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손지영(31) 씨는 올해 월급의 60%를 정기적금에 넣었다. 성과급, 투자수익 등 잉여자금은 5%대 예금 상품을 찾아 쌓아뒀다. 손 씨는 “아무 걱정 없이 4~5%대 이자를 거둘 수 있는 시기가 곧 끝날 것 같아서 올해 소비를 줄여서라도 예·적금 비중을 높였다”고 말했다.
손 씨처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거나, 안전한 투자를 위해 은행을 찾은 투자자는 올해 하반기에 더 늘었다. 지난 10월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13조원 이상 불어났다. 당초 은행권은 지난해 10~11월 판매된 고금리 정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해 은행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했다. 은행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고금리 상품을 쏟아내며 이를 방어했고 여윳돈을 단기 예금이나 새로운 상품에 재투자한 금융 소비자가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10월 정기예금 잔액은 855조9742억원으로, 전달보다 13조6835억원 증가했다. 9월엔 전달보다 2조6764억원이 줄었지만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하반기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9월 한 달을 제외하고 매달 10조원 이상씩 불어 총 33조7000억원 증가했다. ‘역머니무브(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보다 28조6880억원가량 더 많다.
은행권은 4% 후반대 단기 금융 상품 등을 출시하며 갈아타기 수요를 끌어모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는 연 3.95%를 기록했다. 평균금리가 예년 웬만한 상품의 최고금리 수준이었다. 직전 최고치인 올해 1월 3.83%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29일 기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예금 상품 37개 중 18개가 최고 연 4%금리를 적용했다. 이 중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으로 최고 한도 5억원, 최고금리 4.37%였다.
5대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최고금리 4.05%로 가장 높았다. 이 상품의 최고 한도는 10억원이다.
6개월 내 단기 적금 중에선 최고 금리 6%대도 등장했다. 카카오뱅크의 ‘한달적금’은 최고 8% 금리를 적용했고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의 단기 적금 상품 역시 최고 6% 금리를 적용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고금리 상품 경쟁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저축성 수신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전달 대비 모두 줄어들었다. 은행권 평균 예대금리차는 8월 1.45%에서 9월 1.36%로 0.09%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10월 0.07%포인트 추가로 낮아지며 두 달 연속 축소됐다.
예대금리차는 은행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예대금리차가 적을수록 은행의 이익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년 미국의 금리인하 기조가 확실시되는 만큼 올해 수준의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쏟아지긴 힘들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이를 알아서 ‘막차 수요’로 올해 하반기까지
예·적금 가입자와 잔액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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