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네즈, 립 카테고리 매출 오르며 북미 전체 매출 견인
라네즈 북미 매출, 2021년 5% 수준에서 올해 25%까지 급증
2027년까지 라네즈 앞세워 북미 매출 비중 19% 만들 계획

사진=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사진=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악화, 코로나19 등으로 중국 매출이 줄자 실적이 계속 악화됐다. 아모레퍼시픽이 반전의 무대로 선택한 곳은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 2027년에는 중국을 뛰어넘는 매출 비중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1월 30일 진행한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앞세울 브랜드는 설화수가 아니다. ‘라네즈’와 ‘코스알엑스’다. 아모레퍼시픽이 그간 블랙핑크 로제, 틸다 스윈튼 등을 모델로 선정하며 북미 사업에 공을 들여온 설화수가 아닌 라네즈, 코스알엑스를 전략 브랜드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모레, 왜 ‘라네즈’ 선택했나최근 인수를 완료한 코스알엑스를 전략 브랜드 중 하나로 정한 이유는 북미, 유럽 등에서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미 진출한 국가만 북미,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 개에 달한다. 최근 3년 연평균 6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총 매출의 90%가 해외 사업에서 발생한다.

아모레퍼시픽이 고전하는 북미와 유럽에서도 반응이 긍정적이다. 상대적으로 빠른 시기인 2018년 아마존에 입점했고, 에센스 제품은 아마존 뷰티&퍼스널 케어 부문 톱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도 코스알엑스는 미국 아마존 스킨케어 부문 상위 랭킹에서 1위, 4위 등을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지난해에는 아마존의 연중 최대 쇼핑 이벤트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라네즈를 전략 브랜드로 선택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해외에서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설화수를 앞세워 북미 신규 채널을 확보하는 등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앰배서더로 걸그룹 블랙핑크의 로제를 발탁한 것도 북미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가격대만 봐도 설화수는 럭셔리 브랜드에 해당하지만 라네즈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프리미엄이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회사의 향후 성장 전략이 ‘글로벌 리밸런싱’인데 라네즈가 해외에서 지역 다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앞으로 라네즈는 북미, 유럽 등을 중심으로 매출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북미에서 설화수에 대한 투자를 줄일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라네즈는 올 들어 북미와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해외 국가는 여전히 중국(35%)이지만 2021년(46%) 대비 크게 줄었고, 같은 시기 북미 매출이 늘어났다. 라네즈의 북미 매출 비중은 2021년 5% 수준에서 올해 25%까지 높아졌다.

라네즈의 고객층이 1020세대로 구성됐고, 아이돌그룹 BTS와 협업해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점 등이 사업 계획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라네즈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와 유럽 사업의 성과를 설명할 때 라네즈를 가장 먼저 언급하고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사업의 핵심 브랜드가 설화수라면 북미 사업은 라네즈가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단일 브랜드로는 라네즈가 2년 안에 연매출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북미 외에도 영국에서는 올해 5월 스페이스엔케이(SPACE NK)에 입점했으며, 멕시코에서는 올해 9월 현지 세포라 매장에 입점된 이후 상위 10위권 브랜드로 올라섰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북미 매출은 5~7% 수준이지만 라네즈와 코스알엑스를 앞세워 2027년까지 북미 시장 매출 비중을 19%로 늘릴 계획이다. 같은 기간 중국 매출 비중은 18%까지 낮춘다. 여전히 한국, 중국, 미국 등 3국 중심의 전략을 펼치지만 중국보다 미국에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