을 털어놓았다[서평]
철학자들의 토론회
하타케야마 소 지음│타키 레이 그림│김진아 역│프런티어│1만7000원
30대 초반의 A 씨는 요즘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회사에서 일이 잘 안 풀리는 것도 있지만, 주변에 비슷한 나이의 지인들 사이에서도 이직이 화두다. 회사 생활의 위기가 잊을 만하면 3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고 하여 369라는 말도 있는데 딱 그 시기에 걸린 세대다. 이직이 예전보다 자유로워졌다지만,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성급한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다. 심란한 마음에 이직 사이트를 찾지만 정답은 보이지 않는다.

이전처럼 오래 한 회사에서 정년을 마치는 것이 드문 세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이직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는 이유는 왜일까? 아마도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이 고민에 대해 오랜 시간 삶의 문제를 숙고해온 철학자들이라면 어떤 답을 줄까.

플라톤의 제자이자 “인간이란 존재는 좋고 옳은 것을 향해 운동한다”라고 주장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항상 더 좋은 것을 갈구하며 행동하는 존재이기에 현 직장보다 더 좋은 곳이 있다면 이직을 고민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라고. 또한 직업은 최고선인 행복에 이르게 하는 수단으로서, 그 수단이 다양한 것은 조금도 흠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만학(晩學)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도 하나의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학문을 추구했다.

이처럼 이직의 문제도 철학적으로 생각하면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선, 즉 행복을 향한 존재론적 운동이 된다. 즉 우리 일상의 고민들이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을 때 오랜 시간 삶의 문제를 숙고해온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 혼자 끙끙거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됐다.

“생각 좀 하고 살라니 말이 좀 심한 거 아닌가.” 이 책은 상사에게 심한 잔소리를 들은 남자가 이렇게 투덜거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생각하며 산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바로 그 순간 자신이 고대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라고 주장하는 수상한 사람이 말은 건다. 요즘 세상이 재미있어 보여 놀러 왔는데, 남자에게 고민이 있어 보이니 해결해 주겠다고 말이다.

남자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동서고금의 철학자들이 하나둘 소환되며 현대인들의 고민 해결을 위한 토론의 장이 열린다.

이 책 ‘철학자들의 토론회’는 ‘철학은 음미하고 대화하는 것 그 자체’라고 했던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일대일의 토론 형태로 이뤄져 있다. 고민이 있는 현대인이 등장해 토론의 주제를 던지고 논쟁을 벌이게 함으로써 철학적 사고법과 사상의 흐름을 한눈에 익힐 수 있는 철학 입문서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장자, 마르크스, 니체, 애덤 스미스, 에리히 프롬 등 53인의 사상가가 등장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이직할 것인가”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언제까지 슬퍼해도 될까”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인 고민에 대해 각자의 사상적 입장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조율점을 찾아간다.

이처럼 일상적인 고민과 철학을 접목한 이 책을 통해 동서고금 사상의 주요 쟁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철학은 일상적인 고민에서 시작되었다는 친숙함, 그리고 인생의 고민에 대한 힌트까지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최경민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