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명 살던 마을 전체 호텔로 바꾼 고스게촌
-지방 소멸 극복한 65세 촌장…민간 기업과 합작하며 아이디어 펼쳐
-2년째 단체 소개팅 열고 히키코모리 사회로 내보내기도

[스페셜리포트: 지방생존 리포트③]
후나키 고스게촌 촌장이 마을에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배송하는 드론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김영은 기자
후나키 고스게촌 촌장이 마을에서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배송하는 드론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김영은 기자
“잃을 게 없으니 와서 뭐든 해봐라.”

고스게촌 부활의 또 다른 공신은 후나키 나오요시 촌장이다. 후나키 촌장은 12년째 마을을 이끌고 있다. 11월 7일 고스게촌에서 만난 후나키 촌장의 마인드는 글로벌 기업의 CEO 못지않았다.

“실패는 당연하다”며 스타트업과 벤처회사들과 협업했고 어떤 아이디어든 받아들였다. 그 결과 소멸을 걱정하던 낡은 마을이 관광 명소로 떠올랐고, 일본에서 드론 배송이 시작된 첫 번째 지역이 됐다.

후나키 촌장은 컨설팅 기업인 사토유메, NOTE와 공동출자해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마을 호텔을 운영하고 있고, 일본의 물류기업 세이노의 자회사인 넥스트딜리버리와 손잡고 드론 물류를 시행하고 있다.
가파른 절벽에 위치한 목조주택을 호텔로 바꾼 모습./김영은 기자
가파른 절벽에 위치한 목조주택을 호텔로 바꾼 모습./김영은 기자
후나키 촌장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스게촌은 2년째 ‘곤카쓰(결혼활동)’를 위한 행사를 열고 있다. 마을에 살고 있거나 도시로 떠난 청년들을 한데 모아 단체 소개팅을 주선하는 행사다. 이 행사를 통해 20커플이 만났고, 4커플이 성사돼 여전히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지방재생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2014년 2차 아베내각 당시 일본 정부는 전국 지자체에 인구 동향 및 미래의 인구 추계, 인구 목표 설정을 실행하는 ‘인구비전’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5개년 계획으로 체계화해 지방재생종합전략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그 가운데 실효성 높은 전략을 중앙정부가 선정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예산 편성의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유효성, 현실성 높은 계획을 만든 지자체에는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해 성공 사례를 만들지만 그렇지 않은 지자체는 버리겠다는 태도를 명확하게 내보였다.
150년 된 대갓집을 리모델링 해 만든 고스게촌 호텔./사토유메
150년 된 대갓집을 리모델링 해 만든 고스게촌 호텔./사토유메
후나키 촌장은 배수의 진을 치고 총력을 가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고, 정부의 지원금을 따냈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골 마을의 ‘군수’ 격인 후나키 촌장은 “실패는 당연하다”며 “일단 하면서 궤도를 수정해야 성공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후나키 촌장과의 일문일답.

-일본에서 지자체나 마을이 민간기업과 합작회사를 만드는 경우가 있나?
“좀처럼 없는 드문 케이스다. 마을이 호텔 운영 회사를 위해 민간기업과 함께 출자하고 임원도 공동으로 맡는 일은 거의 없다. 예전에는 이런 민간기업과 행정의 유착을 안 좋게 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마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민관이 하나가 돼서 뭔가를 해야만 했다.”

-마을 사람들의 반발이나 걱정은 없었나?
“처음에는 호텔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료칸 등 동업자들의 우려를 예상했다. 하지만 타깃으로 하는 고객층이 달랐다. 호텔이 주로 타깃으로 하는 고객은 3만~4만 엔대 예산을 지출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존 료칸은 1만 엔대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서 서로 겹치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
후나키 고스게촌 촌장이 마을의 작은 물류센터에서 설명하고 있다./김영은 기자
후나키 고스게촌 촌장이 마을의 작은 물류센터에서 설명하고 있다./김영은 기자
-호텔이 성공하면서 마을은 어떤 낙수효과를 얻었나?
“고스게촌은 야마나시의 27개 자치촌 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마을이었다. 지명도가 낮았는데, 많은 곳에서 취재를 오고 매스컴에 거론되면서 관광객이 늘었고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도 회복됐다. 관광객과 이주자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호텔 등 마을 재생사업 외에 어떤 일을 추진하고 있나?
“이주정책의 일환으로 마을이 40채 정도 되는 주택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 마을은 65세 이상이 46%다. 미성년자는 초등학생 35명, 중학생 15명이다. 그런데 최근에 촌에서 운영하는 40개 주택에 거주하면서 마을로 이사와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부모들이 생겼다.

초등학교의 절반 정도는 아이들에게 산촌체험을 시켜주고자 이곳으로 이주한 세대의 아이들이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주택은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월 2만5000엔(약 21만원)에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주택에 입주하지 못한 이주자들은 민간의 빈집을 빌릴 수 있게 마을이 지원한다.”
고스게촌 마을 주민들과 사토유메 임직원들./사토유메
고스게촌 마을 주민들과 사토유메 임직원들./사토유메
-마을 청년들을 위한 정책도 많이 시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마을 청년들의 ‘곤카쓰’ 일환으로 단체 소개팅을 주선했다. 내가 알기로 4커플은 여전히 사귀고 있다. 특히 자신감이 결여된 독신 남성들의 컨설팅을 직접 해주고 싶다. 도쿄 긴자에 데리고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꿔줄 자신이 있다.

일본의 심각한 사회 문제인 히키코모리 해결을 위해서도 나서고 있다. 집 안에만 있는 사람들을 사회로 내보내기 위해 기업과 협력해 취업을 주선했다. 근무 시간을 모두 채우는 게 아니라,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우선 만들어 준다. 최저임금 900엔 중 절반은 촌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사회로 복귀한 마을 주민이 4명이나 된다.”

-마을 운영 철학이 궁금하다.
“경영이라는 걸 염두에 둔다. 마을이 하나의 벤처기업이고 나는 그걸 운영하는 CEO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공무원으로 일할 때도 나는 늘 ‘특이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동일한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늘 새로운 일을 제안했고 상사가 나를 싫어했다.(이 말을 하며 그는 크게 웃었다)”

-사토유메 창업 1년 차에 함께 협업을 제안했다. 경험이 적은 창업가를 어떻게 믿었나.
“경험이 적어서 믿었다. 큰 컨설팅 회사에 문의하면 항상 동일한 패턴, 동일한 방식의 제안이 들어왔다. 경험이 적은 회사와 돈이 없는 마을이 함께 ‘챌린지 정신’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마을을 이루고 있는 호텔, 드론 회사, 맥주 회사 모두 기존에 없던 걸 처음 시도하는 회사들이다. 택배 회사에서 처음 드론 배송을 할 때도 ‘새로운 걸 할 거면 우리 마을에서 하라’고 했다. 드론이 떨어져도 인구가 없어서 다칠 사람이 없다고 유쾌하게 제안했다.”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가 되어 주는 건가.
“실패가 당연하다. 실패를 거듭하며 궤도를 수정해야 성공으로 연결된다고 본다. 일하는 우리 직원들에게도 늘 강조한다.”

-드론 사업을 시작한다고 할 때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
“우리 마을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46%다. 드론 설명회를 열었는데, 말로 하는 것보다는 일단 드론을 띄우고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될지를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르다. 저게 까마귀가 아니라 드론이라고 말해 주는 거다.

사전에 설명해서 설득시키는 것보다 일단 해보고, 평가 받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작은 마을일수록 리더십이 중요하다. 사업에 대한 평가 역시 안보다 밖에서 좋은 평가가 들어와야 마을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다음 계획이 궁금하다.
“새로 생각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마을에 올해 폐업한 오래된 료칸이 있다. 이걸 사토유메와 함께 부활시키고 있다. 마을의 새로운 대표 명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두 번째는 마운틴 바이크(산악 오토바이) 체험장을 만들고 있다. 요즘 애들이 게임이랑 노트북만 하기 때문에 산에 대한 매력을 모른다. 마운틴 바이크를 통해 산의 매력을 갖게 하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66세 촌장의 마법...마을 통째로 호텔 만들고 드론 띄웠다[지방생존 리포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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