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 함 회장은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 핵심 계열사 세 곳의 수장을 교체했다. ‘함영주 체제’에서 이뤄진 첫 정기인사였다. 키워드는 ‘능력’과 ‘화합’이었다.
새 수장들은 모두 영업과 재무로 정평이 난 인물이었다. 특히 하나은행 수장으로 외환은행 출신인 이승열 행장을 앉히며 하나은행의 ‘통합’을 마무리했다. 하나은행은 설립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키웠다. 2002년 하나은행이 서울은행을 흡수 합병했고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돼 지금의 하나은행이 출범했다.
함 회장은 서울은행 출신으로, 통합 은행의 초대 은행장을 역임했다. 은행장 시절에도 ‘보이지 않는 경계’를 지우기 위해 노조와 시스템을 통합하며 조직의 화합을 이루고 업무의 효율성은 높였다. 올해는 CEO 임기가 만료된 8개 계열사 중 한 곳의 CEO만 교체하며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했다.
함 회장 체제에서 하나금융은 압도적인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하나금융지주가 3분기까지 기록한 순이익은 3조원에 육박한다. 경기둔화를 우려해 1조2183억원의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음에도 비이자이익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순이익은 2조977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만년 3위였던 은행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하나은행은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2조7664억원을 올리며 신한은행을 누르고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은행 출신인 함 회장의 영업 강화 전략이 그룹 전반의 성장을 이끌었다. 함 회장이 써온 역사는 업계 신화처럼 내려온다.
함 회장은 영업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고졸 출신 말단 행원에서 그룹 회장까지 올라온 인물이다. 얼핏 ‘성과주의자’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함 회장은 스스로를 ‘시골 촌놈’이라 부르며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행장 시절에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피인수 조직인 외환은행 노동조합을 찾아가는 등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두 은행의 급여·인사·복지 제도를 통합하는 데도 힘썼다.
2022년부터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함 회장은 ‘글로벌’, ‘비은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함 회장은 취임과 함께 ‘글로벌 위상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2020년 5558억원 규모였던 그룹 글로벌 이익은 함 회장이 취임한 첫해인 2022년에 7127억원으로 뛰었다. 하나금융은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많은 25개 지역에 211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에는 하나은행이 국내 은행 중 최초로 대만 타이베이에 지점을 개설했다. 인도와 헝가리, 폴란드에도 신규 채널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 역시 함 회장의 과제다. 하나금융은 은행업에 편중된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은행 금융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2022년 9월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증권 자회사인 BSC의 지분 35%를 취득하고 BSC의 2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며 디지털 전환 및 신사업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국내에서 축적한 디지털 역량을 BSC에 심고 BSC를 모바일 기반 디지털 중심 증권회사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미국 증권사에 지분투자하며 선진 시장에 진출하고 싱가포르 자산운용사에 지분투자를 해 아시아 지역 자산운용 역량 및 투자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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