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로 시작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저성장과 고용위기의 시대. 창업을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성공에 이르는 길은 쉽지 않다.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해 본 경험이 있는 배태준 변호사는 스타트업 초기 창업자 멘토링, 투자심사 참여 및 자문 등을 통해 나름의 가설을 세웠다. 바로 성공한 스타트업에는 대표의 ‘리더십’이 빛난다는 사실이다. 배 변호사는 성공한 창업자들을 인터뷰해 이 가설에 대한 검증을 시도하기로 했다. 각 분야에서 각광받는 기업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업 및 활동 분야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와 더불어 ‘리더십’의 세부 항목에 대한 창업자들의 경험과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오상훈 대표가 창업한 럭스로보는 교육용 로봇과 코딩 교육,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홈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로봇공학에 기반한 이 회사의 하드웨어 모듈은 자체 마이크로컨트롤러(MCU) OS를 활용해 다양한 IT 기기에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모듈형 코딩 교구 모디플러스(MODI Plus)는 코딩을 전혀 모르는 초등학생부터 IoT 엔지니어에게까지 코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016년 영국 공교육 시장 진출 이후 미국, 중국, 인도, 프랑스 등 50개 넘는 국가에 코딩 교구를 수출하고 있다.
럭스로보의 모듈형 코딩 교구 ‘MODI Plus’
럭스로보의 모듈형 코딩 교구 ‘MODI Plus’
오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라고 말한다. 지나온 과정을 험난한 산행과 같다고 말한 그는 “산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험한 길을 거쳐야 하듯 사업의 시행착오는 한 기업의 성공과 정상화를 위해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업 초기 일화를 소개하며 위기를 극복한 순간을 회상하기도 했다. 영국으로의 첫 수출을 일주일 앞두고 제품에서 심각한 버그가 발생했다. 많은 고민 끝에 그는 영국에 있는 고객에게 직접 연락해 문제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진심을 담은 소통 끝에 그를 신뢰한 영국 파트너사는 납품 기한을 연장해 줬다. 약 한 달 후 모든 버그를 해결한 그는 전 직원과 함께 공장에서 제품을 직접 조립해 납품일을 맞출 수 있었다. 이때 경험한 고객과의 투명한 소통, 회사 임직원들과의 화합이 지금의 럭스로보를 만든 밑거름이 됐다.
럭스로보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7년 이 기업의 독창적 기술력과 확장성에 주목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1억 달러(약 1300억원)에 인수를 제안했다. 하지만 오 대표는 기업 가치를 더 성장시키고 키울 수 있다는 확신에 거절해 화제를 모았다.
스타트업이 나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금 조달 방식. 이 회사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을까. 다음은 오상훈 창업자와의 일문일답.
럭스로보 오상훈 대표.
럭스로보 오상훈 대표.
Q. 자금을 조달하는 시기와 기간은 어떻게 결정하셨나요?
사업하는 사람 중 많은 이가 ‘투자만 받으면 회사가 어려움을 쉽게 극복하고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자받기 전에 우리의 가치가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이 가치가 합리적인지, 투자를 받으면 회사를 얼마나 크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 다음 투자는 언제 받아야 하는지 등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따져봐야 합니다.
저는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10년치 목표를 세우고, 평균 1년에 한 번 정도 투자를 받았습니다.

Q. 창업 후 바로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었나요? 아니면 자연스럽게 제안을 받았나요?
세상에 알아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저희가 도전하는 사업은 없는 시장인 동시에 작은 시장을 키워야 하는 시장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시장이죠. 따라서 자연스럽게 제안을 받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운 후 확신이 들 때마다 투자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투자자들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 콜드콜(Cold calling, 잠재 고객에게 먼저 영업하는 아웃바운드 방식)로 연락하며 회사를 알렸습니다.

Q. 투자자를 설득하는 본인만의 기술이 있다면요?
특별한 기술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진심’, ‘확신’ 그리고 ‘숫자’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본인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부모님, 친구, 친척에게 투자해 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가요? 자비를 투입할 정도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얼마든지 투자자를 설득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런 진심 없이 다른 사람의 돈으로 사업하겠다는 마음은 금방 티가 납니다. 본인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할 정도로 확신이 없고 진정성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도 어려울 겁니다.

Q.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계획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효과적인가요?
사업계획서는 엑셀 파일(숫자)만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사업계획서에 감정보다는 확실한 숫자를 넣어서 투자자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매년 발생할 매출, 원가, 비용, 이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요. 우리 기업이 ‘언제’, ‘어떻게’ 저 숫자를 만들 것이고 근거는 ‘무엇’인지 상세히 써야 합니다. 사실관계나 논리 역시 체계적이어야 하고요. 물론 사업을 하면서 발생하게 될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업 계획상의 숫자들을 최대한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는다면 투자받기 쉽지 않습니다. 숫자는 회사의 시가총액과 투자금을 결정합니다. 시가총액은 비슷한 업을 하는 회사들의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과 우리 회사의 미래이익을 기반으로 결정되고, 시총을 바탕으로 투자자는 투자 여부나 투자 금액, 1주의 가치 및 거래 조건을 정하게 됩니다. 투자를 유치하려는 자는 사업계획서에 기재한 숫자 하나하나의 의미와 쓰임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작성해야 합니다.

Q. 엔젤 투자자, VC, 창업투자회사 각각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엔젤 투자자는 PE(Private Equity, 사모투자)나 VC(Venture Capital, 벤처 캐피털)에 비해 개인이 많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회사를 도와줄 수 있죠. 하지만 이들은 명확한 포트폴리오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투자자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지분을 팔고 나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하우스마다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만 VC는 대체로 투자자, 포트폴리오 회사 및 스타트업 이해관계자와의 네트워크가 좋은 편입니다. 그리고 VC가 투자하면 시장에서 회사의 시가총액 등의 가치가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엔젤 투자자에 비해 펀드의 만기가 길고, 만기가 되면 주식을 팔고 나가야 합니다.
자산운용사로부터는 보통 상장 전에 투자를 많이 받습니다. 아니면 인수를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꽤 큰 규모의 돈을 쉽고 빠르게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펀드의 만기가 짧아서 만기 전에 엑시트를 못하면 자산운용사와 회사가 같이 고통에 빠질 수 있는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Q. 좋은 투자자와 나쁜 투자자를 구분하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s, SI)는 투자자가 회사를 함께 키우면서 수익을 내는 반면,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 FI)는 수익성에 조금 더 집중합니다. 대체로 SI 투자가 회사의 성장에 도움을 주지만 찾기가 힘들고, FI 투자자는 회사의 장기적 성장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보다 신속하게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인식됩니다. 하지만 SI라고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업협력이나 동반성장을 위한 SI도 있지만 ‘킬러 인수’와 같이 예비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투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투자를 받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금과 함께 믿음을 주면 좋은 투자자고 수많은 자료를 계속 요구하거나 간섭해서 회사의 성장을 방해하면 나쁜 투자자입니다. 물론 시장의 여러 평판을 듣고 구별하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본질은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투자자가 누구인지입니다. 결국 투자받는 시점의 회사의 상황과 사업구조 그리고 아이템에 따라 SI나 FI를 정해야 합니다.
배태준 법무법인 세종 신산업플랫폼·ICT·TMT 전문 변호사
배태준 법무법인 세종 신산업플랫폼·ICT·TMT 전문 변호사
배태준 법무법인 세종 신산업플랫폼·ICT·TMT 전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