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괌의 수영장 시설 / 사진=롯데호텔 괌 홈페이지
롯데호텔 괌의 수영장 시설 / 사진=롯데호텔 괌 홈페이지
롯데호텔 괌이 협력업체에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은 항상 논란이 돼왔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감시의 눈도 많다. 또 정부 역시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이를 막을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례는 롯데호텔 괌이 ‘외국 법인’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한국 법을 빗겨나 일어난 일로 새로운 형태의 갑질이라는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사연은 이렇다. 레저 기업인 정안인터내셔널은 2014년 롯데호텔 괌과 호텔 내에서 카바나를 운영하는 계약을 맺었다. 카바나는 수영장 옆에 있는 고급 오두막 시설이다.

계약 내용을 보면, 정안인터내셔널은 롯데호텔 괌에 자사의 자금을 들여 카바나를 짓는다. 롯데호텔 괌은 ‘주요 패키지 상품’을 선택한 고객들이 카바나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정안인터내셔널은 대신 10년 동안 카바나에 대한 운영권을 갖는다. 이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켜 투자한 자금을 회수한다. 롯데호텔 괌은 운영권을 정안인터내셔널에 줘서 시설비를 들이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카바나라는 고급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양사 모두 상생이다. 협력업체와 ‘크로스 체크’를 하지 못하겠다는 롯데호텔 괌

실제로 양사는 지난 2021년까지 큰 문제 없이 사업을 해왔다. 정안인터내셔널은 약 15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2019년 이전까지 많을 땐 한 달에 약 2000~3000만원 매출을 냈다. 물론 정안인터내셔날은 코로나19로 인해 롯데호텔 괌을 찾는 관광객이 뚝 끊기면서 약 2년 여간 적자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의 신뢰가 있었기에 적자를 감수하고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문제는 2022년 롯데호텔 괌에 최영 총지배인이 새로 오면서 발생한다. 새 총지배인은 갑자기 정안인터내셔널에 카바나를 사용한 ‘고객의 리스트’를 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카바나 사용은 이렇게 이뤄진다. 고객이 카바나가 포함된 호텔 패키지를 선택하면 호텔에선 카바나 쿠폰을 준다. 고객은 그 쿠폰으로 카바나를 이용한다. 정안인터내셔널은 고객에게 받은 쿠폰을 롯데호텔 괌에 주면 비용을 정산받는다,

그런데 꽤 자주 쿠폰 개수와 실제 이용객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고객이 쿠폰을 가지고 나오지 않거나 혹은 고객이 카바나를 그냥 이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2년 전까지 정안인터내셔널은 호텔에서 카바나를 예약한 리스트를 받고 실제 쿠폰을 받은 명세와 대조해 최종 정산을 했다. 협력관계이니 서로 크로스 체크를 하는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최영 총지배인이 취임한 이후부터 롯데호텔 괌의 고객 리스트를 주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정안인터내셔널은 기존의 방식대로 리스트를 요구했다. 하지만 롯데호텔 괌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유는 고객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핑계였다. 정안인터내셔널은 고객 정보를 최소화하고 실제 대조만이라도 해보자고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했다.

공교롭게도 이때부터 정안인터내셔널의 수익은 급감했다. 매출이 무려 10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었다. 한 달에 200~300만원 수준이다. 정안인터내셔널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 롯데호텔 괌의 객실은 거의 만실이었다. 그런데도 카바나의 매출은 두어 달 전에 비해 1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2022년 7월 3만1000달러였는데 2022년 8월부터 매출이 3850달러로 줄어든 것이다.

정안인터내셔널이 답답한 일은 또 있다. 카바나는 휴양 시설이니 만큼 상당수의 고객이 식음료 서비스를 이용한다. 수영장 옆에서 먹고 즐기는 낭만이 있어서다. 정안인터내셔널은 당연히 롯데호텔에서 식음료를 구입해왔다, 그런데 롯데호텔은 판매 대금에 15%의 수수료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카바나 매출이 줄어들었는데 여기에 식음료 매출에서 수수료까지 떼어가니 도저히 협력이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롯데호텔 괌이 이렇게 나온 이유는 2014년 작성한 양사 간의 ‘계약서’다. 물론 사업자 간의 계약서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게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서라면 또 이를 이해한다면 서로 간의 협의를 통해 좀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게 ‘비즈니스’다. 또 대기업을 상대로 사업을 수주하면서 지나치게 중소기업이 깐깐한 요구를 하는 건 사실상 사업을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실제로 2022년 전까지 양사는 서로 협력을 하면서 사업을 해왔다. 15%의 식음료 수수료의 경우 롯데호텔에서 면제해 줘 왔다. 또 패키지 판매의 경우도 될 수 있는 한 많은 패키지에 카바나 시설을 포함해 판매했다. 카바나는 고객들에게 반응이 좋은 상품이니 롯데호텔 괌 측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7~8년간 롯데호텔 괌과 정안인터내셔널도 괌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 기업’이라는 동료 의식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2022년부터 최영 총지배인의의 ‘계약서대로(?) 비즈니스’가 이어지자 정안인터내셔널은 수없이 대화를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실무자와 상의하라”가 전부였다. 실제 통화나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안인터내셔널은 본사와도 연락했다. 본사는 “롯데호텔 괌의 일이니 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급기야 정안인터내셔널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찾아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억울하겠지만 도와주기 힘들다”는 게 답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 “형식상은 미국 법인 간의 문제니 도와주기 어렵다.”

이유는 이렇다. 롯데호텔 괌은 미국법인이다. 정안인터내셔널은 한국법인이지만 정안인터내셔날은 현지 사업을 편하게 하기 위해 서류상의 미국법인(정안인터내셔널 USA LLC)를 세워서 이 회사를 통해 롯데호텔 괌과 계약을 했다. 즉 둘 다 한국 회사지만 서류상으론 둘 모두 미국회사간의 거래다. 여기에 사업장까지 미국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둘 사이를 중재할 수 없는 게 이런 이유다.

정안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게 될 텐데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갑질’을 당하게 되면 한국 법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게 답답하다”며 “대화나 협의라도 하고 싶지만 만나주질 않으니 결국 미국 법에 따라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상 편의를 위해 해외 법인을 세웠는데 이것이 이렇게 발목을 잡게 될 줄 몰랐다”며 “현재 베트남 등에서도 카바나 사업을 하고 있는데 롯데호텔 괌의 이런 식의 대응 때문에 다른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호텔은 "파트너사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호텔이 제공해왔던 수익 측면의 배려로 충분한 수수료가 지급되어 있는 상황에서, 원 계약에 맞춰 운영을 정상화하는 와중에 발생한 갈등상황이다"라며 "롯데호텔은 법규상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 정안인터내셔널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며, 실제 이용하는 투숙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