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무슨 일이 벌어질까 [EDITOR's LETTER]
연말입니다. 오래전부터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는 나이와 비례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10대 때는 시속 10km, 20대 때는 20km, 50대에는 시속 50km의 속도랄까. 올해도 금방 가버렸습니다.

요즘은 해가 바뀌는 것을 알리는 전령은 트렌드 책이 아닐까 합니다. 내년을 전망하는 수많은 트렌드 책들. 처음엔 신선했지만 최근엔 감흥이 별로 없습니다. 작위적 용어들의 향연인 듯도 하고. 그럼에도 미래를 보고 싶은 욕망은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잘 팔리는 걸 보면.

우리도 내년 맞닥뜨릴 일들을 상상해 볼까요. 국내에서는 0.7명대까지 떨어진 출산율이 어디까지 내려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반전을 기대하지만 극적인 결과는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저출산의 결과 문 닫는 학교와 소멸되는 지방이 늘어나는 것도 시시때때로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 것입니다. 한 해 출생아 수가 44만 명으로 줄어든 2006년생이 내년 대학입시를 봅니다. 각자도생의 시대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 직업에 대한 높은 선호도도 이어질 것입니다. 대학입시에서 ‘의치한약수’ 쏠림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시 김포구, 서울시 구리구’ 등 인근 도시들의 서울 편입 논란은 더 뜨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책이 뭐가 나와도 청년들의 삶은 나아지길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높은 체감 인플레이션은 청년들을 더 궁지로 내몰 것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회복되지 않는 한 영끌해서 샀던 아파트를 내다 팔아야 하는 젊은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물론 부채의 덫은 젊은이들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겠지만. 젊은이들이 허세플레이션 시대에 샀던 명품을 중고마켓에 쏟아내고 있는 트렌드는 이어지고, 이는 전체 명품시장의 정체로 직결될 것입니다.

긍정적 전망이라면 K콘텐츠의 인기가 지속되며 관광객은 늘어날 것이라는 정도 아닐까 합니다.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지역은 아마도 명동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 밖에 국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가 하나 있습니다. 푸바오가 내년 봄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수많은 바오 친구들이 에버랜드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일 것입니다. AI가 직업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원년이 내년이 될 듯합니다. 또 로봇에 적용된 AI가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는지에 따라 논란은 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도시는 역시 워싱턴이 되겠네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세상의 판도가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양안 관계를 흔들 대만 총통선거를 비롯해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이뤄집니다. 선거가 세계경제를 흔들어대는 ‘폴리코노미의 시간’입니다. 또 세계 각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할 것이며, 곳곳에서 블록이 형성되며 세계의 핵분열은 이어질 것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침체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지가 관심입니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수출과 성장률, 주가 등에서 높은 성과를 올렸지만 인기가 추락해 상반기 중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강국 독일의 침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장은 정체되고, 국민 행복지수는 유럽에서 꼴찌 수준으로 떨어진 독일의 미래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예측가능한 일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그럴듯하다고 생각하시면 구독과 좋아요 한번 눌러주십시오. 유튜브를 보다가 많이 들은 말이라 한번 해봤습니다.

내년을 예상하며 참고한 자료도 공개하겠습니다. 다름 아닌 2023년 <한경비즈니스>가 썼던 커버스토리들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결과이며, 내일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어제를 돌아보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돌아봤습니다.

2023년 한경비즈니스 기자들은 시의성과 심층성의 조화라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독자들과 만나고자 했습니다. 직장인들에게는 정보와 지식을, 투자자들에게는 가이드를, CEO와 기획자들에게는 영감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자들은 혼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족했음을 절감합니다. 편집장의 지적 게으름과 부족한 용기가 그 원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내년에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함께 헤쳐나갈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한경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함께 해주신 독자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한 해의 문을 닫습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국장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