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민주 기자
사진=김민주 기자
가슴 속에 3천 원을 품고 다니는 계절이 돌아왔다. 올겨울도 붕세권(붕어빵+역세권)과 호세권(호떡+역세권)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길거리 간식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분위기다. 재료와 가스, 물류 운송 비용이 급등하면서 붕어빵과 호떡을 파는 노점상에도 인플레이션이 덮친 것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년 전에 비해 식용유 가격은 55.1%나 올랐으며, 밀가루 가격은 44.8% 상승했다. 붉은 팥(수입)의 도매가격은 이달 7일 기준 40kg당 27만 4,400원으로 평년 가격인 20만 6,200원보다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 가격 역시 지난달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가격이 뛰었다. 붕어빵을 굽는 데 쓰이는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공급 가격도 국제 LPG 가격 상승세에 따라 3개월 연속 올랐다.

이러한 이유로 길거리 노점상이 줄어들자, 식품업계는 자본력을 앞세워 카페 프랜차이즈, 편의점, 간편식 냉동제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겨울철 길거리 간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붕세권과 호세권에 대한 개념이 편의점이나 카페, 집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편의점 GS25은 지난 9월부터 용궁식품이 만든 붕어빵을 냉동 상태로 가져와 점포 내 군고구마 기기로 구워 팔고 있다. GS25의 10월 한 달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즉석 붕어빵은 전체 83종의 즉석 조리 식품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즉석 조리 식품 중 판매량 2위인 군고구마보다 87.1% 더 많이 판매됐다.

편의점 CU도 지난 15일부터 붕어빵 2종(단팥·슈크림)을 출시하고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븐일레븐도 직접 굽는 붕어빵 ‘세붕빵’을 지난 2021년 출시하고 현재까지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이번 겨울 신메뉴로 붕어빵, 앙버터호두과자, 꿀호떡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따끈따끈 간식꾸러미’를 선보였다. 출시 한 달 만에 20만 세트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여름 시즌 출시된 첨벙첨벙 간식꾸러미 대비 86.5% 상승한 수치다.

심지어 치킨업체도 붕어빵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앤푸드의 굽네는 사이드메뉴로 ‘미니붕어빵’ 2종을 출시했다. 기존 치킨, 피자 메뉴와 디저트를 한 번에 맛볼 수 있게 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집에서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마켓컬리에서 판매된 호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 호떡과 붕어빵은 각각 40%, 3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붕어빵뿐만 아니라 호떡, 호두과자 등 겨울철 길거리 간식 판매량 및 매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며, “추억의 겨울 간식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식품기업들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겨울철 길거리 간식을 출시하면서 ‘O세권’에 대한 개념이 새롭게 확장되고 시장 재편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