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의 오픈AI 해임 사태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이사회만 6인에 임시 CEO는 2명, 핵심 투자자만 MS를 비롯해 여럿이다. 오픈AI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 등장인물의 면면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CEO l 샘 올트먼 : 1985년생으로 오픈AI의 공동설립자이자 CEO다. 전 세계에 GPT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자 ‘챗GPT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스타트업 성공으로 자본가 반열에 오른 그는 VC로 데뷔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그가 초기 투자한 기업만 2000개가 넘는다. 에어비앤비, 도어대시, 인스타카트, 레딧, 핀터레스트 등 그가 유니콘으로 성장시킨 대표적 스타트업들이다.
2015년엔 일론 머스크와 손잡고 비영리 AI 연구소인 오픈AI를 공동 창업한다. 2018년 초에는 머스크와 경영 갈등으로 갈라지면서 한때 자금 부족으로 좌초 위기를 겪는다. 그는 2019년 3월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오픈AI 유한투자(OpenAI LP)라는 영리 자회사를 설립한다. 오픈AI를 비영리단체와 영리법인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회사와 올트먼 모두 기사회생한다. 2022년 11월에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챗GPT’를 선보인다. 이후 AI의 고도화된 발전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3월엔 1000명 이상의 기술 리더들이 AI의 가장 진보된 시스템 개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지만, 올트먼은 이 서한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AI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를 촉구하는 동시에 기술을 홍보했으며 최근 몇 달 동안 투자자와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리고 오픈AI는 지난 11월 6일 개발자를 위한 첫 콘퍼런스를 열고 최신 정보로 무장한 챗봇 ‘GPT-4 터보(GPT-4 Turbo)’를 공개했다. 그로부터 2주 뒤인 지난 금요일 정오께 이사회에 의해 축출됐으나, 닷새 만인 화요일 밤 다시 CEO에 복귀했다.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부머(boomer·개발론자)’로도 분류된다. 수석과학자 l 일리야 수츠케버 : 올트먼을 축출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한 오픈AI의 수석과학자. 올트먼, 머스크 등과 함께 오픈AI를 공동창업했다. AI를 경계해야 한다는 신념이 강한 그는 최근 들어 올트먼의 급격한 AI 사업화 행보를 커다란 위협으로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AI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의 수제자로도 유명하다. 힌턴은 “AI가 인류에게 실존적 위험이 된다”고 보는 대표적인 ‘두머(doomer·파멸론자)’로 지난 5월 “AI는 핵무기와 같은 힘을 갖고 있다. 평생 한 AI 연구를 후회한다”며 구글에 사표를 낸 인물이다.
기존 사외이사 3인 :
타샤 매콜리 l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 있는 비영리단체 랜드(Rand)의 겸임 수석 관리 과학자이자 ‘AI 거버넌스’ 전문가. 그녀는 AI가 언젠가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하는 공동체인 ‘효과적인 이타주의자들(Effective Altruists)’ 운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렌 토너 l 워싱턴DC에 있는 비영리 단체인 조지타운대의 보안 및 신흥기술센터의 전략 및 기초연구 보조금 담당 이사. 그녀 또한 효과적인 이타주의자들 운동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그녀가 공동 집필한 논문으로 올트먼과 갈등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은 해당 연구 논문이 AI 기술을 안전하게 유지하려는 오픈AI의 노력을 비판하는 것 같다고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덤 디앤젤로 l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Quora)의 대표. 이사회에 정통한 복수의 인물에 따르면 그는 올트먼을 쫓아낸 사람들 중 하나였지만, 주말 동안 그를 다시 데려오기 위한 회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는 쿠데타를 일으킨 4인의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하게 현 이사회 멤버로 살아남았다.
신규 이사회 2인 : 브렛 테일러 l 고객관계관리(CRM) 분야 1위 기업 미국 세일즈포스의 전 공동 최고경영자로 올해 1월 31일 세일즈포스를 떠났다. ‘구글 맵’ 개발자이자, 트위터 이사회 회장을 맡아 일론 머스크의 인수 과정에서 주요 결정을 내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오픈AI의 새로운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래리 서머스 l 미국의 전 재무장관.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그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냈으며, 이후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했다. 총장 이후에는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트위터의 공동 설립자인 잭 도시가 창업한 결제회사 블록의 이사를 지내는 등 IT 경력도 있다.
주요 투자자 : 사티아 나델라 l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인도 본토 출신으로 MS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해 입사 22년 만에 그룹의 CEO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최첨단 AI 연구와 AI를 새로운 기술 플랫폼으로 책임감 있게 나아가기 위한 공동의 꿈을 갖고” 머스크가 버린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MS는 이후 챗GPT의 대흥행으로 주가가 고공상승했으며, 지금까지 오픈AI에 130억 달러를 투자한 큰손이다. 올트먼 CEO 중심으로 새 이사진이 꾸려지는 가운데 올트먼의 복귀를 이끈 MS와 오픈AI의 협력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l 2015년 올트먼과 함께 공동으로 비영리단체 오픈AI를 세운 최초 설립자. 거액의 투자를 약속했으나 2018년 2월 모종의 이유로 오픈AI 이사회를 떠나며 완전히 결별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픈AI를 직접 이끌겠다고 선언했으나, 다른 공동창업자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물러났다. 최초 설립자이나 지금은 오픈AI의 비판자이자 대표적인 ‘두머’이기도 하다. “오픈AI는 구글의 균형추 역할을 하려고 비영리 기업이자 ‘오픈소스’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클로즈드소스’가 됐다”(2023년 2월 17일)거나 “내가 1억 달러를 기부한 비영리 단체가 어떻게 해서 300억 달러짜리가 되었는지 아직도 혼란스럽다”(2023년 3월 15일)는 트윗 등이 유명하다. 지난 3월엔 ‘GPT-4보다 강력한 AI 개발을 최소 6개월 중단하자’는 공개서한에 그가 동의 서명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사태에도 그의 이름은 꽤나 여러 차례 등장한다. X 계정에서다. 그는 수츠케버가 후회하는 트윗을 작성했을 때에도 “이렇게 과감한 조치를 취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픈AI가 인류에게 잠재적으로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면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트윗도 띄웠다.
[스페셜 리포트 : 실패로 끝난 인류 위한 쿠데타?]
①‘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과 5일의 드라마
②닷새간의 드라마, 등장인물에 답이 있다
③AI는 인류의 구원자일까 침략자일까…오픈AI 사태 계기로 더 거세진 논란
④꺼지지 않는 AI 주가…월가는 여전히 낙관적
⑤챗GPT 1년…개발자가 필요없는 시대가 온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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