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지방생존 리포트⑤]
도야마시 시청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사진=김정우 기자
도야마시 시청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사진=김정우 기자
“심각한 고령화로 인해 수많은 일본 지방 도시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도야마(富山)시는 다르다. 매년 인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후지 히로히사 일본 도야마 시장은 지난 10월 31일 도야마 시청에서 한경비즈니스와 만나 인구 현황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한때 인구 유출이 심각한 문제였던 일본 중서부에 위치한 도야마시는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도시를 빠져나가는 유출인구보다 유입인구가 더 많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인구는 약 41만 명 정도로 집계된다.

물론 인구수가 드라마틱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야마시의 인구 통계 자료를 보면 도시로 새롭게 들어오는 인구수는 매년 평균 수백 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다른 일본의 중소도시들이 매년 심각한 인구 유출을 겪으며 사라질 걱정을 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도야마시가 일본 내에서도 ‘지방 소멸’을 극복한 성공사례로 각광 받는 이유다. 후지 시장은 “도시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콤팩트 시티’ 구축이 빛을 발하고 있다”며 도야마시가 일본의 다른 지방도시들과 달리 생기를 잃지 않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후지 시장에 따르면 도야마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구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본격적으로 고민했다. 그 결과 내놓은 해법은 일명 ‘압축 도시’ 전략으로 불리는 콤팩트 시티 구축이다.

콤팩트 시티란 대중교통이 닿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주거와 생활편의 기능을 집중시키는 도시 개발 전략을 의미한다. 즉 도야마시는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재편하고 이를 중심으로 거주와 상업 등 도시 기능을 집약하는 방법으로 인구 감소의 대안을 찾았다. 모든 측면에서 생활하기 편리한 도시 구축에 전념한 것이다.

특히 후지 시장은 “경전철을 활용해 교통 요지에 인구를 밀집시켜 유동인구를 늘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효과까지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 교통망 확충으로 도시 활기실제로 이날 신칸센을 타고 도야마 역에서 내리자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바삐 움직이는 경전철(LRT·light railway transit)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많은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경전철을 타는 모습이 보였다.

2009년 완공된 이 경전철이 도야마시의 콤팩트 시티 구현의 ‘중추’ 역할을 하는 핵심 요소다. 약 2000원만 내면 도야마시 곳곳을 빠르고 편리하게 누빌 수 있다.
도야마시 곳곳을 이어주는 경전철의 모습.  사진=김정우 기자
도야마시 곳곳을 이어주는 경전철의 모습. 사진=김정우 기자
도야마시가 경전철을 중심으로 한 콤팩트 시티 전략을 시행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도야마시 관계자에 의하면 도야마시는 과거부터 일본에서도 도로가 잘 정비된 도시로 유명했다.

애초부터 도로를 워낙 넓게 조성해 교통체증이 없고 자동차 이용이 편리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자동차 의존도가 높아지는 특징을 갖게 됐다. 1990년대 도야마시의 인구당 자동차 보유 대수는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높은 자동차 의존도는 도심 밀집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람들이 집값이 비싼 도심을 떠나 값싼 교외로 나가 살기 시작하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도야마시에 의하면 한때 도야마시는 시가지 인구 밀도가 1ha당 약 40명에 불과했다. 일본 광역단체 청사 소재지 가운데 가장 낮을 만큼 도심공동화가 심했다.

인구가 분산되고 도시는 팽창한 것인데,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며 불거졌다.

시간이 흘러 외곽으로 이주한 이들이 고령자가 되다 보니 스스로 운전하기가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워낙 자동차에 의존하는 사회다 보니 대중교통 구축도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도야마시는 불편한 도시로 전락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인구 유출이 나타났으며 고령자는 도심으로 잘 나오지 않아 중심지 곳곳에 빈 상점들이 생겨났다. 도시는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문을 닫는 상점들이 많아지며 상업지역의 땅값이 떨어져 거둬들이는 세금도 크게 줄었다. 반대로 행정비용은 증가했다. 교외로 분산된 이들을 위해 넓은 면적을 커버하며 쓰레기 수거와 도로 정비, 하수 처리 등과 같은 기본적인 도시운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즉 세수는 감소하고 행정비용은 증가하는 도시 재정의 악순환이 나타났다. 도심공동화 현상 해소결국 도야마시는 결단을 내린다.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2006년께부터 도시정비계획을 수립하고 도시 중심지로 사람들을 모으는 콤팩트 시티 구축을 추진한 것이다. 도시 ‘확장’이 아닌 ‘축소’를 결정한 것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도야마시를 가로지르는 경전철 구축이다. 2006년 옛 국철 철도를 개조해 도야마시를 가로지르는 7.6km가량의 경전철을 개통했다. 목표는 명확했다. 고령자들이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도야마시의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전체 인구의 20%가 넘을 만큼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후지 시장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령자들이 이동하고 소비하기 편리한 환경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고 설명했다. 또 2009년엔 3.4km 길이의 도심 순환철도 운행을 시작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나오야 다카쓰키 도야마시 기획팀장은 “경전철을 만들면서 이를 타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교통망 연결과 함께 이를 중심으로 주거와 상업지역을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했다. 주거지역 구축의 관건은 특히 교외에 흩어진 이들을 도심으로 불러모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도야마시는 경전철 역 등을 중심으로 한 13곳을 ‘공공교통 거주 촉진 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이곳에 집을 사면 지자체가 우리 돈으로 약 300만∼500만원의 보조금을 주며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이 또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도야마시에 따르면 2005년 전체 인구 중 약 28%만이 거주 추진 지역에 살고 있었다. 그 비율은 점차 늘어 2019년에는 38.8%로 높아졌다. 2025년에는 이 지역 거주율이 40%를 넘길 것으로 도야마시는 예상했다. 인구 10명 중 4명이 외곽이 아닌 도심에 거주할 정도로 도심공동화 현상이 점차 해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야마시의 콤팩트 시티 실험이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상업지역도 대대적으로 손봤다. ‘도심 속 활기찬 광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작은 상점들이 촘촘히 있던 지역을 재정비한 것. 그 결과 2007년 ‘그랜드 플라자’라는 대형 쇼핑시설 및 광장이 문을 열었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조성한 그랜드 플라자.  사진=김정우 기자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조성한 그랜드 플라자. 사진=김정우 기자
현재도 주말만 되면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 이곳은 도야마시의 명소이자 최대 상권이 됐다. 이날 찾은 그랜드 플라자 광장은 행사는 없었지만 휴식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스타벅스와 같은 유명 커피숍들이 운영 중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물론 성공적으로 콤팩트 시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야마시가 소멸 위기를 완전히 극복해낸 것은 아니다.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내부적으로 집계한 결과 현재 추세라면 고령화에 따라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계속 더 많아지는 것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해 2030년에는 도야마시 인구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접 도야마시를 둘러본 결과 일부 지역을 제외한 상권은 인적 자체가 아예 드문 곳도 많았다.

“일본 전체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이것이 도야마시가 콤팩트 시티를 현재도 계속 추진하는 이유다.” 나오야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도시를 줄여라" 콤팩트 시티로 생기 되찾은 도야마시 [지방생존 리포트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