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법원 선고에서 패소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 경영권 넘어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1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2021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던 모습. 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한앤코)의 경영권 분쟁 소송에서 한앤코가 승리했다. 이로써 한앤코는 남양유업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일 한앤코가 홍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과 2심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길었던 양측의 공방이 비로소 결말이 난 것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회사와 관련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며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던 2021년 결국 큰 결단을 내린다.

당시 남양유업은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이라는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 불가리스 사태가 커지자 홍 회장은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고, 그해 5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코에 남양유업 지분을 매각하는 주식 매매 계약을 맺었다.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한앤코로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홍 회장은 이내 마음을 바꿨다.

‘백미당 매각 제외’와 ‘오너 일가 처우 보장’, ‘쌍방 대리’ 등을 문제 삼으며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한앤코는 홍 회장 측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며 주식명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홍 회장 측이 주장하는 백미당 관련 증거가 없다며 한앤코에 주식을 넘기라고 판결했다. 2심 결과도 같았다.

이 같은 하급심 판결에도 홍 회장 측은 쌍방 대리가 불법이라는 것에 희망을 걸며 대법원 판결에 기대를 모았다.
남양유업, 60년 ‘오너 경영’ 마침표...경영권 분쟁서 최종 패소
민법 124조는 ‘동일한 법률행위에 관해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지 못한다’고 쌍방 대리를 금지하고 있다.

변호사법 제31조에서도 ‘당사자 한쪽으로부터 상의(相議)를 받아 그 수임을 승낙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과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다른 사건’에 대해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홍 회장 측은 김앤장이 남양유업과 한앤코를 모두 대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지금까지 쌍방 대리를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한앤코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었다. 1, 2심 역시 쌍방 대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쌍방 대리를 인정하고 처벌한 전례가 없다. 다만 해외의 경우 쌍방 대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일방으로부터 중대한 정보를 획득한 법률 대리인이 상대방을 위해 이를 악용할 경우 제2, 3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남양유업의 경영권은 한앤코로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

남양유업 측은 “경영권 분쟁 종결로 남양유업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