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내년에도 크게 오르지 않을 전망
금, 온스당 2500달러 돌파할 가능성도 나와
곡물 시장 안정화…원당만 꾸준히 상승세
원자재 시장은 그 반대였다. 경기침체 우려와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안전자산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증가한 영향이다. 이 때문에 원자재는 물가가 상승할 때 매력적인 헤지(위험 회피) 투자 수단으로 꼽힌다.
내년에도 원자재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귀금속과 원당 가격의 강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유가는 내년에도 안정국제유가는 내년에도 크게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17% 하락한 데 이어 내년에도 큰 폭의 가격 상승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024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연평균 가격은 78달러,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81달러로 관측된다.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산유국이 생산량을 감산하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늘면 가격은 안정된다.
현재 OPEC+는 감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11월 26일 열릴 예정이던 정례회의까지 연기했다. 원유 감산 기간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들이 감산 결정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년까지 감산이 이어져도 가격 변동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수요가 감소하면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OPEC+ 국가들이 내년까지 감산을 연장하더라도 세계 석유 시장은 공급과잉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토릴 보소니 IEA 석유시장본부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석유 재고량은 낮은 수준”이라며 “이는 수요·공급 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다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은 “브렌트유 가격은 2024년에도 큰 변동 없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 평균 가격은 배럴당 83달러, 올해는 81달러로 전망한다. 브렌트유는 2025년까지 10% 하락해 배럴당 평균 75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내년 국제유가는 하락 압력이 높아지면서 하향 안정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온화한 겨울 날씨 전망으로 난방 수요 기대가 낮아져 2024년 1분기까지는 상승 모멘텀이 없다”며 “다만 연평균 85달러를 하회하는 유가 레벨에서는 석유 시장의 공급 주도권을 쥔 OPEC+의 감산 기조가 불가피하다. 2024년에도 유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70~100달러 구간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국의 대규모 나프타크래커(NCC, 석유화학공정에 필요한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 증설도 글로벌 공급과잉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4년부터 중국의 증설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나 누적된 공급과잉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2024년 글로벌 에너지 가격은 2021~2023년과 달리 변동성이 잦아들고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 완화는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영업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값이 살아난다귀금속은 강세가 예상된다. 특히 금 가격은 2024년 온스당 2400~2550달러까지 치솟는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확대 △안전자산 선호 △인플레 헤지 수요(통화가치 하락 방어)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매수가 이어지는 영향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펀드스트랫 자료를 인용해 “금이 온스당 25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실질적인 금리 하락, 지속적인 지정학적 갈등 등을 고려할 때 귀금속 매수는 매력적”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금 가격이 온스당 2007달러(11월 21일 기준)를 기록하며 심리적 저항선(2000달러)을 돌파한 게 상승의 시발점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도 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 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이자를 얻을 수 없는 금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떨어지면 금이 관심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다시 금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바트 멜렉 캐나다 투자은행 TD시큐리티스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 가격이 올해 말과 내년 초에 2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연준의 긴축 정책이 일시적으로 완화될 수 있기에 금에 대해 긍정적이다. 인플레이션 2%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금 가격이 오를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Fed의 긴축 종료에 따른 미국 국채 10년물 중심의 명목 금리 상방경직성 강화는 귀금속의 가격 하방경직성을 의미한다”며 “실질 금리의 하향 안정화 전망이 그동안 귀금속 가격 상승을 막아온 장애물 해소로 인식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기 연착륙 전망 속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실질 금리를 하향 안정화시키고 귀금속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를 확대한다”며 “주요국 경기의 온도차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에는 예상치 않은 매크로 불확실성을 헤지 가능한 귀금속 투자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선 금 가격 랠리를 두고 일부지만 추가 랠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금 가격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금리 안정에 따른 달러 약세 기대감과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지연 등은 금 가격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곡물, ‘원당’만 살아남는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예상치 못한 가격 상승이 이어진 곡물은 내년부터 안정세에 접어들 전망이다. 전쟁과 기상이변 여파로 누적된 가격 프리미엄이 존재해 추가 상승은 제한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옥수수·소맥·대두 등 주요 곡물가격의 하락이 두드러진다. 최근 곡물가는 올해 초와 비교하면 △옥수수 -29.1% △소맥 -27.3% △대두 -14.9% 등을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폭등한 밀 가격은 최근 안정세로 돌입했다.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 수출국이 수확을 늘린 영향이다. 밀 선물 가격은 올해 초 톤당 280달러 선까지 올랐지만 최근 2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내년에도 밀은 러시아·호주·우크라이나의 생산량 소폭 감소 전망에도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미국, 아르헨티나 등의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농업전문은행 라보뱅크는 “지난 3년간 농산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내년부터는 하락세”라며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고 보면 된다. 주요 농산물인 옥수수, 대두, 커피 등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2023~2024시즌 옥수수와 밀의 비축량은 미국 농무부의 예측보다 많을 것”이라며 “다만 날씨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수출 관련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원당(비정제 설탕)은 다르다. 같은 기간 원당만 홀로 36.4% 상승했다. 올해 설탕 가격 역시 2011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제 설탕가격(1톤 기준)은 지난 6월 699달러에서 10월 727달러로 올랐고, 11월에는 745달러까지 치솟았다.
기상이변에 따른 것이다. 2023년은 라니냐 기상이변이 엘니뇨로 변화하는 시기였다. 과거 사례를 참고하면 라니냐 시기는 옥수수·대두 가격의 강세가, 엘니뇨 시기는 원당 가격의 강세가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제 설탕가격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3~2024년 전 세계 설탕 생산량은 전년 대비 2% 감소해 약 380만 톤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비정상적인 건조한 날씨로 인해 세계 2위와 3위 수출국인 인도와 태국의 수확량이 줄었고, EU에서는 홍수가 발생해 설탕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도와 동남아의 작황 악화로 원당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북미·남미의 양호한 작황을 배경으로 옥수수·대두 등의 안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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