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로 치매환자 급증, 사회적 부담 억제 위해 환자의 사회적응·치료연구 필요해
저출산, 인구고령화는 갖가지 과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중 일본에서 최근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는 문제가 치매환자 급증 현상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일 것이다. 지난 6월 14일 일본 국회는 ‘치매증(인지증) 기본법’을 가결해 치매환자 문제에 보다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강화했다. 이 기본법은 치매환자의 존엄성을 지키고 이들이 사회에서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장벽제거(Barrier Free)’ 관련 시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사실 지난 2017년 일본 내각부는 치매환자 수가 2020년 631만 명에서 2025년 730만 명까지 늘고 2060년에는 1154만 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치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장기적으로 고령자 3명 중 1명 정도, 전체 인구 중에서도 10명 중 1명 정도는 치매증 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즉 앞으로 일본에서 치매환자 문제는 일부 가정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사회 과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도입된 일본의 치매증 기본법은 치매증 환자도 능력을 발휘해 존중받으면서 상호지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이를 통해 일본의 활력을 유지하겠다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치매증에 관한 연구를 강화하면서 치매증의 예방, 진단, 치료, 재활, 돌봄, 사회참여 등을 지원해 공생사회를 정비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관련 분야의 과학적인 지식을 심화시켜 국민에게도 잘 공지해 모두가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 지역사회, 고용, 보험, 의료, 복지 등의 각 분야가 서로 협조하면서 치매증 환자의 사회적 참여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치매증 환자 급증에 대한 대응과 함께 일본 정부와 기업은 치매 예방과 치료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치매증은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그 메커니즘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당뇨병, 비만, 흡연, 음주, 고독 등 생활습관성 문제들이 치매증을 유발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치매증은 MCI(Mild Cognitive Impairment)라는 과도기 상태를 반드시 거치고 있으며, 이 MCI에 빠졌을 때의 예방책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기업도 늘어나는 치매증 소비자와의 계약 분쟁을 회피하기 위해 가족의 추가 동의를 받는 등 각종 대응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정부로서는 각종 사회적 부담을 억제하기 위해 장기 연구과제로서 치매증 치료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제약사인 에이자이는 일본 치매환자의 67.6%(후생노동성 추정치)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증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억제해 치매 증상의 악화를 어느 정도 늦추는 치료약을 공동 개발해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판에 성공했으며, 이 약은 일본에서도 2023년에 정식 승인됐다. 일본에선 보다 근본적 치료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자국이 선도적으로 개발해 왔던 체세포 활용 재생의료 기술을 적용한 치매증 치료도 모색되고 있다. 공공연구소 등에선 간세포를 활용해 환자 두뇌의 해마 부위에서 신생 뉴런의 생성을 촉진해 단기기억을 제고하는 연구 등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인간 두뇌에 전자 디바이스를 주입하는 두뇌 임플란트 수술을 하고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Brain Machine Interface, BMI)하는 연구도 가속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계화된 두뇌를 활성화하는 등 치매 치료 효과를 높이는 노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일본 이상으로 저출산, 인구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앞으로 치매증 환자 급증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예방, 조기 진단, 치료, 치매환자의 사회적 적응 기반 구축 등 대책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제약, 재생의료, BMI 등 분야를 연계해 장기 연구 과제로 추진함으로써 뇌과학 발전을 도모할 필요도 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강의교수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