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아이돌/사진=이세계아이돌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세계아이돌/사진=이세계아이돌 유튜브 영상 갈무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버추얼 아이돌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온라인에 얽매여 있던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활동 범위가 오프라인으로 확대되면서 영향력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다. 팬들은 버추얼 아이돌의 음원을 찾아 듣는 건 물론 실제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음악방송이나 콘서트, 팬미팅 등 오프라인 행사를 즐기고, SNS로 실시간 소통을 하기도 한다. 버추얼 아이돌 산업이 빠르게 커지자 연예기획사는 물론 국내 대형 IT 기업들까지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D 캐릭터를 앞세운 버추얼 6인조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이 대표적이다. 2021년 등장한 이세계아이돌(이세돌)은 데뷔와 동시에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1위를 달성했다. 또 지난 8월 발매한 3집 앨범 ‘키딩’의 재생 수는 하루 만에 200만 회를 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내 6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해당 곡은 빌보드 K팝 부문에서 방탄소년단 정국의 세븐(Seven)과 뉴진스의 ETA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튜브에서는 한국 지역 인기 급상승 동영상과 음악 부분 1위를 차지하는 등 기록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3월 데뷔한 5인조 플레이브도 팬덤 규모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주간 아이돌 랭킹사이트 '팬앤스타' 뉴스타 랭킹에서 12월 둘째 주까지 9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신곡 ‘메리 플리스마스(Merry PLLIstmas’)’는 발매 직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순위 7위를 기록했다. 지난 8월 발매한 미니 1집 ‘아스테룸’은 초동 20만 장 판매를 돌파했으며, 빌보드 코리아 순위에 진입하기도 했다. 또 내년 1월에는 1기 팬클럽도 모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로 활동하는 일반 버추얼 휴먼과 달리 이세돌과 플레이브의 본체는 실존 인물들이다. 본체에 컴퓨터 그래픽을 입히는 방식으로, 실존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 표정, 목소리가 캐릭터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 덕분에 실시간 렌더링 기술로 오프라인 무대에서 공연도 가능한 것이다. 팬들은 2D 캐릭터에 녹아 있는 본체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실시간으로 쌍방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다.

실제로 이세돌 멤버 전원이 유튜버 우왁굳이 기획한 오디션에서 선발된 사람들이다. 플레이브 역시 작사, 작곡을 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이면서 동시에 보컬과 춤, 랩 등 모든 분야에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다.

본체가 없는 버추얼 아이돌도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븨븨(VV)엔터테인먼트의 아뽀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한 메이브가 있다. 아뽀키는 틱톡, 유튜브 등 SNS 팔로워가 500만 명에 달하며, 메이브는 지난 11월 발매한 신곡이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10개 국가의 인기 순위에 진입한 바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가운데, 이미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Z세대가 버추얼 휴먼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급속도로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영상 AI와 모션캡처 등 현실과 가상세계 경계를 허물 수 있는 관련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버추얼 휴먼의 시장 규모 또한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전 리서치는 버추얼 휴먼 시장은 연평균 36.4%씩 커져 2030년에는 그 규모가 약 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처도 전 세계 버추얼 휴먼 중 버튜버(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 규모가 2030년 17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