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 정부는 2월, 5월, 8월, 11월 초 3개월간의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는데,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후 미 정부가 국채 발행 규모를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팬데믹 당시 보조금 등 과감한 재정지출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미국의 정부 부채는 3년 사이 33조 달러까지 급격히 증가했다.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 정부의 이자 부담도 높아졌다. 덩달아 미 정부가 국채 발행을 계속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며 불식됐다. 11월에 발표된 미국의 국채 발행 계획은 지난 8월에 발표한 것보다 증가했지만, 총 8370억 달러 발행을 계획하면서 8460억 달러 발행을 예상하던 시장의 전망치보다는 하회했다.
또한 금리가 크게 상승한 장기물보다는 단기물 발행 비중을 확대하면서 미 재무부도 금리가 높아진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둘째는 Fed의 긴축이다. Fed가 유례없이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면서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여름 미국의 경제는 빠른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Fed를 비롯한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전망을 수정했다.
문제는 미국 경기가 침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물가가 매우 더디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Fed도 견고한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긴축의 장기화를 시사했다. 이에 시장은 Fed가 2024년 상반기까지 추가 인상을 단행하며, 금리인하 시점도 2024년 상반기가 아닌 하반기를 점쳤다. 어쩌면 2024년에 금리인하가 단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11월 FOMC에서 Fed도 높아진 장기물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높아진 금리에 대한 부담이 확인됐다. 여름 금리를 끌어올렸던 불확실성이 해소된 셈이다.
금리 추가 하락 가능할까
10월까지 금리 상승을 견인했던 두 가지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 한국 국채 금리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시장 전체에서 채권 투자자의 대부분은 보험, 은행,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다. 이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빠르게 채권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금리가 상승했던 10월까지 기관투자가들은 신규로 채권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관망하는 입장이었지만, 11월 이후 빠르게 채권 투자를 집행하면서 매수세로 전환했다.
더욱이 8월 이후 금리의 흐름은 2022년과 유사하지만, 채권형 펀드 잔고가 감소했던 2022년과 달리 2023년에는 채권형 펀드 잔고가 유입되면서 대기성 자금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반면 매수할 수 있는 채권은 부족하다. 주식과 달리 채권은 만기가 존재하며, 만기가 도래하면 발행사들은 채권을 상환한다.
대부분의 발행사들은 기존에 발행한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신규로 발행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10월까지 채권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발행사들은 발행 시기를 올해가 아닌 2024년 초로 미뤄놨다. 한국 국채 발행 업무를 주관하는 기획재정부도 11월 발행 규모를 5조원으로 앞선 10월의 8조5000억원보다 대폭 축소했다.
더욱이 견고했던 미국 지표도 부진한 모습이 확인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더 자신감을 갖고 채권을 매수할 수 있었다.
10월 미국의 고용자 수는 15만 명 증가에 그치는 등 미국의 경제지표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표가 둔화하는 가운데, 팬데믹 이후 추가 인상에 대해 강하게 언급을 해왔던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은 10월과 달리 금리인하를 빠르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장에 반영된 금리인하 시점은 2024년 3월까지 앞당겨졌으며 내년 총 6차례의 인하를 반영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1%까지 하락했다. 미 금리가 하락하면서 한국 국채 3년 금리도 3.4%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재차 기준금리(3.50%)를 하회했다. 채권 매수 시기다만 지금은 신규로 채권을 매수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금은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한다.
국채 금리는 현재 기준금리, 그리고 향후 기준금리 전망 및 리스크 프리미엄 등이 반영되면서 형성된다. 기준금리 수준까지 하락한 국채 금리가 정당화 혹은 하락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되어야 한다.
시장은 내년 3월에 인하할 것을 반영하고 있지만, 시장 일부에서는 현재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인식도 나오고 있다. 또한 매파적인 성향을 보여준 월러 Fed 이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향후 3~5개월간 추가적인 물가 둔화가 확인되어야 한다는 조건부이다.
월러 이사가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발언을 고려하면 금리인하 시기는 빨라야 2024년 2분기이다. 게다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월러 이사와 달리 아직도 Fed 내부에서는 추가 인상을 언급하는 위원들이 존재하며, 그 외 나머지 위원들도 인하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하고 있다. Fed는 상반기 내 인하할 가능성이 낮다.
한·미 기준금리 차에 따른 환율 시장을 고려하면 한국은행도 상반기 내에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
대내적으로도 한은이 상반기 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명분은 많지 않다. 한은 총재가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금리인하의 조건은 2%대의 물가 확인이다.
지난 11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2024년 상반기까지 3%대의 물가를 기록한 이후 2024년 말 혹은 2025년 초가 되어야 물가가 2% 초반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한은 총재는 2%대의 물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를 고려하면 한은은 2024년 상반기까지는 금리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더욱이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101.7%인 가운데 한은의 중장기 목표는 이를 80%까지 감소시키는 것이다. 만약 한은이 조기에 금리를 인하할 경우 재차 가계부채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
오히려 2024년 상반기 중 채권을 매수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국제유가도 하락하고 금리도 하락한 만큼 경기의 부담 요인이 완화되면서 경기도 시장의 생각만큼 빠르게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마무리된 가운데, 둔화하지 않는 경기로 인해 2024년 상반기 중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금리는 반등할 것이다. 금리가 반등할 때 만기가 10년 이상 남은 채권을 매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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