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의 친환경 사업 전담반 LS머티리얼즈, 울트라캐퍼시터 시장 2026년 11조원 규모
=자회사 LS알스코 통해 전기차 부품 시장 진출…합작법인 하이엠케이로 럭셔리카 공략

사진 =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사진 =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여름 ‘초전도체 열풍’이 증권가를 휩쓸었을 때 LS네트웍스의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LS네트웍스는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와 BMW모터사이클을 판매하는 회사로, 초전도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일로 증권가에선 “LS그룹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LS그룹이 7년 만에 상장을 추진하는 자회사 LS머티리얼즈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울트라커패시터(UC)’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홍영호 LS머티리얼즈 대표(사진)는 “UC는 2차전지를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라며 “2차전지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향후 UC가 산업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했다.

홍 대표는 LS전선의 전신인 LG전선에 입사해 지난 30년간 LS알스코, LS이브이씨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LS머티리얼즈의 상장은 그룹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LS머티리얼즈의 성장 가능성과 기업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LS머티리얼즈가 생산하는 울트라커패시터는 무엇이고 어디에 사용되는 건가요?
“UC는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 저장장치입니다. 2차전지인 리튬이온배터리를 입구가 좁은 물통에 비유한다면 UC는 입구가 넓은 물통이라고 할 수 있죠.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물을 담고 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UC는 한꺼번에 많은 물을 집어넣고 뺄 수 있습니다. 몇 초 만에 충전이 가능하고 2차전지의 세 배 이상 큰 출력을 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빨리 방전이 되어서 다시 충전을 시켜줘야 합니다. UC의 장점은 폭발 위험성이 없고 수명이 15년 이상으로 길다는 겁니다. 2차전지가 작동하지 않는 영하 40도에서 영상 65도 사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요. 이런 장점 때문에 풍력발전소나 물류센터의 무인운반로봇(AGV), 대형 크레인, 반도체 공장의 비상전력장치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풍력발전소는 과거 교체 주기가 2년이었던 납축전지를 썼는데 지금은 UC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냉동창고의 상하차 로봇,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공장의 비상전력공급장치(UPS)로도 각광받고 있어요. 정전이 발생하면 공장 가동이 멈추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UC가 초기 5분간 비상전력을 공급해주고 그다음에 리튬이온배터리, 디젤발전기가 돌아가는 삼중 구조로 돼 있는 것이죠.”

▶전선과 전력 인프라 사업을 하던 LS그룹이 UC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4년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의 하나로 전지사업을 국가적 정책사업으로 지원하면서 LS전선(당시 LG전선)이 처음 UC 사업부를 신설했습니다. 2005년 3월 1일 안양공장에 파일럿 라인을 설치하고 UC 양산화 기반을 갖췄고 2006년 인동공장에 생산시설을 구축했어요. 2007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양산을 시작했죠. 그러다 2008년 7월 1일 LS그룹이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하면서 LS전선, LS산전,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 등 자회사로 나뉘었습니다. LS엠트론은 LS전선에서 전선사업부를 제외한 기계사업과 부품사업이 떨어져나와 출범했는데 기계사업에는 트랙터, 공조, 사출, 특수 분야가 포함됩니다. 부품사업은 전자부품, 동박·박막 등 회로소재, 자동차부품, UC 사업부가 있었습니다. LS머티리얼즈는 LS엠트론의 UC 사업부가 독립해서 만들어졌고 알루미늄 사출 사업을 하는 LS알스코를 자회사로 확보했습니다. 전기차와 배터리와 관련된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된 사업들이 모여 LS머티리얼즈가 됐다고 보면 됩니다.”

▶LS머트리얼즈는 대용량 UC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중소형 UC 분야는 국내에선 비나텍, 삼화전기가 있습니다. 대형 UC는 우리와 미국 UCAP가 경합하고 있죠. UCAP의 전신은 맥스웰이라는 회사인데 테슬라로 인수됐다가 다시 UCAP가 됐습니다. 이 회사가 주춤하는 사이 LS머티리얼즈가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죠. LS머티리얼즈는 2009년 세계 최초로 3.0V 대형셀 3000F UC 양산에 성공했는데요. 2016년 무인반송차(AGV)용 중형셀 중 용량이 가장 큰 2.8V 600F를 개발했습니다. 국내 유일한 대형 UC 제조사로 경기도 안양과 군포 공장에 연간 중형셀 630만 개, 대형셀 14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어요. 글로벌 중대형 UC 부문에서 톱티어 회사로 꼽힙니다.
최근엔 일본 AGV 기업과 UC 공급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기업이 납품하는 AGV가 미국 글로벌 기업의 공장에서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AGV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작년 UC 부문 매출은 413억원, 영업이익은 5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 122% 늘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3.39%로 높은 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타리뷰리서치가 글로벌 UC 시장 규모를 2020년 23억 달러(약 3조원)에서 2026년 85억 달러(약 11조4000억원)로 연평균 24.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UC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전기차 회사들이 UC의 장점과 안전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높은 출력이 필요한 초기 구동 시 UC를 사용하면 2차전지의 수명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화재 시 내부 전력이 끊겼을 때 고온에서 차문 개폐나 센서 등 중요한 부품의 보조 동력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를 포함해 글로벌 기업 몇 곳이 리튬이온배터리와 UC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에너지 시스템인 리튬이온커패시터(LIC)를 개발 중입니다. LIC가 전기차에 의무적으로 탑재된다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회사인 LS알스코를 통해 전기차 부품 시장에도 진출하는데요.
“자동차와 전기·전자부품용 알루미늄 소재를 만드는 LS알스코는 LS그룹 계열사와 국내 완성차 부품업체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LS알스코는 그동안 알루미늄 배터리 팩 케이스 등 전기차 부품을 제조하지 않았는데, 국내 압출성형 기업 간 출혈 경쟁이 심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시장을 공략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올초 전기차 알루미늄 부품 세계 1위 기업인 오스트리아 하이(HAI)와 합작법인 하이엠케이를 설립했습니다. 하이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전기차 사이드 실, 전기차 배터리 트레이, 크래시 박스 등 3종의 부품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오스트리아의 하이는 BMW, 롤스로이스 등 럭셔리카에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입니다. 내년부터 공장과 압출 설비를 마련해 시운전을 시작하고 국내 완성차 중에서도 프리미엄 하이엔드급 전기차를 타깃으로 공격적인 수주 영업을 할 생각입니다.”

▶LS그룹에선 2016년 LS전선아시아 이후 7년 만의 IPO입니다.
“LS머티리얼즈가 상장한 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최소 2년 내 LS그룹의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만큼 LS머티리얼즈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죠. 공모 자금으로 UC 수요 증가에 대비해 생산 설비를 증축하고 공장 자동화를 통해 기술 격차를 벌릴 생각입니다. 향후 인수합병(M&A)이나 해외 공장 설립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자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기업공개를 통해 LS그룹 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선봉장으로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겠습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