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회장의 지난 8년은 화려했다. 그중에서도 2023년은 메리츠금융지주가 경영 효율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목표로 내걸고 추진한 ‘원 메리츠(One mertiz)’ 전환이 발표 1년 만에 경영지표 개선, 주가 상승 등의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난 해였다.
그가 이끈 메리츠화재의 올해 3분기 누적 별도기준 순이익은 1조335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542억원) 대비 26.7% 증가하며 1조2624억원을 달성한 DB손보를 제쳤다. 업계 2위다.
3분기만 보면 전년 동기(3842억원)보다 29.2% 증가한 4963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업계 1위 삼성화재(4282억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매분기 4000억원대 순이익을 실현했다. 역대 최대실적 달성을 향해 순항 중이다.
킥스(K-ICS) 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229.3%(잠정)로 6월 말(205.7%)보다 23.6%포인트 상승했다. 손해보험업계 상위 5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중 유일한 개선세다. 이런 호실적은 메리츠증권의 수익성과 더불어 메리츠금융지주의 살림에 힘을 보탰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는 2022년 11월 21일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등 계열사 지분을 메리츠금융이 흡수하는 방식으로 ‘원-메리츠’를 완성했다. 원 메리츠 첫해인 올해 메리츠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1조799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누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업계 최고 수준인 33.1%다. 금융권에선 메리츠금융지주가 올해 연간 2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 메리츠 성공에 기여한 김 부회장의 전략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파워는 철저한 성과 시스템에서 나왔다. 그는 대한생명, CSFB, 삼성화재, 삼성투신운용 등에서 ‘채권쟁이’로 명성을 날렸던 인물이다.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에 합류한 그는 증권과 보험업계 판도를 바꿨다. 특히 메리츠화재 대표로 취임한 2015년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15%가량의 직원을 내보내고 조직을 슬림화 했다. “기존 관행과 기득권을 잘라낸 것”이라는 그의 설명처럼 공격적인 경영이었다. 취임 첫해에는 사상 최대인 169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8년의 종지부도 역대 최대실적 달성으로 찍을 전망이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지만 이익은 나누는 게 그의 원칙이다. 지난 12월 5일 제2회 한국기업 거버넌스 대상 수상자인 조정호 회장을 대신해 상을 받으면서 “(직원, 주주가) 함께 웃어야 오래 웃는다”고 말했다. 실제 직원들에게 매년 연봉의 50% 안팎을 성과급으로 주고 있는 걸 감안하면 빈 말이 아니다.
그룹 차원에서는 주주와 약속했던 주주친화 정책도 실천 중이다. 12월 10일 메리츠금융지주 임시주총에선 자본준비금 감액을 결의, 배당가능이익으로 2조150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그는 “모든 주주환원 행보의 바닥에는 함께 웃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했더니 대부분 모든 면에서 저희가 훨씬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김용범의 지난 8년을 설명하는 말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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