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옥희의 CEO 리포트]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제공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제공
올해로 9년째 KT&G를 이끌고 있는 백복인 사장은 역대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타이틀을 갖고 있다. KT&G는 오너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임에도 포스코나 KT와 비교하면 ‘낙하산 무풍지대’로 통하며 민영화 성공사례로 꼽힌다.

백 사장은 공채 출신 첫 CEO로 2015년 10월 KT&G 사장이 됐다. 1993년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사원으로 입사해 2015년 CEO 자리에 올라 3연임에 성공하며 30년간 한 회사에 몸담은 ‘정통 KT&G맨’이다.

터키법인장, 마케팅본부장, 생산·R&D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담배·인삼 전문가로 KT&G가 민영화 이후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외산 담배의 공세로 추락하던 국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 사장이 2024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장수 비결로 탄탄한 실적과 체질 개선이 손꼽힌다. 재임 기간 KT&G의 국내 궐련시장 점유율은 65%, 홍삼시장 점유율은 75% 수준으로 주력 사업에서 안정적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백 사장은 지난 1월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과 릴(lil)을 15년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새롭게 체결해 해외사업 성장 기틀도 마련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2038년 1월 말까지 KT&G가 PMI에 전자담배 릴을 공급하고, PMI는 이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판매한다.

이로써 KT&G의 해외 영토 확장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향후 15년간 글로벌 궐련형 전자담배 사업에서 연평균 매출 성장률 20.6%, 연평균 스틱 매출 수량 성장률 24.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섰다. 2016년 50여 개국에 불과했던 궐련 수출국이 2022년 130여 개국으로 늘었다. KT&G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6895억원, 영업이익은 40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0.3% 증가하며, 매출액은 분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해외 궐련 중심의 담배사업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 3분기 담배사업부문 매출액은 97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늘었고, 영업이익은 0.6% 증가한 2694억원을 기록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주에서 10월 11일 열린 KT&G 신공장 착공식에서 백복인 KT&G 사장(왼쪽 넷째)이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KT&G 제공
카자흐스탄 알마티주에서 10월 11일 열린 KT&G 신공장 착공식에서 백복인 KT&G 사장(왼쪽 넷째)이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KT&G 제공
백 사장이 이끄는 글로벌 톱티어 전략도 순항 중이다. KT&G는 지난 1월 미래비전선포식에서 글로벌 톱티어 전략의 일환으로 ‘차세대제품(NGP)·글로벌 궐련담배(CC)·건강기능식품’을 3대 핵심사업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핵심사업 분야에 대한 약 4조원의 성장투자를 기반으로 2027년 10조원대의 매출을 달성하고, 사업의 질적 성장을 통해 글로벌 사업 매출 비중을 50%, NGP‧건기식 등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다.

KT&G는 지난 9월 인도네시아 투자부와 신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지원 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10월에는 카자흐스탄에 차세대 제품(NGP)과 글로벌 궐련담배(CC)를 생산하는 ‘하이브리드형’ 신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대전 신탄진 NGP 공장 확장을 통한 글로벌 생산혁신 거점을 구축하는 등 생산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를 막아내며 리더십도 더욱 공고히 했다. 2022년 10월 한국계 싱가포르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국내 자산운용사 안다자산운용은 KT&G를 상대로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을 핵심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했으나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들의 제시 안건이 줄줄이 부결되며 1차전은 KT&G의 완승으로 결론 났다.

KT&G는 장기적 관점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향후 3년간 약 1조8000억원의 현금 배당과 약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약 2조8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