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인터뷰

[트렌드]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사진=이승재 기자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사진=이승재 기자
본격적인 인사 시즌에 접어들면서 경영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불황기에는 채용을 줄여야 할까.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면 누구를 내보내야 할까. 경영자들의 고민은 대부분 사람 고민이다.

국내 최대 규모 헤드헌팅 회사 커리어케어를 설립한 신현만 회장은 손꼽히는 인재 전문가다. 20년 넘게 인재 사업 한 길을 걸어온 신 회장은 “기업의 경쟁우위는 인재를 유인하고 보유하는 능력에 달렸다”고 말한다.

그는 “회사가 어려워서 채용할 여력이 없다고 하는데 경영이란 어려운 상황에서도 변화를 주고 생존법을 찾는 과정”이라며 “불황기를 인재 확충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수많은 경영자를 만나면서 접한 인재 고민에 대한 해법을 담아 ‘사장의 별의 순간’을 출간했다. 신 회장을 만나 인사와 인재 전략에 질문을 던졌다.


-최근 인사 트렌드는 어떤가.

“팬데믹 이후 경제환경의 대격변이 일어나면서 채용시장도 180도 달라졌다. 지금은 여기에 경기침체 상황까지 겹쳐지면서 기업들이 2024년 상반기까지는 경영환경이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시장 위축에 대응을 하기 위해 ‘혁신 예산’이라는 것을 짜는 추세다.

혁신 예산은 예를 들어 두 개의 조직을 하나로 합치거나 잘하는 조직은 늘리는 식으로 기존 범위 안에서 체형을 바꾸는 인사를 의미한다.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기보다는 기존 인력 재배치를 통해 조직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인재 전략이 어떻게 바뀌고 있나.

“지금 기업들은 조금 더 잘하는 ‘모어(more)’나 ‘머치(much)’의 개념이 아니라 관점을 바꾸는 혁신을 추구한다. 새마을운동 하듯 1시간 더 일하는 걸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은 해외 글로벌 선도기업에서 일했거나 해외 주요 연구소 출신들을 데려와달라고 한다. 사람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기업들이 절감하고 있다. 예전에는 사장보다 연봉을 많이 주는 인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경영진보다 연봉이 많은 인재도 충분히 뽑을 수 있는 수용성이 생겼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사진=이승재 기자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 사진=이승재 기자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핵심 간부가 경쟁사나 중국 기업으로 이직해 논란이 됐다.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실 한국 기업도 같은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이제 인력 이동은 대퇴사 시대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고 인사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핵심 인재는 언제든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런 인재가 나가도 조직이 휘청이지 않도록 인재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10년을 보고 사람을 뽑았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길면 2~3년, 짧으면 1년 일하다 나가고 새로 들어오는 것이 일상화된 상황에서의 인재관리, 조직관리, 사업관리를 해야 한다. 이것이 팬데믹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이자 현재 기업들이 요구받는 변화다.”

-확보한 인재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인재 유실(퇴사)을 막을 수는 없나.

“나가는 사람을 붙잡을 방법은 거의 없다. 대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보면 선수 한 명이 빠지면 그 자리를 승계한 다음 사람이 들어온다. 석세스 프로그램이 갖춰진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주요 보직 하나에 3명의 후보를 둔다. 그래서 이 사람이 나가도 대체할 수 있다. 인재관리 시스템 자체가 언제든 인재가 이직(퇴사)한다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기 때문에 인재가 나가도 조직이 타격을 적게 받는다.”

-인재를 유지하는 리텐션 전략은 없나.

“연공서열제를 없애고 성과와 직무중심제로 바꿔야 한다. 뛰어난 인재들은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이와 경력에 따라 직급과 급여가 결정되는 구조에서 내 능력과 성과가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역량이 뛰어나다면 젊은 나이에도 임원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만약 임원까지 20년이 걸린다면 어떤 인재가 회사에 남겠나.

우수 인재를 영입하려면 인재를 보는 안목과 그런 인재를 품을 수 있는 조직적 유연성과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지금 기업들이 상무, 전무를 없애고 직급을 통폐합하는 이유도 우수 인재를 조직에 담기 위해서다. 직급을 통합하면 나이와 무관하게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할 수 있어서 인력 운영이 굉장히 수월해진다.”

-최근 내부 횡령 등 금융사고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채용 과정에서 미리 파악하고 거를 방법은 없나.

“이제 면접만으로 사람을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기업들도 알고 있고 사람 한 명이 굉장히 중요해졌기 때문에 평판조회가 필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과거엔 내부에서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승진을 하면서 성과, 리더십, 충성도 같은 것들이 검증된 사람들이 임원이 됐기 때문에 평판조회를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연공서열이 사라지고 외부영입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커리어케어에서 운영하는 평판조회 전담조직 ‘씨렌즈센터’에 평판조회를 의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평판조회는 보통 상사나 동료들이 코멘트를 해주기에 ‘소리 없는 면접’, ‘남이 써주는 이력서’라고도 표현한다.

평판조회는 후보자가 밝힌 학력·경력·성과가 사실인지, 조직 내에서의 소프트 스킬 평가와 윤리성 등 크게 세 가지를 보기 위한 단계다. 누군가 횡령 또는 성추문으로 퇴사했다면 이력서만으로 그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실제 평판조회를 통해 전 직장에서의 횡령이나 운전기사에 갑질을 해서 채용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의 저서 '사장의 별의 순간' 표지. 사진=세이코리아 제공
신현만 커리어케어 회장의 저서 '사장의 별의 순간' 표지. 사진=세이코리아 제공
-불황기에는 어떤 인재 전략을 써야 하나.

“불황기는 고급 인재가 시장에 나오는 시기라 인재 채용의 적기다. 경기가 좋아지면 절대 뽑지 못할 사람들이 시장에 나와 있다. 설비투자 여력이 없으면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경영자들이 우리 회사는 채용할 여력이 없다고 하는데 경영이란 어려운 상황에서도 변화를 주고 생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때는 어떤 사람을 남기고 어떤 사람을 내보내야 할까.

“구조조정을 하면 결과적으로 과거에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을 남기고, 연고가 없는 사람들을 내보낸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현재 성과를 내고 있지 않다. 구조조정의 기준을 과거 기여도에 놓다 보니 현재의 성과나 미래의 기여도가 높은 사람들을 내보낸다. 최악의 구조조정이 되는 거다.

회사에 돈이 없어서 채용할 여력이 없다는 것은 결국 틀린 얘기다. 정에 얽혀서 보상을 냉정하게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대부분 기업이 오래 근무했고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과거에 성과 냈던 사람들에게 많은 보상을 주기 때문에 정작 현재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줄 돈이 없다. 연공서열의 폐해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파산 직전의 일본항공(JAL)에 구원투수로 등판해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살린 것처럼 구조조정은 연고가 없는 외부인력이 들어가서 하는 게 효율적이다.”

-업종과 분야를 막론하고 지금 당장 영입해야 할 인재는 누구인가.

“디지털 인재다. 할 수 있는 한 디지털 인력을 양적으로 최대한 담고 질적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이제 디지털 전환의 초보 단계에 온 기업이 앞으로 3단계, 4단계까지 가야 하는데 고작 1단계를 해놓고 디지털 인력 채용에 손을 놓고 있는 경우도 많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시장에 천리마(인재)가 없는 게 아니다. 천리마를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백락(사람)이 없는 거다. 결국 경영자가 디지털을 바라보는 눈높이와 안목을 키워야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