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매출 집계는 아직…월가는 소비둔화 시 Fed 금리인하에 기대감↑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대형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는 10월 30일(현지시간)부터 모든 고객을 위한 블랙프라이데이 판매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베스트바이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대형 유통업체 베스트바이(Best Buy)는 10월 30일(현지시간)부터 모든 고객을 위한 블랙프라이데이 판매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베스트바이
지난 11월 24일은 미국의 최대 쇼핑일인 블랙프라이데이였다. 미국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데 바로 다음 날을 블랙프라이데이로 정한 것이다. 코스트코, 타겟, 월마트를 비롯한 각종 패션, 뷰티, 스포츠용품 업체 등 대부분의 소매점은 이 기간 동안 파격적인 할인가를 제시하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는 여느 때보다 주목을 많이 받았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로선 할인율이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최근 미국의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블랙프라이데이는 저렴한 가격이 필요한 물건을 살 좋은 기회다.
월가에서도 예의주시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겨우 둔화하는 가운데 여전히 소비가 살아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프라이데이 유래
블랙프라이데이는 1960년대 필라델피아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라델피아에선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과 토요일에 연례 육군과 해군 간 미식축구 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소매업체에 몰리고 교통체증을 유발하자,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린 필라델피아 경찰관들이 이날을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부 소매업체에선 이때 매출이 올라가자 장부상 흑자를 기재할 때 쓰는 검은색의 의미를 더 크게 부각하면서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용어를 더 널리 퍼뜨렸다. ‘블랙’이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다는 판단 때문에 일각에선 ‘빅 프라이데이’라는 용어를 쓰려고 노력하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은 ‘블랙프라이데이’에 더 호응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소매업체들의 마케팅으로 블랙프라이데이는 전국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소매업체들은 쇼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처음엔 금요일 새벽부터 문을 열기 시작했고 이후엔 추수감사절에도 영업했다.

이 때문에 소매업체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이 일기도 했다. 추수감사절에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출근을 하는 것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다. 실제 워싱턴주에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의 일부 매장 직원들이 블랙프라이데이의 근무 조건을 성명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이어지면서 최근 들어선 미국 대부분의 소매업체가 추수감사절 당일엔 문을 닫는다.

할인행사를 하는 소매업체들이 점점 늘었고 할인율도 점차 올라갔다. 할인행사를 시작하는 시기도 10월로 당겨졌다. 소비자들을 다른 소매업체에 뺏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올해 블프, 기록적인 온라인 매출 달성
최근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엔 예전처럼 개장 시간에 맞춰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있다가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올해엔 룰루레몬과 어그 등 일부 인기 브랜드 앞에만 길게 이어진 줄을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온라인쇼핑이 급격하게 늘면서다. 온라인쇼핑을 통해 브랜드별 가격과 품질 비교가 쉬워진 데다 직접 산 물건을 가져와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어서다.

실제 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어도비의 마케팅 데이터 분석 솔루션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의 미국 전자상거래 매출액이 작년보다 7.5% 증가한 98억 달러로 집계됐다. 추수감사절 당일인 11월 23일 온라인 매출도 56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5.5% 늘어났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에 미국 소비자들은 주로 전자제품과 스마트워치, TV, 오디오장비 등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어도비 측은 “지난 1년간 온라인 가격이 하락하고 할인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으며 할인도 강력해져 가격에 가장 민감한 소비자들도 끌어당겼다”고 설명했다.

세일즈포스는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이 작년보다 9% 늘어난 164억 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추수감사절 매출은 75억 달러로 지난해 대비 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신발과 스포츠용품, 건강, 미용 등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고 세일즈포스는 분석했다.

이번 온라인 매출 중 53억 달러는 모바일 쇼핑에서 발생했다. 인플루언서와 소셜미디어 광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프라이데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카테고리는 스마트워치, TV와 같은 전자제품과 장난감, 게임기기 등이었다.
전체 매출은 미지수, 물가 둔화 이어질까
온라인쇼핑 매출은 급증했지만 이를 포함한 전체 매출도 그만큼 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해당 데이터만으로는 베스트바이, 타겟, 노드스트롬 등 미국 대형 소매업체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어느 정도 매출이 올랐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기업의 최근 실적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미소매업연맹은 올해 연말연시 총매출 증가율(전년 대비)이 3~4%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매출이 3.8% 늘어난 2019년 이후 가장 적은 증가율이다.

쇼핑객들이 선구매 후결제(BNPL)라고 불리는 결제방식에 의존한 것도 경기둔화의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어도비는 11월 18일부터 11월 24일까지 BNPL 주문이 전주 대비 72%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BNPL 매출은 47% 늘어났다.

미국 주식시장과 Fed 관계자들은 11월 블랙프라이데이가 전체 소비자 지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지 지켜보고 있다. 10월에 보였던 물가 둔화 흐름이 11월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어서다.

11월 30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Fed가 중시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0% 올랐다. 2021년 3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다.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다.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Fed가 내년 5월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현 5.25~5.50%인 금리를 내년 5월부터 연말까지 5차례 1.25%포인트 내려 4.00~4.25%로 결정할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

다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12월 1일(현지 시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예측하기엔 너무 이르다”면서 시장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스펠만대에서 열린 헬렌 게일 총장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충분히 긴축적인 기조를 달성했는지 자신 있게 결론 내리기는 아직 이르며 금리인하 시점을 짐작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만약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 중 금리인하 기대에 힘을 실어줄 만한 대목이 있었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아주 빠르게 금리를 올려 과소긴축과 과잉긴축의 위험이 더욱 균형을 이루고 있어 이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발언했다.

뉴욕증시는 이 발언에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0.82% 상승한 36,245.50으로 끝나 지난해 1월 사상 최고치(36,799.65)에 근접했다. S&P500지수는 0.59% 오른 4594.63으로 장을 마쳐 연고점(4588.96)을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도 0.55% 상승한 14,305.03으로 마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