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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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공매도 금지조치를 추진한 지 3주가 지났다. 대부분 국내 증권가는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할 것으로 평가했다.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에서 퇴출당하고 국가신용등급 조정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다.증권사 예상 빗나간 공매도 금지증권사 평가는 빗나갔다. 가장 우려했던 외국인 자금은 오히려 3조원 이상 들어왔다. 유입 속도로 본다면 올 들어 가장 빨랐던 지난 5월 중순 이후 2주간에 견줄 만한 정도다. 원천별로도 달러계 자금뿐만 아니라 유럽계 자금, 그리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주춤했던 아랍계 자금까지 들어왔다.

외국인 자금 대거 유입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안정되고 있다. 공매도 금지조치 추진 직전 추락하던 코스피지수는 2500선이 넘었다. 급등할 것으로 봤던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이 붕괴되면서 1280원대까지 하락했다. 원‧엔 환율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850원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종전의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외국인 자금이 반드시 이탈된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 때(2008년 8월∼2009년 5월)는 4조1000억원이 유입된 반면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때(2001년 8∼9월)는 1조5000원이 이탈됐다. 코로나19 사태 때(2020년 3월∼2021년 5월)는 22조1000억원이 이탈됐지만 폴트폴리오 지위가 같은 국가에 비해 특별히 많지 않았다.

크게 당황한 일부 국내 증권사가 앞으로 서든 스톱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술 더 뜬다. 잘 들어오던 외국인 자금이 어느 순간에 이탈되는 서든 스톱은 공매도 금지와 같은 제도적 요인보다 펀더멘털 여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 성장률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높게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서든 스톱이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다.

논란이 됐던 공매도 금지 효과가 나타난 것에 고무된 정책당국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에 비뚤어진 운동장을 펴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공매도 상환 기간을 외국인, 기관, 개인 모두 90일로 통일시키고 대주거래 담보비율도 모두 105%로 통일시켰다. 기관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국내 증권사의 공매도 금지 영향 평가는 왜 이렇게 빗나갈까.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이 공매도 허용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이 누렸던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공매도 금지 영향 평가를 했다는 점이다.

잘못된 선입견도 고쳐나가야 한다. 공매도 제도 개선 문제만 나오면 으레껏 등장하는 ‘평평한 운동장’은 그 잣대가 왜 외국인과 기관에 맞춰져야 하는가이다. 증시를 비롯한 모든 경제정책은 ‘국익 증진과 보호’에 있다. 개인 투자자에게 맞추는 방향으로 그 잣대가 바뀌어야 한다.

공매도 금지하면 MSCI 편입에 퇴출당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MSCI 편입은 공매도를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지 않다. 공매도 허용이든 금지든 어느 한 방향이 결정되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느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증시에 자금을 들고 오는 외국인도 같은 입장이다.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는 더더욱 잘못된 평가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3대 평가사들이 특정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조정할 때는 지정학적 위험, 거시경제 위험, 산업 위험, 재무 위험을 중시한다. 우리 국가신용등급이 2006년 이후 정체된 것도 공매도 금지와 같은 제도 요인보다 4대 평가항목이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이탈도 공매도 금지와 같은 제도 요인보다는 특정국 증시가 미국 국채금리 등과 같은 대외가격변수에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가에 좌우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탈이 우려되는 것은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같은 대외여건 변화에 완충장치가 경쟁국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매도 금지와 외국인 자금 이탈, 도식적 이분법 개선해야[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어떤 문제 있나첫째, 경제주체를 가릴 것 없이 부채가 너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108.1%, 기업부채는 124.1%로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GDP 대비한 절대 수준도 IMF의 수정된 개념상 위험수준인 60%에 근접했다.

더 우려되는 것은 국내 금융사들이 마치 유행처럼 해외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급증한 달러 레버리지 부채다. 이달부터 만기가 집중되는 시기에 고금리와 맞물리면서 ‘수요 파괴’까지 일고 있다. 이 현상이 나타날 때는 리스케줄링과 투자자산 처분이 어렵고 처분하더라도 국내 금융사처럼 중후순위로 밀려난 조건에서는 회수하기가 어렵다.

둘째, 펀더멘털 면에서는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될 정도로 약하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아시아 4룡 가운데 마지막 남은 대만에 추월당했다. 올해 성장률은 일본에 역전당할 ‘제2의 경술국치’에 몰리고 있다. 경술국치란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의해 우리의 국권이 상실당한 치욕적인 사건을 말한다.

단순생산함수(Y=f(L, K, 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추정한 중장기 성장기반은 더 취약하다. 노동 섹터는 ‘저출산‧고령화’로, 자본 섹터는 해외 위주의 신규 투자로 국내 투자는 낮은 자본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로, 그리고 총요소생산성 섹터는 각종 입법 규제와 부정부패 등으로 빠르면 2025년부터 1%대의 성장률도 어려운 것으로 나온다.

셋째, 쌍둥이 적자도 우려된다. 올해는 재정적자 폭이 의외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세수는 저성장과 직전 정부와의 정책단절에 따른 금단 효과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 지출은 하방 경직성에다 재정준칙은 ‘거대 야당’이라는 입법적 한계에 부딪쳐 도입이 늦어지면서 세수 감소폭 이상으로 감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가 우려될 정도로 흑자 규모가 감소되고 있다. 질적인 면에서도 상품수지는 ‘수출 증가’보다 ‘수입 감소’가 더 큰 불황형 흑자로 종전과 다르다. 상품외 수지는 ‘국내 유입’보다 ‘해외 유출’이 더 많은 공동화 적자까지 누적되고 있어 고금리에 따른 완충 능력은 더 떨어진다.

넷째, 포트폴리오 지위가 정체돼 있다. GDP 규모, 무역액, 시가총액 등으로 평가되는 실물경제 위상은 세계 10위권이지만 세계채권지수(WGBI), MSCI로 파악되는 포트폴리오 지위는 신흥국이다. 두 위상 간 괴리에 따라 잠복된 위험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같은 대외가격변수가 불안할 때 노출된다.

다섯째,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여야 간 갈등은 오히려 고금리의 충격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결 건수를 제안 건수로 나워 백분화시킨 여야 간 갈등지수는 국회 역사상 최고수준에 달한다.

여섯째,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국 증시의 투자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점도 자주 지적된다. 디스커버리, 라임, 옵티머스 사태의 책임자들은 여전히 대형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꿰차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상징하는 금융사에서는 수천억대의 횡령 사건이 터지고 있다. 테라, 루나 등 불법 코인 사태 주범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 국채금리 급등 등과 같은 대외여건 변화에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 어젠다부터 제시돼야 한다. 한국 경제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명확해야 대외, 거시경제, 산업, 기업, 노사, 세제, 부동산 등 세부 분야별 로드맵과 평가가 가능해져 외국인 자금이 추세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공매도 제도 개선도 증시의 양대 기능인 기업이 자기 구미에 맞는 자금조달과 다양한 개인들의 재테크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코로나 사태로 어렵게 움트기 시작한 개인 투자자들의 ‘어린싹(green shoot)’이 잘 자라 ‘풍성한 과일(golden goal)’을 맺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