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11회>
최근 서울을 방문한 다나 에스테이트 이희상 회장.
최근 서울을 방문한 다나 에스테이트 이희상 회장.
‘와인은 지식으로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 이제는 실전이다. 직접 마셔보고, 내 취향과 입맛에 맞는 품종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진지한 시음평가와 새로운 발견을 통해 와인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이 세상에는 약 6000여 종의 포도 품종이 재배된다. 그중 양조용은 대부분 유럽종(Vitis vinifera). 종류에 따라 와인 맛과 향, 풍미도 제각각 다르다. 레드 와인의 대명사 격인 카베르네 소비뇽부터 살펴본다.

프랑스 남서부가 고향인 이 품종 별명은 ‘와인의 왕’.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의 자연교배로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와인 품종 중 가장 많이 재배된다. 전문매장은 물론 마트나 편의점 진열대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최근 ‘한국인이 만든 명품 와인’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 돋보인다. 그 주인공은 ‘다나 에스테이트, 로터스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이하 다나 로터스 빈야드). 긴 이름이다.

이 와인은 지난해 말 와인 서처(글로벌 와인 포털)에서 ‘세계 10대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으로 선정됐다. 한마디로 ‘BTS급 한류 스타’로 부상한 것. 미국 와인 1번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와인사업에 올인한 이희상 회장의 야심작이다.

최근 업무차 잠시 귀국한 이 회장을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나 ‘세계 10대 와인’에 선정된 비결을 들었다. “요즘 나파밸리 분위기가 엉망이에요. 열정으로 뛰어든 1세대는 대부분 세상을 뜨고 땅값 급등을 주체 못 한 2~3세들이 와인사업을 포기하면서 질이 자꾸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나 에스테이트는 제가 직접 관리합니다. 진두지휘한 덕분에 구성원 모두 안정적으로 포도재배와 양조에 집중할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최고 와인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죠.”
다나 에스테이트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을 두 번이나 받았다. 로터스 빈야드에서 생산된 2007년산과 2010년산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다.

‘다나 로터스 빈야드’를 잔에 따르면 가장 먼저 검붉은 루비 컬러가 다가온다. 묵직한 보디감과 검은 과일, 자두향이 특징.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청량감 넘치는 삼나무 향으로 감동을 준다.
이 회장이 와인에 관심 갖게 된 동기를 직접 들어봤다. “30대 초반 미국 유학 시절 버몬트 스토우 리조트 스키장에서 와인을 처음 마셨어요. 당시 감동이 컸죠. 귀국 후 국내 폭탄주 문화를 보고 와인 전도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와인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0년대 후반. 동아원그룹 회장 시절 가성비 좋은 칠레와 미국 와인을 수입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술 문화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고 자평한다.
“우여곡절 끝에 2005년 나파밸리 헬름스 빈야드를 매입했어요. 당시 아주 허름한 곳이었죠. 주변 땅 두어 필지를 더 구입하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세계 최고 와이너리를 완성했습니다.” 다나 와인 첫 출시는 2008년, 현재 국내 판매는 아시아 최대 수입사 에노테카에서 맡고 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항간의 오해’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지금이 인생 중 가장 행복합니다.” 이 회장의 다나 에스테이트 지분은 40%. “나머지 60%는 미국 현지인과 기타 주주들이 각각 30%씩 소유하고 있어요.”

가시밭길 ‘나파 장벽’을 겨우 넘었는데 이제는 ‘고국의 엉뚱한 소문’이 발목을 잡아 안타깝다는 항변이 답변 속에 숨어 있다.
다나 에스테이트, 로터스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다나 에스테이트, 로터스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국제와인전문가(WSET Level 3)
juju43333@naver.com