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2023년 169% 수익률 비트코인…2024년 ‘10만 달러’ 간다?
169%.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지난 2023년 수익률이다. 2023년 1월 1일 1만6000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은 12월에 들어서면서 4만 달러를 넘어서기 시작하더니 2024년 1월 2일 4만5000달러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새해 벽두부터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최근 블룸버그는 올 1월 내에 비트코인이 5만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비트코인이 10만 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2024년 비트코인 상승을 점치고 있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지점들을 짚어봤다.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은 비트코인

비트코인을 언급할 때마다 흔히 비유되는 것이 1630년대 ‘튤립 광풍’이다. 욕망이 투영된 튤립의 가치가 급등하며 ‘투자자산’이 됐지만, 그 화려했던 거품도 결국 한순간 꺼지고 말았다.

실물이 없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비트코인 또한 가격이 폭락할 때마다 ‘21세기 튤립’과 판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데는 금융 시장의 ‘주요 자산’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비트코인이 이제 더 이상 ‘한때 지나가는 광풍’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을 지구에서 가장 강한 생명력을 지닌 ‘바퀴벌레’에 비유했다. 지난 2년여간 암호화폐 업계는 험난하기 그지없는 한 해를 보냈다. 2022년 금리인상의 여파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건 애교 수준이었다.

암호화폐 업계를 주도하는 세계 1, 2위 거래소의 CEO인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와 샘 뱅크먼 프리드 FTX CEO 모두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 금융범죄 혐의로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가격이 급등하며 또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큰 투자자산이다”며 “하지만 가격추이를 보면 다른 투자자산과 독립적인 흐름을 보이며 등락을 반복하는 ‘산맥’과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비트코인은 빅테크 등의 기술주와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넓은 시각에서 보자면 주식시장과의 상관관계가 그리 높지 않다. 주식을 비롯한 다른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이들에게 비트코인이 ‘유용한 분산 투자’의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기술에 ‘불변성’이 내재돼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한 요인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하나의 회사가 발행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 하나가 무너진다고 해도 비트코인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거래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하는 데 ‘블록체인’이라는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활용한다. 바이낸스나 FTX와 같은 세계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도 암호화폐 산업이 오히려 ‘리스크’를 털어내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미래에 대한 베팅’이라는 점 또한 비트코인의 끈질긴 생명력을 설명하는 데 주요한 특징이다. 과거 호황기 당시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수많은 인재들을 끌어 모았고, SNS나 게임 등을 통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새로운 용도’가 속속 개발되는 중이다.

수많은 예술가와 박물관들은 여전히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발행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같은 기술들이 널리 채택되기는 힘들 것이다”면서도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베팅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산업에서뿐 아니라 최근에는 독재국가의 부자들 또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사용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눈을 피해 자산을 옮기고 저장하며 때로는 실제로 결제를 하는 데에도 비트코인 혹은 스테이블코인(달러와 같은 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토큰)을 사용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바퀴벌레는 부패한 물질을 영양분으로 바꾸고 모기과 같은 다른 해충을 잡아먹는 등 사람들의 혐오에도 불구하고 이점이 존재한다”며 “암호화폐 또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혹은 독재정권하에서도 안전하게 자산을 보관하는 등의 용도를 통해 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169% 수익률 비트코인…2024년 ‘10만 달러’ 간다?
현물 ETF 나온다, 금융 시장도 들썩

그러나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금융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과 투자자산으로서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2024년 시작과 함께 비트코인 강세론이 힘을 받는 직접적인 배경에는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반영돼 있다.

2023년 6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블랙록에 이어 위즈덤트리, 아크인베스트 등의 미국 내 자산운용사들 또한 뒤따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접수된 신청서만 12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거래가 승인된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유일하다. 선물은 자산의 미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복잡한 파생상품이다. 이와 비교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승인되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가 가능해진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의 비트코인 투자가 확대될 경우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높다.

실제 SEC는 그동안의 비트코인은 물론 암호화폐 기반의 현물 ETF 출시를 불허해 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다수의 현물 ETF 상품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SEC는 실제 현물 ETF를 신청한 다수 업체에 2023년 12월 29일까지 신청서 수정안을 제출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다수의 업체들은 낮은 수수료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ETF 모델을 보완한 최종 수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다수의 업체들이 수정안에서 지정참가회사(AP)를 명시했다는 점이다. AP는 기관투자가와 집합투자업자 사이에서 ETF 설정, 해지를 중개하는 사업자로 비트코인을 환매해 펀드 가격과 현재 비트코인 시세가 일치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AP로 JP모간, 제인스트리트캐피털로 지정했으며, 피델리티는 JP모간과 스트리트캐피털을 AP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장 빠르게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곳은 블랙록으로, 2024년 1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포브스는 최근 ‘비트코인 강세장 VS 약세장’을 전망하는 기사에서 “현물 ETF가 승인되면 30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 사이의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될 것으로 본다”며 “이와 함께 2024년 12월 시행 예정인 미국 회계기준위원회(FASB)의 새로운 디지털 자산 보고 규정 또한 기업의 암호화폐 보고 및 보유에 관한 규정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 업계에 호재다”고 분석했다.

“과거 비트코인 가격의 흐름을 볼 때 반감기를 기점으로 전후 1년간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리서치 기관인 콜렉티브 시프트의 니컬러스 시베라스 수석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2024년 중반은 비트코인의 반감기가 예정돼 있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2009년 첫 등장한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반감기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2012년 첫 반감기 이후 반년간 940% 폭등했으며, 2016년 두 번째 반감기엔 1년간 38%, 2020년 세 번째 반감기 이후 1년 동안에는 660% 급등했다.

올해에는 2024년 4월이나 5월쯤 반감기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비트코인 강세장을 점치는 이들이 특히 ‘반감기’ 이벤트에 주목하는 이유다.

시베라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하지만 반감기보다 비트코인 가격의 흐름을 전망하는 데 더 중요한 것은 거세경제 변화나 규제 등 외부적인 변수들이다”고 강조한다. 특히 2024년엔 ‘금리’의 움직임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베라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대체로 금리가 안정되거나 하락할 때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미 중앙은행(Fed)이 사실상 긴축 종료를 선언하고 금리인하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 또한 비트코인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주는 요인이다”고 강조했다.

규제와 관련해서는 2022년부터 ‘크립토 윈터’의 시작점이 된 FTX와 바이낸스 사태를 다시 짚어봐야 한다. 2022년 FTX의 파산 이후 샘 뱅크먼 프리드 CEO는 2023년 7개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23년 바이낸스도 미 정부의 철퇴를 맞으며 결국 지난 11월 21일 창펑 자오 CEO가 범죄를 인정하고 CEO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바이낸스는 은행비밀법, 국제비상경제권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미국 정부에 43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벌금을 내게 됐다. 이와 동시에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의 규제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향후 3년 동안 법무부의 준법 검열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향후 5년간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와 해외자산통제국(OFAC)을 통해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지 감시를 받아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암호화폐 산업에 ‘투기의 시대’가 끝나고 ‘규제의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시베라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바이낸스가 고객 자금을 오용한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고 거래소에서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는 시장이 기대할 수 있었던 최고의 결과였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오히려 암호화폐 산업이 정부의 규제 내에서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청신호’가 켜졌다는 해석이다.

비트코인, 최대 위협은 친환경 문제

그럼에도 장밋빛 전망만을 따르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 비트코인 또한 투자자산으로서 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2024년 예정된 ‘반감기’를 두고 커지는 기대감에 경고의 목소리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과거의 반감기와 달리 2024년 예정된 반감기는 이벤트가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보다 이벤트로 인한 사람들의 ‘기대 심리’에 기댄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초기의 반감기로 인한 공급량 변화는 실제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이미 네 번째 반감기인 만큼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기에는 어려운 시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감기에 대한 ‘과한 기대 심리’가 이미 비트코인 가격에 반영됐을 가능성 또한 높다.

블록 보상 감소에 따른 장기적인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채굴자가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비트코인을 채굴하도록 하는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보안’이 약화돼 네트워크를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격 또한 계속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는 물론 블록체인을 통해 검증하는 시스템 또한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친환경 법률이 강화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업계 또한 이 문제를 맞닥뜨려야 하는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 미 백악관 내에서는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에게 최대 30%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된 바 있기도 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큰 자산이라는 점이다.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넘어 투자한 이들에게는 기복이 너무 심한 비트코인과 같은 자산은 위험할 수 있다. 모든 투자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또한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브스는 “비트코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정작 2024년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비트코인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비트코인에 대해 더 많이 경험한 뒤 확신이 생긴 이후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흔 객원기자 luna.jh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